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후기

네덜란드, 텐트, 그리고 나의 성장

작성자 김선화
네덜란드 SIW 12-03 · ENVI 2012. 08 - 2012. 09 Oudemolen

30th Alliance Anniversary CAMP - State Forestry - Oudemolen

참가 전 준비와 마음가짐

새로운 사람도 만나고, 전에는 해보지 못했던 경험들을 하러 워크캠프에 신청을 하고 네덜란드로 떠나게 되었다. 물론 인포싯을 읽었지만 너무 급하게 일정이 잡힌 터라 제대로 준비하지 못하고 침낭과 몸만 떨렁 떠난 캠프였다.
우리 캠프는 정말 야생에서 진행되었고, 우리의 숙소는 각자의 방수텐트였다. 부득이하게 리더들의 도움을 받아 캠프장에 있던 텐트를 이용할 수 있었다.
캠프 첫 날, 네덜란드에는 무지막지한 비가 쏟아졌다. 비가 쏟아지는 어두컴컴한 캠핑장에서 텐트에 침낭을 깔고 홀로 누워 밤을 보낸 다는 것은 무섭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한 경험이었다. 사실 나는 무서운 쪽에 가까웠지만 말이다. 결국 다음날 밤에는 텐트에서 못 자고 다이닝룸에 앉아 밤을 지새웠다. 나를 보고 놀랜 리더가 와서 괜찮겠느냐고 월요일이 되면 당장 필요한 물품을 사러 같이 가자고 말해주어 훨씬 안정되긴 했지만, 정말 그때까진 캠프고 뭐고 다 접고 집에 돌아가고픈 심정이었다.

캠프의 본격적인 첫 날, 나무를 베고 풀을 뽑고 삽질을 한다. 다들 어색해하고 조금은 힘이 들지만, 같이 일을 하니 그 나름대로 재미가 있다. 서투른 영어로 서로 의사소통을 시작한다. 친구들은 힘들어도 조금만 참고 견디다 보면 즐거워질 것이라고 얘기해준다. 일이 끝나고선 당번을 나누어 밥을 짓는다.
저녁식사 당번은 대부분 국적에 따라 나누어져 자신들 나라의 대표적인 음식을 소개한다. 힘든 하루 일과가 끝난 뒤에는 친구들과 함께하는 신나는 맥주타임. 이 캠프가 좋아질 것 같은 생각이 든다.
나름 삽질을 해봤다고, 일이 조금은 쉬워졌다. 제일 관건은 자전거 타기였다. 자전거의 나라 네덜란드 답게 모든 이동은 자전거로 한다. 20여대의 자전거가 쪼르륵 달려가는 모습은 참 상쾌하게 느껴졌다. 물론 나는 예외였다. 나름 자전거를 잘 탄다고 자부했지만 몇 달 전에 다친 발목으로 타는 것도 조금 힘들고 무엇보다 나에게는 매우 높은 자전거 안장이 문제였다. 넘어지기가 일쑤였지만, 며칠만에 극복!! 안돼도 되게 하는 워크캠프였다. 쉬는 시간에는 삼삼오오 짝을 지어 자전거를 타고 캠핑장 근처를 탐방하거나 근처에 작은 호수에 가서 수영을 했다. 캠핑장 자체가 국립공원 안에 있는 터라 어딜 가도 드넓은 자연이 펼쳐진 이 곳이 점점 마음에 들기 시작했다. 게다가 영어가 점점 터지기 시작했다. 혼자 한국인이라서 정말 영어만 영어만 쓴 것 같다. 스스로도 말하는 게 점점 는다고 생각하니 더 신이 나서 여기저기 친구들에게 말을 걸기 시작했다.
일하는 것도 점점 여유가 생겼다. 물론 몸은 힘들지만 할때만큼은 미친듯이 삽질하고 톱질하고 재미가 있다. 개중에 가장 힘들었던 일은 스웜이라는 이끼 같은 게 잔뜩 있는 연못에서 나무를 뽑는 일이었는데, 이 스웜이란게 폭신폭신 하지만 물 위에 떠있는 것이라 중심을 잘못 잡으면 푹 빠진다. 스웜에 빠진 첫 타자는 바로 나!! 였다. 다들 깔깔 웃고 난리가 났다. 이미 옷을 버린 터라 옷 따위 신경쓰지 않고 더더욱 나무뽑기에 전념을 다할 수 있었다. 깔깔 웃엇던 친구들이 하나둘 빠지기 시작한다. 서로 엉망인 모습을 보고 웃어버리곤 다들 일을 열심히 했다. 이상한 가사를 붙여 노래를 부르는가 하면 서로 팀을 짜서 경쟁을 하고 일 조차 놀이마냥 즐길 수 있었다.
일정 중간에는 지역 주민들과 만나 대화하고 그 분들의 일을 도와드리는 날도 있었다. 우리가 그 지역의 자연보존을 위해 각 나라에서 날아온 자원봉사자들이라는 걸 아시면 더더욱 잘 챙겨주시고 맛난것도 주시는 등 우리에게 호의를 베푸셨다. 특히나 저 먼 극동아시아에서 온 내가 신기하신 듯 관심을 더 보여주셨다.

매일 저녁 식사 시간에는 각 나라의 대표적인 음식들을 맛볼 수 있었다. 스페인의 감자오믈렛 또띠아빠따따와 샹그리아, 체코의 덤플링이 들어간 감자수프, 터키의 파프리카 속을 고기로 채워 찐 요리, 영국의 피시앤칩스 등 여러 음식들이 등장했다. 물론 나도 한국요리를 시도했었다. 그러나 혼자서 하는 20인분의 요리는 정말 힘들었다. 고추장 하나 믿고 시도한 비빔밥은 결국 실패했지만, 다들 그 소스가 정말 정말 맵지만 맛있었다고 위로해 주어 모두에게 고마웠다. 혹시 몰라 챙겨간 라면과 짜파게티가 인기폭발했던건 좀 의외였다. 한국 요리를 소개하면서 우리의 문화와 한글에 대해 설명하고 싶었는데, 생각만큼 한국에 대한 관심도가 떨어지는 것 같아 조금 아쉬웠다. 특히나 일본친구들에게 관심을 더 보이는 모습을 보며 우리 나라를 더더욱 잘 알릴 수 있고 다들 관심가질만한 컨텐츠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밤마다 어울려 얘기하고 게임도 하고 맥주도 마시고 하는 동안 서로 매우 가까워졌다. 주말이나 저녁시간에는 주변에 큰 도시로 나가거나, 동네 펍에 놀러가기도 했다. 다들 놀겠다는 일념 하나로 그 밤에 자전거 램프를 키고 다들 버스정류장까지 나가는 그 상황이 너무 웃겼다. 물론 나도 즐겼지만 말이다.
언제 실현가능할 진 모르겠지만 서로 나라에서 만나자고 약속하는 등 다들 너무 친해졌다.
캠프가 끝나는 날에는 몇 몇 친구는 눈물을 보였는데, 2주 동안 이렇게 가까워질 수 있구나 싶어서 신기했고, 처음에 와서 아 포기하고 싶다고 계속 징징댔던 나를 반성하게 됐다. 그리고 결국 끝까지 버텨낸 나에게도 우리 캠프 친구들에게도 박수를 보내고 싶었다. 중도하차 없이 모두 끝까지 해낸 우리가 참 대견하다 싶었다.
부끄럽지만 누군가 이 글을 보게 된다면 워크캠프는 언젠가는 꼭 가보라고 권해주고 싶다.
소심과 의지박약의 대명사인 내가 이렇게 잘 견뎌내고 좋은 추억으로 남긴 것을 보면 아마 다른 사람들에게도 좋은 추억이 되지 않을 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