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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워캠로그(WLOG)

    이방인의 시선

    2023-09-19
    익숙함은 안정감을 준다. 내가 알고 있는 것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막연한 믿음, 내 손이 닿을 수 있는 곳에 내가 찾고 있는 것이 있으리라는 안도감. 별것 아닌 것처럼 느껴질 수도 있지만 이런 자그마한 안정감이 의외로 커다란 힘으로 다가오는 순간을 일상 속에서 많이 발견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익숙함은 우리를 쉽게 무뎌지게 만든다. 처음에는 코를 찌르는 듯한 냄새를 금세 맡지 못하게 되듯 익숙함 속에 갇히게 된다면 마땅히 감사를 느껴야 할 것들을 그저 당연한 것으로 생각해 버릴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우리는 익숙함이 주는 안정감을 누리면서도 끊임없이 익숙함으로부터 벗어나려는 도약을 거듭해야 할 것이다.



    대한민국과 그 속에 사는 사람들은 나에게 대체로 익숙한 존재들이다. 방을 더 꼼꼼히 청소할수록 곁눈질로 보았을 때는 보이지 않던 먼지가 보이는 것처럼, 나는 대한민국 안에서 그 속의 사람들과 매일을 부대끼며 살아가기에 나의 공간과 사람들의 좋은 점만큼이나 흠집 또한 많이 발견할 수밖에 없다. 나에게 완전히 낯선 새로운 환경에서 시간을 잠시나마 보내고 온다면 나의 익숙함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각을 갖출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경험에 갈증을 느끼던 중 워크캠프에 대해 알게 되었다. 세계 각국에서 온 참가자들과 함께 몇 주간 함께 생활하며 지역 사회에 공헌하는 워크캠프야 말로 내가 찾던 그런 새로운 경험에 딱 부합한다고 느껴 망설임 없이 지원하였다. 단순한 여행이 아니라 마치 현지인처럼 그 지역에서 봉사하며 여가 시간도 즐기고, 그 모든 것을 내가 발조차 디뎌본 적 없는 수많은 나라로부터 온 사람들과 함께할 것이라는 사실이 떨리면서도 커다란 설렘으로 다가왔다. 근 한 달간의 경험 후 미지의 세계로부터 내가 지금까지 하지 않았던 방식으로 사고하는 법을 배우고, 결국 나의 익숙했던 공간을 한 발짝 물러서 조금이나마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며 감사함을 되찾을 수 있기를 소망했다.


     
    누군가와 공동의 목표를 공유한다는 것이 생각보다 더 큰 힘을 가져온다는 사실을 배우게 되었다. 놀이터를 완성하는 것, 시간에 맞춰 식사를 준비하는 것, 각자의 구역을 깨끗이 청소하는 것. 이 모든 것이 공동의 목표가 되어 함께한 시간이 지극히 짧은 우리 모두를 서서히 서로에게 스며들게 하고 있었다. 물론 그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방식과 속도는 모두가 달랐다. 건축과 관련한 경험이 많아 처음부터 능숙하게 일을 해낸 친구들도 있었던 반면, 나처럼 삽질, 못질, 드릴 이 모든 것이 너무나 새로워 천천히 배워나간 친구들도 있었다. 요리에 익숙해 자신의 나라의 별미를 메인 요리부터 디저트까지 금새 만들어 내오는 친구들도 있었던 동시에 재료 손질 정도만 도와줬던 친구들도 있었다. 놀이터를 완공하거나 갑자기 전기가 나가버린 숙소에서 살아남는 것처럼 큰 것이든, 식사를 준비하고 설거지를 하는 것처럼 작은 것이든 캠프에 참여한 모두는 서로 속도가 다를지라도 공유된 그 목표를 향해 서로 도우며 나아갔다. 중요한 것은 목표의 크기나 속도가 아니라 우리 모두가 각자의 색을 품은 채 그 과정을 함께 만들어냈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렇게 서로 다른 방식과 속도를 그 누구도 평가하거나 고치려 들지 않고 오롯이 존중했으며 나와 다름을 배워나갔다는 것이다.



    하루는 일정을 마치고 캠프파이어를 했다. 서서히 하늘이 어두워져 가고 각자의 나라의 노래를 함께 나눠 들으며 모두가 타오르는 불길을 바라보았고, 공기에는 점차 타들어 가는 불씨와 풀벌레 소리만 남았다. 하늘에는 어둑하니 별들이 하나둘씩 떠오르고 모두가 멍하니 점점 사그라지는 불을 응시하던 그 순간 무언가 보이지 않는 힘이 우리 모두를 감싸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함께 이 순간을 나누고 있다는 사실이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게 다른 우리를 하나로 묶어 지탱해주는 듯한 묘한 기분이었다. 잊지 못할 밤이었다. 크다면 크고 작다면 작을 수 있는 국적과 인종이라는 변수가 이토록 다름을 불러일으킬 수 있음에 놀라면서도, 그 모든 변수를 뒤로하고 인간이라는 것만으로 가지는 공통점과 함께 나눌 수 있는 가치가 있음에 또 한 번 놀랐다.


     
    이방인의 시선은 조심스럽다. 나에게는 너무나 당연한 말과 행동이 이 낯선 공간에서는 낯선 것이 아닐지, 무례한 것은 아닐지 한 번 더 조심해야 하기 때문이다. 새롭고 처음 보는 것들로 가득하기에 섣불리 나의 가치를 대입하여 덜컥 판단해버리지 않는다. 그것이 이방인이 갖춰야 할 최소한의 예의일 것이다. 타국에서는 누구나 자연스럽게 갖추게 되는 이방인의 시선으로 우리의 ‘익숙함’을 바라보면 어떨까. 익숙해서 더 소중하고 감사한 나의 주변 공간과 사람들에게 무뎌지지 않도록 오히려 더 조심스럽게 다가가고 우리에게 선사하는 안정감에 대한 감사를 표할 수 있다면 더 따스한 세상이 되리라는 것을 배운 소중한 경험이었다.


     
    공규범 · 2023 독일 워크캠프 참가자
    Ijgd 23333  / Building a dream playgrou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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