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후기

고요한 삼화사, 속세와의 작별 인사

작성자 유인하
한국 IWO-77 · CULT 2012. 07 - 2012. 08 한국

BUDDHA IN NATURE

참가 전 준비와 마음가짐

강원도 동해시에 위치한 삼화사. 나는 기독교인이고 집안도 보수적이어서 타종교나 타문화에 대하여 교류를 한 경험이 얼마 없었다. 우연히 2011년 유네스코 자원봉사단 4기로 인도네시아 워크캠프에 참가하게 되어 이슬람문화권에서의 문화적 교류를 하다보니 타종교에 관련된 경험을 되도록이면 많이 쌓고 싶었다. 그래서 선택한 곳이 삼화사였다. 이렇게 세상의 속세와(?) 인연을 끊은 듯한 기분이 든 나의 첫번째 템플스테이가 시작되었다.

높은 건물들과 쌩쌩 달리는 차, 그리고 24시간 노래가 나오는 길거리의 매장들로부터 나는 소음 속에서 사는 나에게 포장되지 않은 길과 맑은 계곡, 지저귀는 새소리, 팔뚝만한 지네가 함께 사는 삼화사는 마치 다른 세계에 온 것 같은 기분을 느끼게 해주었다. 풍경은 너무나도 아름다웠으며, 무릉계곡은 맑다 못해 투명하기까지 하였다. 멋진 휴양지에서 2주간 캠프생활을 할 생각을 하니 무척이나 설레었다.

새벽 3시 30분 기상으로 삼화사의 하루는 시작된다. 졸린 눈을 비비며 4시 아침예불과 108배 이후에는 고기없는 아침식사가 우리를 맞이하였다. 당시 채식주의자였던 나에게는 무척이나 반가웠지만, 외국인 친구들은 희망을 잃은 눈빛을 하며 식사를 하기도 하였다. 그래서인지 모두가 한마음으로 주말여행기간동안 엄청난 양의 고기를 섭취하였다. 오전작업과 오후작업은 주로 절에서 하였는데, 햇볕이 쨍쨍 내리는 무더위 속에서 벌초 및 화단정리와 절 내부 바닥청소가 주된 업무였다. 해도해도 끝이 없을 것 같은 많은 양의 업무들이었지만, 신나를 이용하여 카펫에 사용되었던 본드를 제거하는 과정에서 친구들은 ‘give me some drugs'이라는 농담을 할 정도로 모두들 웃음을 잃지 않았다. 작업을 끝낸 후에는 스님과 함께 산을 오르기도 하고 배드민턴을 치기도 하며 여유시간을 보내었다. 종을 치거나 한지공예 등과 같이 다양한 한국 및 불교문화체험을 하기도 하였다.

워크캠프 중 가장 기억에 남았던 것은 청소년과 함께하는 영어캠프를 진행한 것이었다. 16명의 참가자와 16명의 아이들의 만남. 가장 소란스러웠던 기간이었고, 그만큼 가장 재미있었던 기간이었다. 첫 만남은 낯선 환경과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그들을 어렵게만 느꼈던 아이들이었지만, 시간이 점차 지나갈수록 짝을 지어 서로에 대하여 물어보기도 하고 말도 하고 밥도 함께 먹으면서 상당히 친해질 수 있게 되었다. 하이킹을 할 때에는 오히려 아이들이 선생님들의 손을 이끌어 도와주기도 하였다. 동해시장에서 팀을 이루어 런닝맨을 하는 등 활기찬 시간들도 보내게 되어 서로서로 협동심도 기를 수 있는 시간을 가지기도 하였다. 말도 안 듣고 장난도 많았던 아이들이었지만, 모두가 적극적으로 외국인 선생님들과 친해지려고 노력했으며 리더선생님들을 잘 따라주었다. 

아이돌과 드라마 등 한류에 관심이 많았던 폴란드에서 온 슬비아와 카롤리나, 당시에는 귀여운 커플이었으나 지금은 부부사이가 된 러시아에서 온 나스챠와 코스챠, 4차원 정신세계에서 온 것 같았던 분위기 메이커들 세르비아에서 온 다리오와 옐레나, 헤르미온느를 닮은 체코에서 온 수잔, 낯을 많이 가렸던 엘리사, 한국 대형마트에 감동한 독일에서 온 이본, 그리고 농부를 닮은 자상했던 대현오빠, 동자승 같았던 비보이 재성오빠, 우리의 중심이 되준 든든한 큰언니 귀슬언니, 그리고 우리를 멋지게 이끌어낸 캠프리더 슬기언니, 다은언니까지.. 모두가 상당히 값진 보물들이었다.

짧지만 강력했던 2주 삼화사 템플스테이. 내 인생의 최고의 경험을 준 워크캠프.
아마 평생 잊지못할 좋은 추억이 될 것임을 장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