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후기

2026년 16살 나의 여름이 된 프랑스 워크캠프

작성자 이은서
프랑스 ANEC24 · 환경, 노력 2026. 08 프랑스 클리시수부아 (Clichy-sous-bois)

Build the living in Clichy-sous-Bois

참가 전 준비와 마음가짐

안녕하세요 저는 2026 프랑스 청소년 워크캠프에 참여한 이은서라고 합니다:)
주변에서는 처음 제가 워크캠프에 참가한다는 말을 듣고, 봉사라는 단어에 제게 대단하다 해주었던 기억이 납니다.
저는 사실 특출난 뭔가가 있는 사람이 아니에요. 그래서 많이 방황하고 아직까지도 뚜렷한 진로가 없습니다
한때는 미래를 생각하는게 정말 힘들었고 압박감을 많이 받았어요
하지만 그런 저여도 남을 돕는걸 정말 좋아합니다. 작은 일 하나라도 누군가를 웃게 만드는게 너무 좋아요.
그러나 커갈수록 요구되는 것들이 많아지고, 남들의 기준에 맞추려고 하다보니 점점 저를 잃어가는 기분이었습니다.
너무 착하기만 하면 호구라는, 누군가의 스치듯 지난 말이 마음 한구석을 찔렀습니다. 대가 없는 도움은 정말 아무 의미도 없는걸까, 누군가에게는 그저 호감을 얻으려는 행동으로밖에 보이지 않는걸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어요.
어쩌면 정말 그럴지도 모르겠습니다.
낯선 누군가의 작은 호의도 선뜻 받기 꺼려지는 요즘, 따뜻한 마음을 그대로 건네받기에 세상은 너무 차가워진것 같아요.
하지만 이미 많이 바뀌어버린 세상을, 조금이나마 더 나은 세상으로 만들겠다는 다짐으로 모인 사람들.
이 사람들과 함께 하고 싶었습니다
잠깐이나마 경계없이 누군가와 따뜻한 마음을 나눌 수 있다면 그게 어디든지 저는 상관 없었어요
이게 제가 이 워크캠프에 참가하게 된 계기이자, 제가 가장 바란 점이기도 했습니다.

현지 활동 및 특별했던 에피소드

16년을 살아온 제 삶에 고작 12일뿐이었을지라도,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아 어디서부터 이야기를 꺼내야할지도 솔직히 조금 막막합니다
우선 제가 참여한 워크캠프 장소는 클리시수부아라는 작은 도시의 복합 예술 공간이었습니다.
캠프장 곳곳의 모든 것들이 아직 생생하네요. 아침 일찍이 일어나 텐트 밖을 거닐면 새벽비에 축축하게 젖은 흙과 나무 냄새가 났습니다. 달그락거리는 소리에 주방으로 가면 아침을 만들던 친구들과 잘잤냐며 인사를 하던 것도 기억이 나네요.
일어나서 잠들때까지 서로 장난을 치던 친구도 있고, 말이 많고 다정하던 친구, 자기주장이 강하지만 속마음은 여리던 친구도 있었습니다.
정말 다양한 배경에서 온 이들과 친구가 되었고, 자기 전 텐트 주변에 다같이 둘러앉아 미래에 대한 고민을 털어놓기도 했습니다.
학교나 학원에서 실수 하나에 등급이 바뀌던 문법따위는, 여기서 정말 아무도 신경쓰지 않았어요
눈만 마주쳐도 웃었고, 울면 안아주었고, 함께 헤쳐간 크고 작은 일들에는 아무도 제가 뱉은 언어에 점수를 매기지 않았습니다.
마지막 날의 우리는 서로를 최대한 오래 눈에 담으려고 노력했습니다. 기념사진을 남기고, 괜히 시선을 돌리며 꼭 연락하자고 다짐했습니다
미처 알아채지 못한채 우리는 서로에게 생각보다 소중한 사람이 되어갔나봅니다.
어쩌면 앞으로의 인생에서 영영 볼 수 없게 될지도 몰라요
10대와 20대 그 사이 어딘가를 함께 넘어가고 있는 우리가, 언젠가 국경과 시차를 넘어 서로를 다시 보게 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분명 우리가 만나기 전의 삶이 더 익숙한 것이 당연해요
그러나 각자의 집에서 연락을 주고 받는 우리의 마음 한구석이 괜히 씁쓸한 것은 언어와 시간 그 이상의 추억을 남겨두고 왔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참가 후 변화와 느낀 점, 하고 싶은 이야기

혼자 공항에서 비행기를 기다리는 동안 지난밤 각각의 친구들을 위해 써내려간 편지들을 전송했습니다
잠깐이나마 조건없는 행복을 준 친구들이 제 진심을 알아주길 바라며 쓴 편지들이었습니다.
하지만 돌아온 답장들을 읽고 저는 공항에서 한참을 울었어요
너는 정말 따뜻한 사람이야
너를 만날 수 있어서 기뻤어
너는 멋진 사람이 될거야
어쩌면 저에게 가장 필요했던 말들이었는지도 모릅니다
지금 저에게는, 지구 반대편에서 저와 제 미래를 위해 축복해주는 친구들이 있어요
함께한 시간은 그리 길지는 않았지만 아직도 모든 것이 생생합니다.
마치 긴 꿈을 꾼 것 같기도 하고요.
며칠 전까지만 해도 함께 먹고 자고 웃던 친구들과 이제는 몇천 몇만 킬로미터의 거리로 떨어져 있다는게 실감도 잘 나지 않습니다
하지만 함께 공유했던 추억들은 절대 잊지 못할 것 같아요
그래서 만약 이 긴글을 읽어주시며 아직 청소년 워크캠프 참가를 망설이시는 분이 있다면, 저는 정말 추천하고 싶어요
물론 한국에서는 조금 생소한 단어이기 때문에 선뜻 참가하기는 망설여질 수 있어요.
저 또한 저 말고는 모두 유럽권에서 온 친구들이라 캠프 안에서 저는 유일한 한국인이었습니다.
몇몇 친구들이 가끔 친구와 자신들의 언어로 이야기 하는걸 보면 조금 부러울 때도 있었지만,
오히려 친구들은 저와 대화하면서 한국이라는 나라와 문화에 더 관심을 가져주었던 것이 고마울 따름입니다
그래서 앞으로도 한국 청소년 워크캠프 참여자가 많이 늘어났으면 좋겠어요
캠프에서 보내는 마지막 밤에 미래 봉사자들에게 편지를 쓰는 활동을 했는데요,
각자의 나라 언어로 쓸 수 있다는 말에 편지 맨 끝에 한국어를 조금 써놨습니다
물론 이 캠프에 앞으로 한국 청소년이 참여하게 될지는 모르지만 저는 언젠가 그럴거라고 믿어요
여기서 만난 친구들과 다른 워크캠프에 같이 참여하자는 약속이 언젠가 꼭 이루어지면 좋겠네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