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후기

그리스, 꿈과 낭만이 현실이 되다

작성자 한수리
그리스 ELIX16 · SOCI/ KIDS 2012. 07 아테네, 그리스

SUMMER IN THE CITY 3-1

참가 전 준비와 마음가짐

남들은 다 아르바이트와 학원으로 하나같이 반복되는 지루한 방학을 보냈지만 나의 대학교 1학년 첫 여름방학은 꿈만 같은 추억이었다. 워낙 여행 하고 이리저리 돌아다니는 것을 좋아하는 나에게 유럽은 정말 꿈의 장소였다. 워크캠프라는 것을 처음 알게 됐을 때 나에게 유럽에 갈 기회가 생겼다는 생각에 마음은 잔뜩 들뜨고 신이 나있었다. 어느 나라에서 어떤 봉사를 해야겠다는 선택의 고민조차도 나에겐 행복이었다. 북미, 남미, 아시아 여러 국가를 가보았지만 유럽을 맛본 경험이 없는 나는 첫 방문국가를 그리스로 선택했다. 어렸을 때부터 스페인이나 그리스, 이탈리아 지중해 국가에 대한 환상이 있었고 워낙 아이들을 좋아하는 나에게 ELIX의 근무내용은 최적이었다. 이로써 나의 한 달을 보낼 그리스로 떠날 준비를 하고 온갖 꿈을 안고 비행기에 올랐다.
떠나면서 요즘 그리스의 경제위기에 대한 고려를 해보지 않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여러 고민 끝에 내린 결정이었고 후회는 없었다. 처음 그리스에 도착한 날은 토요일. 버스를 타고 이동하는데 가는 곳곳마다 상점은 닫혀있고 여기저기 graffiti도 수도 없이 많았다. 뉴스에 나오던 사실보다 더 심각하다고 생각되면서 차츰 두려워지기 시작했다. 또한 아테네에는 동양인이 정말 없었고, 그래서인지 사람들의 시선이 모두 나에게 집중되었다. 캠프리더와 만나기 전까지는 혹시나 소매치기라도 당할 까봐 걱정되어 온갖 센 척을 다하고 거리와 지하철을 다닌 것을 생각하면 아직도 웃음이 난다. 알고 보니 원래 주말에는 가게들이 영업을 거의 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모든 캠프참가자들이 모인 후 서로의 소개를 하고 짐 정리를 하고 다시 모였다. 첫날은 그렇게 친목을 다지면서 오랜 비행시간으로 지친 몸으로 하루를 마쳤다.
본격적으로 시작할 봉사에 대해 회의를 했다. 팀원을 분배해서 나이별로 4개의 반을 나누었다. 한 반에 현지인 한 명씩, 그리고 다른 나라의 팀원을 배치시키면서 한 반에 총 3~4명의 조원이 구성되었다. 나는 4살에서 12살까지의 아이들 중에서 제일 큰 아이들을 맡았다. 우리 조가 제일 큰 아이들인 만큼 제일 세세하게 준비하고 팀원 모두 적극적으로 나서서 고마웠고 자랑스러웠다. 또한 하루 동안 조원 2명이 cooking team이 되어 그날 아침, 점심, 저녁을 담당해야 했다. 오전 8시부터 오후 2시까지 총 6시간 아이들을 돌보는 봉사를 하고 그 이후 시간은 그룹끼리 놀러 가거나 쉬거나 관광을 다니는 시간으로 조원끼리의 우정도 다지는 시간이어서 이 워크캠프의 유익함을 다시 한번 느꼈다.
우리의 일정은 오전 8시부터 오후 2시까지의 봉사로 시작된다. 6시간 별거 아닐 줄 알았는데 첫날 겪어보니 정말 힘들었다. 다른 신체적인 노동을 요하는 워크캠프보다는 수월할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 오산이었다. KIDS부문에서는 정신적인 노동이 컸다. 솔직히 2주 동안 어떻게 버티나 두려웠다. 한정된 게임과 놀이로 아이들이 지루해하지 않고 지치지 않을 수 있게 고민하고 밤마다 다음 날은 어떤 활동을 할지 정하는 것도 크나큰 고민이었다. 같은 팀원끼리 회의를 하는 시간에 한국의 꼬리잡기, 스피드퀴즈 등 한국의 게임도 소개해서 아이들이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곤 뿌듯했다. 하루는 운동회처럼 여러 활동들을 기획하여 포인트를 얻어 점수 높은 팀이 이기는 식의 프로젝트를 하기도 했다. 잘 따라주고 재밌어하는 아이들이 매번 귀여웠다. 우리 반 아이들은 그나마 큰 아이들이었기 때문에 몇몇 영어를 하는 아이들이 있었다. 그리스인봉사자가 아이들에게 이야기를 할 때 그 아이들이 우리 옆자리로 와서 통역을 해주었다. 의사소통이 잘 안되지만 대화하려고 손짓, 발짓으로 노력하던 다른 아이들도 너무 귀엽고 쳐다보기만 해도 웃어주는 아이들이 너무 고마웠다. 한 아이가 팔에 한글로 자기 이름을 써달라고 해서 써줬더니 반 아이들 전체가 써달라고 난리가 났었다. 나에겐 아이들 이름을 외우는데 좋은 기회이기도 했다. 또한 아이들이나 팀원에게 한국아이돌의 춤(2ne1-내가 제일 잘 나가, 원더걸스-like this)을 보여주면서 한국에 대한 관심도 높였다. 애들이 그 이후로 한국노래를 흥얼거리는데 정말 뿌듯하기도 했고 어눌한 발음들이 참 웃겼다. 하루하루 아이들과 팀원들과 친해지는 느낌이 참 색다르고 좋았다. 점점 워크캠프에 오게 된 내가 자랑스러워지고 밀어주신 부모님이 감사하게 느껴졌다.
주말에는 아테네 주변에 있는 섬으로 놀러가 수영도 하고 즐거운 시간을 많이 보냈다. 봉사를 하는 주중에도 유적지로 관광을 가거나 쇼핑을 하고 밤에는 클럽이나 술집에 가서 술을 먹으며 춤추고 불타는 밤들을 보내면서 팀원 사이의 진해지는 우정을 느꼈다. 첫날부터 마지막 날까지의 모든 기억이 아직 까지도 생생하지만 봉사만큼 보람 있던 우정이 내가 얻은 것들 중에 가장 최고였다고 생각한다. 이번 워크캠프가 아니었다면 서로의 존재마저 알지 못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외국 친구들과의 인맥을 쌓는 것이 쉽지만은 않지만 이렇게 기회로 얻어 맺은 인연으로 인맥이나 우정, 추억까지 갚진 경험이라 생각한다. 충분히 아르바이트나 학원을 다니면서 다른 사람들처럼 다음 학기를 위해 학업에 매진하고 돈을 벌었을 수 있지만 내가 선택한 첫 방학에 대해 후회하지 않고 아직까지도 그 경험은 주변 지인들에게 얘기해주면서 워크캠프를 강력하게 권하고 있다. 나 또한 여건이 되면 워크캠프를 다시 참가할 의향이 충분히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