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후기

전역 후, 친구와 함께 호치민으로

작성자 천수민
베트남 VPVS18-04 · 아동/교육 2018. 01 호치민

Teaching camp for under-privileged students

참가 전 준비와 마음가짐

저는 이미 한차례 워크캠프를 경험했던 지라 다음 기회를 또 마음 먹어왔습니다. 다만, 나라의 부름을 받아 국방의 의무를 수행하기 위해 그 도전을 잠시 미루어야 했습니다. 그렇게 저는 24개월의 끝에 홀가분히 공항을 향해갈 저의 모습을 상상하며 눈물나던 순간도, 고독했던 순간도 넘기며 결국 복무를 무사히 마치게 됐습니다. 사실, 저의 군생활은 고비였던 순간이 참 많았습니다. 특히 워크캠프의 시기가 다가오는 병장시기에는 자존감마저 상실해가던 때였습니다. 그러다보니 그 시기에 워크캠프에 대한 저의 마음은 시들해졌습니다. 훈련소에서도 반짝이던 그 설렘이 무색해질 정도로 정신적으로 힘들었기 때문입니다. 그런 때 저와 함께 워크캠프를 가기로 한 문승빈이라는 친구는 그 힘든 시기에 제 버팀목이 돼주었습니다. 그런 친구와 제대 후에 만나기가 힘들어지리라는 걸 잘 알았습니다. 저에게 특별하고 소중한 친구, 승빈이와 오래 남을 추억과 기억을 꼭 만들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습니다. 그렇게 워크캠프 준비에 박차가 가해졌습니다.

현지 활동 및 특별했던 에피소드

저희 캠프에는 참가자가 저희 둘 뿐이었습니다. 그래도 아이들을 가르칠 수 있다는 실오라기와 같은 희망이 있어 그것을 새기며 Legy Pagoda에 향했습니다. 그러나 프로그램에 소개된 ‘Underprivileged children’과 거리가 먼 회사원들과 대학생들을 가르친다는 걸 알았습니다. 심지어 가르치는 것도 기존 교사에 대한 보조의 수준도 아니고 거의 방관자 수준이었던 활동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런 힘든 순간을 잘 버틸 수 있었던 것은 승빈이의 유쾌함과 배려심이 컸습니다. 저희가 머물던 숙소에서 활동지인 파고다 언어센터까지는 2시간이 걸립니다. 그 긴 여정에서 그 친구와 유쾌한 시선과 호기심으로 사람들을 바라보고, 반복되는 일상에 소소한 재미를 발견했습니다. 그것들이 제겐 큰 힘이었습니다. 승빈이의 이러한 유쾌함으로 저희가 머물던 숙소의 현지 스텝들과도 친하게 어울렸는데, 그들이 유독 저희 둘에 대해 호감을 표시해준 덕에 따로 길거리 음식도 먹고, 헤어지기 전날 가라오케를 가는 등 좋은 시간을 보낼 수 있었습니다.
양태섭, 그는 저희를 참 힘들게 했던 장본인입니다. 저희 한국어 수업에 이미 봉사를 해오던 베트남인 교사였습니다. 그도 똑같은 봉사자면서 그의 텃세로 저희는 그 수업에 차마 비집고 도움을 줄 여지가 없었습니다. 이 문제점을 지적하고 개선을 바랐지만, 해결되지 않는 통에 참 속상했었습니다. 시내버스를 갈아타면서 2시간 걸려 도착한 저희로선, 특히 한국어 교실의 학구열을 보며 가르침에 대한 욕망이 컸던 저희로선, 아무것도 학생들에게 해주지 못한다는 사실이 허무하고 속상했습니다. 결국, 저는 숙소의 현지인 스텝 Casie에게 마지막 수업날 학생들 앞에서 저의 말을 통역해달라고 부탁했습니다. 그동안의 솔직한 마음과 진정 한국어 실력을 높이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설명해주기로 작정했습니다. 좀처럼 통역을 제대로 하지 않는 태섭을 제치고, 저는 그녀의 도움을 받아 영어로 그동안 우리의 솔직했던 마음, 그리고 학생들에 대한 미안함을 전달했고, 한국어 실력을 높이기 위한 조언도 이어서 했습니다. 사실, 동성애자였던 태섭으로 인해 수업 때 혹은 수업이 끝나고 성적으로 불쾌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저와 승빈이는 분명 한국어를 배우는 그 순수하고 열정적인 베트남 사람들에 대해 크게 감동했던 건 사실입니다. 특히 2시간 걸려 힘들게 온 저와 승빈이를 위해 물을 직접 사와 주시던 콰씨. 저희에게 항상 정중했고, 그의 순수하고 선한 품성이 가슴으로 다가왔습니다. 그때 저희가 Caisie를 통해 솔직한 마음을 털어놨을 때, 그가 저희에게 서툰 한국말로 고마움을 표현했습니다. 저는 문득 승빈이의 옆모습을 보게 됐습니다. 마치 울 것 같은 모습이었습니다. 마지막 수업이 끝나고 계단을 내려가는 길에 눈물을 흘리는 승빈이가 너무 측은했습니다. 제 눈엔 콰나 승빈은 같았습니다. 둘다 순수하고 따뜻한 사람들입니다. 저는 콰에 이어 승빈과도 곧 헤어져야 함을 실감하며 덩달아 우울해졌습니다.

참가 후 변화와 느낀 점, 하고 싶은 이야기

저희는 콰씨 뿐 아니라 많은 학생들과 친하게 지냈습니다. 색깔발음을 매번 색칼로해서 저와 승빈이의 놀림대상이었던 항, 그리고 태섭이 통역을 안 해주는 바람에 자포자기로 속 시원하게 영어로 가르치는데 그걸 또 잘 받아주고, 영어가 잘 통했던 튀. 실제로 저는 튀에게 관심을 갖게 되어 따로 밥도 먹자고 했습니다. 그 약속에 태섭이 끼는 바람에 대단히 실망스러웠지만, 튀와 사적인 이야기를 할 수 있어서 만족했습니다. 송비누나는 술을 잘 먹이는 유쾌한 누나였는데, 회사원이고, 한 톡 쏠 줄 아는 분이었습니다. 누나 역시 영어 실력이 좋아, 태섭 없이도 많은 얘기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특히 누나와는 수업 후 회식에서 술 대결을 하듯이 맥주를 같이 먹었는데, 소주로도 잘 취하지 않는 제가 맥주로 취했었습니다. 그렇게 저희는 비록 수업에서 그들과의 교감을 충분히 하지 못해 아쉬웠지만, 돌이켜보면 사원에서 순간 순간 마주칠 때 마다 대화하고, 장난도 치고, 수업 후에 같이 밥이나 술을 먹으면서 추억을 쌓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