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후기

텐트, 돌담, 그리고 유럽 친구들

작성자 정다영
프랑스 CBF02 · RENO 2012. 07 st.barnabe

Saint Barnabe

참가 전 준비와 마음가짐

7월 6일 파리에 도착하여 파리 여행을 한 후 9일, 떼제베를 타고 워크캠프 미팅포인트인 josselin 역으로 갔다. 미팅포인트에서 만나 재잘재잘 떠들면서 진짜 캠프지에 도착할 때까지 나는 이게 이렇게 힘들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도착하자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텐트였다. 나는 늦게왔기 때문에 일찍온 애들이 텐트를 다 설치해 주었는데 텐트도 모자라서 나는 같은 한국인인 나래언니와 같이 쓰게 되었다. 침낭을 덮어도 춥고 매트리스를 깔아도 등이 배겼다. 그리고 추웠다. 여름을 생각하고 온 나에게는 충격이었다. 리더인 아나스타샤가 우리는 돌담을 쌓을 것이라고 알려주었다. 돌담?오마이갓. 이렇게 충격적인 첫날에 싱숭생숭한 밤이 지나갔다.
아시아인은 나래언니와 나 한국인뿐이었고 다들 벨기에 우크라이나 러시아 스페인 터키등 유럽애들이었다. 그래서 리더인 아나스타샤는 너네 먹는건 괜찮냐고 혹시 너무 달라 안맞거나 힘든게 있으면 얘기하라고 친절하게 대해 주었다.
아침은 바게트와 씨리얼 커피등으로 먹고, 점심과 저녁은 그날의 쿠킹팀이 요리를 했다. 첫주는 배를 채우기 위한 맛없는 요리만 먹었다. 둘째주부터는 각자 짝을지어 쿠킹팀을 하고 각 나라의 음식을 만들었다. 스페인의 빠에야도 무척 맛있었고 러시아샐러드도 신기했다. 그러나 가장 인기가 좋았던 건 한국의 불고기였다. 언니와 나는 고깃덩어리를 칼로 얇게 썰어 불고기를 했고, 볶음밥을 했다. 나는 매운돼지갈비 양념도 가져가서 셋째주에는 이걸로 고기를 재웠다. 스페인 친구 티노가 이거 진짜 핫하다고 나는 이게 제일 좋다그러길래 헤어질 때 선물로 주고왔다.
일은 정말 힘들었다. 돌담을 만드는데 쓰는 돌도 다 골라서 가지고 왔다. 엄청난 양의 돌을 날랐다. 그리고 시멘트로 돌을 고정시켜가면서 담을 쌓았다. 일을 할 때는 별로 즐겁지가 않았다. 돌담을 만드는 이유는 어른들과 아이들이 놀다가 앉아서 쉴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였는데 우리가 해야 할 양이 너무 많았다. 그래도 열심히 쌓아서 완성된 돌담을 보았을 때는 무척 뿌듯했다.
지역사람들과의 교류도 활발했다. 중간중간 마을회관에서 와인과 샴페인과 음식을 먹으면서 놀기도 했고, 지역의 큰 기업에 가서 구경하기도 했다. 큰 목장견학도 해보았고, 농기계회사도 가서 엄청나게 큰 트랙터를 몰아보기도 했다. 외국은 정말 스케일이 다른 것 같았다.
중간에 갈등도 있었다. 나는 애들이 싫어한것도 아니었고 얘기도 하고 같이 다니기도 하였지만 약간 아싸여서 직접적인 갈등에는 빠졌다. 일이 힘든 것이기에 하다가 다치는 사람이 생겼다. 지한은 다쳐서 일을 며칠 쉬었고 티노도 아프다고 일에서 빠졌다. 그러나 일을 쉬는 기간이 점점늘어나자 꾀병아니냐는 의심을 받기 시작했다. 그러나 아프다는데 다들 뭐라할 수는 없지만 기분은 안좋은 그런 상태로 지냈다. 그러다 결정적으로 티노와 지한이 기타치면서 쓴 가사에 약간 모욕적인 내용이 들어있었고 이를 읽은 니노와 아나스타샤가 화가나면서 크게 싸웠다. 뻐큐뻐큐 해가면서 싸웠다. 심지어 떠나냐/떠나지 않느냐로 투표를 하기도 했다. 마지막에는 화해를 하며 잘 지냈다.
주말에는 지역축제에 놀러다녔다. 프랑스인들이 많이가는 관광지를 많이 가본것 같아서 좋았다. 중세유럽을 그대로 재현해놓고 사람들도 그 복장을 하고 돌아다니는 축제도 무척 재미있었고, 엑스칼리버 전설의 도시도 신기했다. 바닷가도 가보고 주말에는 정말 즐거웠다. 프랑스의 전통놀이도 해보고 밤에는 지역의 음악축제도 가 보았다.
지역주민들도 너무너무 친절하고 잘대해주셔서 감사했다. 처음에는 알바가 너네 고양이는 안먹냐는 식으로 말하고 카메라로 사진찍는것도 너네는 항상 사진찍냐고 비웃는 식으로 말해서 너무 기분이 나빴다. 그렇지만 나중에는 얘랑도 말을 많이 해보고 나쁜애는 아닌 것 같았다. 하지만 기분은 정말 안좋았다.
헤어질 때는 폴린이 울어서 슬펐다. 기념품을 나눠주고 포옹하고 뒤돌아 서는데 정말 아쉽고 기분이 이상했다. 그리고 외국애들은 정말 여유롭게 사는것 같아서 부러웠다. 한국에서는 항상 바쁘고 뭔가에 치이고 쫒기면서 사는 기분이었는데, 여기와서 이 아이들의 여유로운 사고방식을 배우고 정말로 시간을 즐기다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