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후기

프랑스 작은 마을, 잊지 못할 3주

작성자 정다운
프랑스 CONC 128 · RENO 2012. 08 Semur en Vallon

SEMUR-EN-VALLON

참가 전 준비와 마음가짐

워크캠프 개최지는 Semur en Vallon이라는 프랑스의 작은 마을로 파리에서 서남부 방향으로 기차로 2시간을 이동한 뒤 다시 기차역에서부터 자동차를 타고 30여분을 달려야 도착할 수 있는 버스도 다니지 않는 아주 작은 마을 이었습니다. 마을에는 정말 최소한의 슈퍼 역할을 겸하는 작은 베이커리가 있고 그외에 식당이나 마트는 없습니다. 첫 날 인포싯에 나와있는 정보를 따라 미팅장소에 도착하기는 어렵지 않았고 기차역에 도착하자 캠프리더와 마을분이 마중을 나와주셔서 짐을 들고 캠프 장소까지 수월하게 이동할 수 있었습니다.

저희 숙소는 마을에 있는 축구장이었습니다. 잔디밭에 미리 설치된 텐트에 침낭을 깔고 잠을 잤고 운동장 바로 앞에 선수들의 탈의실 겸 코치를 위한 작은 콘크리트 건물이 저히의 주방, 식당, 화장실, 샤워실 겸 역할을 했습니다. 기존에 예상했던 인원보다 참가자수가 줄어드는 바람에 텐트 이용에는 불편함이 없었지만, 예정된 인원이 왔더라면 주어진 텐트로는 무척 비좁게 생활했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슬리핑매트도 인포싯 준비물에 명시되어있었지만 저는 침낭만 챙겨갔었는데 다행히도 캠프내에 몇 개가 있어서 쓸 수 있었습니다. 슬리핑 매트를 챙겨갈 수 있으면 꼭 가져가세요. 8월의 프랑스는 햇볕이 무척 강하고 바깥 온도가 35도를 훌쩍 넘기 때문에 낮에는 텐트 내부도 사우나를 방불케 할 정도로 달궈지게 됩니다. 그래서 오전 일찍 일을 시작하고 점심 식사 이후에 일을 하지 않는 캠프 특성상 오후 시간 내내 텐트 안에 들어가서 머물 수가 없었습니다. 거미와 벌레들 때문에 텐트를 열어둘 수도 없어서 말 그대로 저녁 늦게나 잠자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항상 건물 앞의 테이블에 모여 앉아서 이야기를 나누거나 책을 읽고 음악을 들으면서 시간을 보냈습니다. 하지만 한밤중이 되면 침낭 안에서 자다가도 추위 때문에 잠에서 깰 정도로 일교차가 컸습니다. 해가 늦게 지지만 밤이 되면 쌀쌀하니 바람막이나 후드티등 긴팔 옷도 꼭 가져가세요.

저희의 봉사활동은 마을회관 같은 곳에 위치한 아주 오래된 돌담을 전통방식으로 보수+만드는 일이었습니다. 작년 워크캠퍼들이 만들었던 부분의 돌담 상반부를 깎아내고 옆쪽은 다시 벽을 세우는 일이 었습니다. 솔로 흙을 털어내고 망치로 시멘트를 깨는 일 등등 매우 단순한 작업이라 처음에는 팔이 아프고 일도 어설프게 하지만 차츰 어떻게 힘을 써야 하는지 요령이 생기면 괜찮습니다. 일평균 4시간정도 일을 했는데 오전 8시 즈음 캠프를 떠나 8시 30분쯤부터 일을 시작해 1시까지 일을 했습니다. 중간에 30분 정도의 쉬는 시간이 있고 쉬는 시간 이후에 2명의 식사당번은 점심 준비를 위해 미리 떠나게 됩니다. 마무리 정리에도 대략 10~20분 정도의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그것까지 생각하면 실제로 일하는 시간은 대략 4시간도 채 되지않고 중간 중간 시멘트를 만들때마다 앉아서 쉬기 때문에 많이 힘들지 않습니다.

기술리더의 경우 경험도 많고 일의 과정을 잘 나눠서 계획을 세워 캠퍼들이 수월하게 일을 할 수 있도록 많이 도와주었습니다. 어찌 보면 단순노동이라고 할 수 있지만 신나는 음악도 함께 듣고 무거운 돌을 나르고 시멘트를 만들 때도 다같이 힘을 합쳐서 요리조리 퍼즐을 맞추듯 돌담을 쌓아가다 보니 그나마 즐겁게 시간을 보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지역신문사에서 저희를 취재하러 와서 신문에 실리게 된 것도 크게 기억에 남을 것 같습니다. 주민 분들도 벽을 만드는 진행과정이나 저희에게 항상 관심 가져주시고 언론사에서도 다뤄주니 단순히 벽을 만든다는 기분보다 정말 이 마을에 중요한 일을 한다는 기분을 느낄 수 있어 뿌듯했습니다. 한가지 아쉬웠던 점은 처음에 계획한 만큼 일을 마무리 하지 못하고 미완성으로 남겨둬야 했다는 것인데 내년 이맘때쯤 다시 전세계에서 온 워크캠퍼들이 일을 이어받아서 벽을 완성시켜 줄 거라고 위안하며 마지막 날 아쉬운 발길을 돌렸습니다.

대중교통도 없고 주변 마을까지 거리가 상당한 터라 저희는 주로 도보나 자전거를 통해 이동을 해서 자유시간을 보냈습니다. 머캐닉 뮤직 박물관, 평화박물관 등 정말 규모가 작은 마을 박물관을 방문하기도 했었고 자전거를 타고 달려 근처 마을의 호숫가나 수영장을 찾기도 했습니다. 주말 중 하루는 자동차 레이스로 유명한 도시 르망으로 가서 근처 지역에서 열리는 다른 워크캠프 참가자들과 함께 공원에서 저녁을 먹고 대성당 구경, 조명쇼를 보고 단체 사무실에서 하룻밤을 묵고 돌아오기도 했습니다. 마지막주에는 근처 마을로 소풍을 가서 점심을 먹고 마을을 따라 트래킹을 하기도 했습니다.

워크캠프 기간 내내 불어를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생각이 끊이지 않을 정도로 불어 사용량이 높았고 저와 다른 한국인 참가자를 제외한 모두가 불어를 조금이나마 구사할 수 있어서 의사 소통 문제가 큰 장벽으로 다가왔지만 캠프 리더들의 도움으로 생활 자체나 봉사활동에 큰 불편함은 없었습니다. 하지만 미리 공지된 것 처럼 영어가 공식언어였다면 좀 더 서로 이야기를 나누고 교류하는데 편하지 않았을까 하는 점이 크게 아쉽습니다. 영어를 정말 한마디도 하지 못하는 참가자가 주변 사람들이 영어로 대화를 하는 것을 잠시도 참지 못하고 통역을 요구하거나 왜 영어를 쓰냐는 투로 거의 불어를 강요하다시피 하다 보니 리더와 몇몇을 제외한 참가자들이 그냥 평상시에도 서로 이야기를 나눌 때는 불어만 써버리는 상황까지 가는 것을 보면서 많이 속상하기도 했고요. 다른 한국인 참가자 한 명이 없었더라면 굉장히 스트레스로 다가왔을 듯 합니다.

저희가 도착한 다음날 마을 분들이 크게 열어주셨던 환영파티에서부터 중간중간 캠퍼들의 생일파티, 저희가 주민분들을 초대했던 포트럭파티, 마지막으로 캠프가 끝나기 이틀 전 저희가 매일 일했던 벽 앞에서 열었던 조촐한 파티등 워크캠프 내내 파티도 잦았고 현지주민 분들과의 교류가 많았습니다. 아시아나 우리나라 전반에 대해 호기심을 가지고 질문하는 친구들이나 지역주민 분들께 짧은 영어실력이지만 열심히 설명을 하려고 노력했고 각자의 이름도 한글로 알려주고 우리나라 역사에 관련된 엽서나 작은 기념품을 선물로 주면서 문화를 교류하려고 했습니다. 특히 우리나라 음식에 관심이 많아서 여러 차례 호박전을 만들기도 했고 특히 다른 한국인 참가자 친구가 가져온 호떡 믹스는 매번 만들때마다 인기가 굉장히 많았습니다. 비록 언어가 잘 통하지 않더라도 이해하려는 마음과 배려 심만 있다면 서로를 알아가는 대는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던 3주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