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후기

티노스, 꿈꿔왔던 대학생의 쉼표

작성자 강지수
그리스 C.i.A 05 · ENVI/ RENO 2012. 07 티노스섬

Tinos island

참가 전 준비와 마음가짐

새내기라는 명분 아래, 학교 안 울타리에서 새로운 환경, 사람들과 정신 없이 지냈던 1학년, 전공 수업도 많아지고 심적으로 육체적으로 힘들어진 2학년. 그 사이 끊임없이 아르바이트를 위해 정신 없이 왔다갔다했고 방학에는 자격증과 영어 공부, 인턴십에 시간을 보냈다. 분명 내가 바라던 생활이 맞았지만 무엇인가 부족한 느낌이었다. 그럴 때마다 ‘대학생이 되면 꼭 유럽여행을 갈 거야’라고 했던 다짐들이 문득 떠오르곤 했다. 아마 학교의 숨막히는 공기를 벗어나 새로운 경험을 해보고 싶었던 것 같다. 우선 휴학계를 냈다. 휴학을 하고서 무엇을 할 것이냐 라는 걱정 어린 부모님의 말씀, 친구들의 궁금증보다도 대학생의 드림을 꿈꿔왔던 나의 꿈을 실현해보기 위해서였다. 워크캠프를 한 후, 너가 느낄 수 있는 모든 것은 말로 표현 못한다는 아는 선배의 말을 듣고 워크캠프 홈페이지를 들락날락 거리면서 공지가 뜨는 날을 기다렸다. 죽기 살기로 알바도 하고 있겠다, 컨펌을 받기 전에 비행기 티켓부터 현금으로 결제해버렸다.
사실, 내 마음 속에는 유럽여행의 일정 안에 워크캠프가 있었다. 지금 사진들을 보면서 매 순간을 떠올리면 그건 너무 서운한 소리다. 배우고 느끼고 온 것이 기대 이상이었기 때문이다. 하루 일과는 오전 3시간 노동, 이 후에 해수욕 1시간과 브런치타임, 점심시간, 시에스타, 노동 2시간, 저녁, 야간 활동이었다. 우리가 맡은 활동은 대리석 운반을 위한 길을 만드는 작업이었는데 삽과 포크 등으로 허브 향이 솔솔 올라오는 잡초들과 관목들을 없애는 것이었다. 향긋한 나무 뿌리가 어찌나 단단히 박혀있던지.. 일하면서 보이는 작지만 예쁜 마을 ysternia와 그림 같은 에게 해 풍경, 그리고 서로가 아니었으면 우리 멤버들 모두 어떻게 일했을지 모르겠다.
저 타임테이블은 가장 그리스적인 생활방식이었다. 7~8월의 그리스는 정오부터 5~6시 사이가 너무 더워 일을 할 수가 없다. 덕분에 쨍쨍 내리는 햇볕 밑에서 해수욕과 선탠을 할 수 있었고 해수욕과 태닝한 피부를 좋아하지 않던 나는 바다와 태닝의 참 맛을 알게 되었다. 진짜 구슬땀 흘리는 값진 노동이 무엇인지도 알게 되었다. 일이 끝나고 비치타월에 앉아 근심 없이 멤버들과 도란도란 떠드는 건 초등학생 된 것 같이 마냥 작은 일에도 웃기고 행복했다.
티노스는 관광지로 유명한 섬이 아니어도 키클라데스 제도 중에 위치해 있다는 것 자체가 그리스의 섬다운 환상적인 모습을 품고 있다. 지금도 이스터니아 주민 분들께 정말 감사한 것은 어디를 가야 예쁜 풍경을 소개해줄 수 있을까, 어떻게 해야 가장 맛있고 그리스적인 음식을 먹일 수 있을까 등을 항상 고민하셨다는 것이다. 오전 노동이 끝나고 놀러 가는 바다는 매일 다른 곳에 데려다 주셨는데 매일 매일 최고의 바다 기록을 갱신했다. 물론 이런 것들은 우리가 열심히 일하는 것으로 갚아드렸다. 길을 재정비하는 작업뿐만이 아니라 오랜 시간 안 써서 이끼, 물때, 심지어 벌레들이 가득한 분수들, 전시회를 위한 건물 정리 등을 했다. 티노스가 대리석 산지이기 때문에 대리석 박물관도 갔었다. 한국인에게 일반적으로 생소한 대리석이 어떻게 구해지는가는 흥미로웠다. 힘들고 고난도의 기술을 필요로 하는 한국 장인들의 모습을 필름으로 찍어놓듯이 과정도 오래 되어 보이는 필름으로 감상했는데 마치 역사적인 한 장면을 보는 것 같았다.
식사는 hometeam을 꾸려서 해결했는데 홈팀을 담당하는 멤버들이 집청소, 매 끼 식사를 준비하는 것이다. 나는 다행히 한국인이 한 명 있어서 한국의 맛을 소개해줄 수 있었다. 명절 때나 만드는 전, 떡갈비, 계란부침 등을 하면서 소정언니와 나는 정말 힘들어했다. 그러나 우리 음식을 먹고 난 멤버들이 고맙다, 맛있다, 한국 음식 최고다라는 말은 얼굴에서 보상 받는 기분이었다.
물론 좋은 기억만이 있는 것은 아니다. 우리 리더는 그리스 사람이었고 it’s up to you라는 말을 캠프의 슬로건 수준으로 언급했다. 처음에는 오 민주주의 그리스? 하면서 우리나라와는 다른 분위기에 신기했고 놀라웠다. 그러나 사실 리더는 만약의 상황을 대비한 대안도 없어 보였다. 멤버들을 격려해가면서 아끼고 믿음을 주는 것은 가장 기본적인 리더의 덕목인데 우리 멤버들은 그런 것을 느낀 적도 없었을 것이다. 무엇인가 일을 실행하려면 17명의 의견은 분산되고 통합이 잘 되지 않았다. 물론 그리스에 관한 전문적인 지식들을 알려주려고 했고 우리를 큰 사고 없이 안전히 리드한 것들도 높이 평가해야 해주어야 한다. 전반적으로 좋은 리더였고, 2주라는 짧은 기간에 나에게 좋은 리더는 어떻게 행동해야 할까라는 것을 알려준 사람이었다.
언어라는 투명한 벽 때문일까, 2주간 9개국 17명이 부딪히면서 하는 생활은 오묘한 감정을 들게 했는데 결국 국적, 나이, 성별이 다 달라도 진심은 진짜 통한다는 것이었다. 무엇을 말하려고 해도 속뜻은 다 알아듣고 알아 챌 수 있었다. 인간미 넘치는 캠프를 경험한 것 같다. 사실 글로 다 적으려고 해도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이 모든 것을 알 수 없다. 아직도 주저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워크캠프는 꼭 해보라고 추천한다. 웃기고 기쁘고 행복하고 때론 짜증 나고 화도 나고. 더불어 가장 인간적이면서 따뜻한 워크캠프를 경험하고 싶다면 티노스 워크캠프를 살짝쿵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