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후기

60kg 짐 들고 떠난 프랑스 워크캠프

작성자 오수정
프랑스 JR12/214 · SOCI 2012. 06 - 2012. 07 Etoile sur Rhone

EMMAUS 2

참가 전 준비와 마음가짐

워크캠프 참가 전, 꽤 많은 워크캠프 참가자가 그렇듯 나도 덴마크에서 교환학생을 하고 있었다. 한국에서 워낙 먼 곳이고 다시 오기 힘듦을 알기에 떠나기 전에 무언가 특별한 경험을 해보고 싶어 선택한 것이 바로 국제워크캠프이다.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과 합숙을 하며 무언가 봉사를 한다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3월 지원을 하고 참가합격이 발표된 후 Valence라는 미팅 장소도, Emmaus라는 커뮤니티가 어떤 것을 하는 것인지도 알지 못한 채 미팅 날짜가 다가왔고 나는 덴마크에서 60kg에 달하는 귀국 짐들을 질질 끌고 프랑스로 날아갔다.
혹시나 늦으면 혹은 사람들을 만나지 못하면 어쩌지 하는 불안한 마음과는 달리 미팅 포인트인 Valence 기차역에서 무사히 캠퍼들과 리더를 만날 수 있었고, 우리 캠프에는 미국에서 온 친구 2명, 캐나다 퀘백에서 온 친구 1명, 스페인에서 온 친구 1명, 리더인 프랑스 친구 1명과 나와 같이 한국에서 온 친구 1명, 총 여자만 7명으로 구성되었다. 비교적 작은 규모의 인원이었으나 우리 말고 그곳에서 일하는 20여명은 companion분들이 계셔서 시끌벅적한 생활을 할 수 있었다. 워크캠프 참가 전 나의 최대의 고민은 언어였다. 참가 신청 전에 캠프에 대해 충분히 살펴보지 않아서 공용어가 영어 말고 프랑스어가 있다는 사실을 모른 채 신청을 한 것이다. 아는 프랑스어라고는 ‘봉주르’밖에 모르는 사람이 어떻게 2주동안 프랑스어가 공용어인 곳에서 생활을 해야 할지 눈앞이 캄캄했으나 어떻게든 되겠지 하는 마음으로 대책없이 길을 떠난 것이었다. 다행이 프랑스어를 못하는 사람은 나뿐만이 아니라 미국친구 2명도 상황이 똑같았고, 캠프 리더와 스페인 친구가 프랑스어와 영어를 모두 능숙하게 잘 할 수 있어서 생각했던 만큼 어려움은 없었다. 한국친구도 프랑스어를 공부하는 친구라 나의 통역을 담당해주었다. 다만 퀘백에서 온 친구는 영어를 할 줄 몰라서 의사소통에 원활히 되지는 않았고 같이 일하는 companion분들도 프랑스어밖에 할 줄 몰라서 교류를 하는데 어려움이 있긴 했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서로 눈치코치로 하고 싶은 말을 알고 바디랭귀지로 혹은 간단한 단어들로 의사를 표현하는 사이가 되었다.
미팅 포인트에서 모든 사람이 모이고 우리는 차로 우리가 지내게 될 Emmaus로 갔다. Valence에서는 조금 떨어져 있는 Etoile sur Rhone이라는 작은 마을에 위치한 사회 커뮤니티의 한 종류이다. 숙소는 Emmaus에 있는 건물 중 하나를 침대와 여러 물건들을 가져다 놔서 우리의 숙소로 개조를 해 주셨다. 건물은 옛날의 작은 교회로 쓰였던 곳이라고 들었는데 아름다운 성같이 생겼다. 돌담과 장미나무 등 동화에서 나오는 건물에 우리가 산다는 것이 믿기지 않았다. 친구들도 모두 열악한 환경을 예상했는데 너무 이쁜 2층집에 심지어 와이파이까지 되는 숙소환경에 감탄을 그치지 못했다. 시내는 우리가 지내는 숙소와 20분정도 걸렸고 시내라고 해봤자 술집 몇 개와 작은 마트가 전부였다. 하지만 마을이름 Etoile(프랑스어로 별) 답게 별이 참 많은 하늘과 근처에 널려있는 해바라기 꽃밭, 살구나무 등등 정말 아름다운 자연과 함께 매일 여가시간이 행복했다.
우리가 일을 한 Emmaus는 노숙자나 사회적 약자를 돕는 커뮤니티로 각 가정에서 안쓰는 물건들을 기부받아 그것을 골라낸 후 팔아서 커뮤니티를 운영하는 사회기업이다. 이 곳에는 20여명이 일을 하고 계셨는데 대부분이 루마니아에서 온 사람들이고 그 밖에 앙골라, 알제리 등 국적도 다양했다. 이들을 companion이라고 불렀는데 우리가 하게 될 일은 이 분들을 도와 오전(8시부터 12시)에는 기부받은 물건 중 팔 수 있는 좋은 물건을 골라내는 작업을 하고 오후(2시부터 5시30분)에는 바로 옆에 있는 가게에서 그 물건을 파는 일을 했다. 일을 하는 것은 정말 단순하고 편한 일이라 전혀 힘들지는 않았지만 하루에 7시간 30분이라는 긴 시간을 일하다보니 조금 지루하거나 심심하기도 했다. 하지만 캠프리더와 companion분들이 자주 일은 어렵지 않은지 피곤하지는 않은지 물어보며 어려운 일이 있으면 언제든 말하라고 우리를 챙겨주셨고, 일하는 중간중간 충분한 휴식시간과 땡땡이(!), 티타임은 즐거웠다.
우리의 워킹 데이는 화요일부터 토요일까지였는데, 목요일은 가게 문을 닫는 날이므로 오전 오후 내내 물건을 고르는 일을 했고 나머지는 스케쥴대로 진행되었다. 점심시간인 12시부터 2시까지, 그리고 5시 반부터 자기 전까지는 개인적으로 여가시간을 보내게 되었다. 대부분의 점심시간은 숙소 안에서 인터넷을 이용하거나 낮잠을 자는 등 휴식에 이용했고 저녁시간은 단체로 시내를 놀러가거나 자전거를 타러 가는 등의 시간을 가졌다. 개인적으로는 이 저녁시간이 워크캠프 중 가장 행복한 시간이었다. 모든 캠퍼들과 몇명의 companion분들이 모여서 걸어서 시내의 스포츠경기나 마술쇼, 콘서트 등을 구경가고, 차를 가지고 야시장에 놀러가서 구경을 하고 맥주를 마시고 오고, 자전거를 타고 동네를 한 바퀴를 돈다던지 하는 여유로운 생활이 정말 행복했다. 저녁시간이 되면 날씨도 선선하고 주변 경관도 너무 아름다워서 걸어다니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고 노는 동안 사람들과 더욱 친해질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물론 이 활동은 강제가 아니여서 혹시 그 날 컨디션이 안좋거나 가기가 싫으면 당연히 개인시간을 가질 수도 있었다. 주말은 차를 타고 근교의 아비뇽이라는 도시로 놀러갔다. 도시락까지 companion분들이 준비해주시고 모든 입장료와 음료수도 모두 계산해주셔서 정말 감사했다. 또 근처에 있는 호수로 수영을 하러 가기도 하고 시내구경을 하러 가기도 했다.
식사는 companion분 중 요리사분이 계셔서 그 분이 모든 아침 점심 저녁을 전담하셨다. 내 워크캠프 중 가장 좋았던 점 중 비중있는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 바로 식사시간이다. 요리사 출신이셔서 모든 요리가 생선, 스테이크등의 코스로 준비되었고 매일매일 다양한 메뉴로 프랑스 정통음식, 우리를 위한 아시안푸드까지 만들어주셨다. 게다가 여러 가지 종류의 치즈와 빵과 요거트, 후식까지 모든 캠퍼들이 입에 ‘so good’을 달고 살았고 모두가 살이 쪄서 돌아갔다.. 다른 캠프는 직접 식사를 만들어 먹는다고 들었는데 우리는 우리 캠퍼들 뿐만 아니라 다른 companion분들도 함께 생활하는 단체였기 때문에 우리가 식사를 만드는 것은 필요가 없었다. 다만 캠프가 끝나기 몇 일 전, 나와 한국친구, 스페인친구가 international dinner를 준비하기 위해 음식을 만들었고 요리사분이 옆에서 우리를 도와주셔서 30인분정도의 식사를 직접 대접하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우리는 가지고 간 카레소스와 불고기 양념으로 카레와 불고기를 만들었는데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맛있게 드셔주어서 감사했다.
떠나는 시간은 울음바다였다. 캠퍼들끼리 몇 십 장씩 사진을 찍고 선물과 카드를 주고받고 특히 companion분들과 너무 많은 정이 들었다. (그 2주동안 남자 companion과 사귀는 캠퍼도 있었다..) 헤어지기 전 특별한 무언가가 없을까 고민을 하다가 같이 생활했던 모든 사람들의 사진을 찍어서 큰 하트사진을 만들었다. (맨 위 표지사진) 모든 사람들이 너무 감동적이라며 좋아했고 이메일 주소를 받아 모두 보내주었다. 뿌듯한 경험이었다. 마지막 식사를 하고 차로 우리를 역까지 데려다 주는데 너무 기분이 이상하고 내일 또 일을 해야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결국 나와 몇 명의 캠퍼들은 몇 일 뒤 서로의 여행 중 파리에서 재결합을 해서 다시 만났고 지금도 종종 페이스북을 통해서 연락을 하곤 한다.
한국으로 돌아온 지금 이 주 동안의 워크캠프가 가끔 꿈처럼 아득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매일매일이 행복하고 즐거웠던 마치 프랑스에서 전원생활을 하는 것 같았던 그 생활이 지금도 무척이나 그립다. 헤어지기 전 친구들과 ‘We will miss here so much.’라는 말을 많이 하곤 했는데 그 말이 입에 발린 말이 아니였고 나뿐만 아니라 같이 생활했던 친구들도 그 곳을 그리워하고 있다는 것이 지금도 느껴서 기분이 좋다. 이 주동안의 시간이 봉사활동 뿐만 아니라 여러 친구들과 함께 생활하며 다른 문화를 체험하고 그 안에서 시야가 넓어지고 조금 더 성장할 수 있는 시간이 되었던 것 같다. 처음에는 이 주가 너무 길지는 않을까 걱정을 하기도 했지만 다음에도 나에게 이런 기회가 주어진다면 그때는 정말 주저없이 선택할 수 있을 것 같다. 너무나도 그리운 내 워크캠프, 앞으로 오랫동안 내가 지칠때마다 꺼내보며 웃을 수 있는 소중한 기억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