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후기

지친 나를 안아준 이탈리아 바다

작성자 배대웅
이탈리아 CPI03 · 환경/복지 2019. 07 Grottammare(로마에서 버스로 3시간 정도)

Better Future for Saharawi Children 1

참가 전 준비와 마음가짐

아일랜드에서 워킹홀리데이를 하고 있는 대학생입니다. 워홀을 준비할 때부터 접근성이 편한 유럽 국가 중 한 곳에서 워크캠프를 참여하고자 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아일랜드에서 정착하고 일을 시작하며 정신없는 시간을 보내다 보니 어느새 여름이 다 되어가고 있더군요. 거의 처음 해보는 외국 생활이었기에 한 순간도 긴장을 놓지 않고 지내다 보니 어느 순간 심신이 다 지쳐버린 제 자신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조금 쉬어갈 시간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이전부터 계획했던 워크캠프 참여를 준비하게 되었고 그렇게 이탈리아 동부, 로마에서 3시간 가량 떨어진 Grottammare라는 작은 바다 도시에서 열리는 캠프에 참가하게 되었습니다. 처음엔 지친 몸과 마음을 달래자는 생각에 워크캠프에 참여하고자 하였고 아이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면 더 좋을 것 같다는 생각에 CPI03 캠프를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현지 활동 및 특별했던 에피소드

CPI03 캠프는 이탈리아 동부 작은 해변 도시에서 장애 난민 어린이들을 돕는 캠프입니다. 우선 가장 놀랐던 점은 캠프 참가자의 구성이었습니다. 85%의 참가자가 Spanish, Italian 사람들이었고 본인을 포함한 5명만이 '워크 캠프'라는 이름으로 참가한 Spain, Italy 국적이 아닌 사람들이었습니다. 그 다섯명의 국적은 대한민국, 우크라이나, 체코, 프랑스, 덴마크였고 아시아인은 전체 봉사자들 중 저 한명 뿐이었습니다. 그리고 우크라이나에서 온 친구가 약간 아시아인에 대한 차별 적인 생각을 갖고 있어서 저를 더 힘들게 만들기도 했습니다. 사실 가장 이해가 안되었던 건 그냥 스페인, 이탈리아 등 언어소통이 편한 사람끼리 모여서 재밌게 아이들과 시간 보내지, 왜 외국 사람들을 불러 '국제 교류' 비스무리한 이름을 붙이고 여러 사람 힘들게 만드는가 였습니다. 85%의 Spanish와 Italian 친구들 중 영어를 제대로 할 수 있는 사람은 전혀 없었으며 Organizer이자 저희의 Leader였던 Spanish 친구마저도 영어로 말하는 것에 많은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두 번째로 힘들었던 건 바로 일의 강도였습니다. 아침 7시에 일어나 아침 먹고 개인 준비를 마친 뒤, 8시에 각자 맡은 아이들을 잠에서 깨웠습니다. 그리고 아이들이 아침 먹는 걸 도와주거나 지켜보고 1시까지 아이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다가 1시에 아이들이 점심 먹는 걸 도와주거나 지켜봅니다. (먹는 걸 도와줘야 하는 아이들이 많습니다.) 2시부터는 아이들 낮잠 시간이고 봉사자들은 식사하고 휴식 시간을 가집니다. 이 휴식 시간 동안 봉사자들끼리 카페에 가서 얘기하며 쉬거나 바다로 놀러 가거나 피곤하면 낮잠을 자기도 합니다. 4시가 되면 다시 아이들을 깨우고 함께 시간을 보냅니다. 이때는 바다에 같이 놀러 가기도 하지만 보통 오전과 똑같이 실내에서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리고 8시에서 9시 (이건 날마다 달랐습니다.) 까지 함께 시간을 보내다 아이들 저녁 먹는 걸 지켜보거나 도와주고 아이들 재우면 보통 9시에서 10시 쯤 됩니다. 그때면 봉사자들이 저녁을 먹습니다. 여기서 끝이 아니고 청소, 빨래, 간식 준비 등등등 매일 각자 맡은 일들이 있습니다. 이건 그날 그날 운에 따라 다른데 저녁 먹기 전에 끝낼 수 있는 일들(간식 준비 등등)이 있고 저녁 먹고 나서 해야 하는 일들(맡은 구역 청소, 빨래 등)이 있습니다. 어쩌다 주방, 식당, Main Room 등의 청소를 맡으면 저녁 먹고 10시 반에서 11시 정도는 되어야 본인의 하루 일과가 끝나게 됩니다. 이렇듯 오전 8시부터 밤 10시에서 11시까지 중간 2시간 휴식을 제외해도 거의 12시간 가까이 매일 일을 하게 됩니다. 월, 화, 수, 목, 금, 토, 일 주말 포함 쉬는 날 없이 말이죠.. 아일랜드에서 일할 때 보다 훨씬 힘들었습니다. 안 그래도 지쳐있던 심신이 캠프가 끝난 지금 몇 배로 더 지쳐버린 것 같습니다.

참가 후 변화와 느낀 점, 하고 싶은 이야기

사실 이번 캠프 참여하며 가장 크게 느낀 건 모든 선택에 신중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상황을 마주한 건 캠프 안내를 제대로 읽어보지 않고 무작정 일정에 맞는 캠프를 고른 제 잘못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1지망과 2지망 캠프 정도는 지원할 때 정말 꼼꼼히 읽고 신청했던 것 같은데 3지망까지도 떨어지고 4지망 까지 가니 그냥 날짜 맞는 걸로 가자는 생각에 지원해버렸던 것 같군요. 캠프 안내를 읽어보긴 했습니다. 하지만 캠프 안내에는 분명히 ‘Night Shift가 있을 수 있다’라고 써있었는데 영어권 국가에서 일을 했던 저는 그 Night Shift를 낮에 쉬고 밤에 일하는? 식으로 이해해버렸습니다. 그리고 Spanish 사람들이 많다고도 써있긴 했지만 35명 가까이 되는 봉사자 중에 국제적으로 온 사람이 5명밖에 안 될거라고도 예상치 못했구요. 그래도 열심히 해야 되는 캠프이니 지친 몸이었지만 나름 최선을 다해 활동에 임했습니다. 어떤 면에선 제가 지금까지 참여했던 캠프들 중 가장 의미있었던 캠프라고도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혹시 CPI03 캠프 참여를 계획하시는 분이 이 글을 보시게 된다면 손풍기 같은 더위를 식혀줄 물건과 모기 퇴치제 등등을 꼭 챙겨가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