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후기

이탈리아 호수마을, 특별한 여름 이야기

작성자 진민경
이탈리아 Leg43 · ENVI 2012. 06 - 2012. 07 Piediluco, Terni, Italy

Piediluco lake

참가 전 준비와 마음가짐

덴마크에서 1학기 교환학생 활동을 마친 뒤 귀국 전 여름방학에 워크캠프를 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워크캠프를 고를 때 나라를 선택하기 보다 봉사활동 내용을 보고 선택을 했습니다. 보통 워크캠프 개최지는 관광지나 대도시 보다는 근교의 작은 시골마을이 많기 때문에 어느 나라를 가도 상관 없을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저는 환경 쪽에 관심이 있었고 제가 가능한 시기에 맞는 워크캠프를 고르다 보니 이탈리아의 호수에서 하는 워크캠프가 눈에 띠었고, Water Festival을 함께 준비하고 참여한다는 말에 무척 끌려서 이번 워크캠프에 참가하게 되었습니다.
이전에 유럽여행을 혼자 여러 번 다닌 뒤라 워크캠프 미팅 장소로 가는 것에 대해서는 별로 걱정을 하지 않았습니다. 워크캠프 시작하기 2-3주 전에 인포짓을 받고 거기에 쓰인 대로 준비하니 큰 어려움은 없었습니다. 한 가지 당황했던 점은 지형이 좋지 않으니 캐리어 대신 배낭을 매고 오라고 쓰여있었고 침낭도 필수이며 운동화도 발목위로 올라오는 운동화를 가져오라고 쓰여있었던 점입니다. 저는 짐이 많아서 캐리어를 가져갈 생각이었고, 발목위로 올라오는 운동화도 없었으며 처음에 지원할 때 침낭얘기가 없길래 침낭이 필요 없는 줄 알았거든요. 아무튼 결과적으로 캐리어는 가져갔지만 큰 문제가 되지 않았고, 운동화도 일반 운동화를 신었지만 아무 문제가 없었으며 침낭은 친구에게 잠시 빌려서 가져갔습니다. 다음에 워크캠프를 가실 분들에게 얘기하자면 침낭은 가격이 저렴하니 사가면 될 것 같구요 캐리어는 담당자에게 메일을 보내 물어보는 게 확실할 것 같습니다. 운동화도 그렇구요.
그렇게 하여 미팅 장소에 도착하여 친구들을 처음 만나고 좀 기다리니 워크캠프 리더가 마중을 나오러 왔습니다. 처음엔 다들 어색해 했어요. 외국인도 한국인이랑 같은 사람인 게 느껴지더라구요. 저희는 작은 학교에서 머물었습니다. 조립식 침대를 펴고 여자는 여자방, 남자는 남자방에서 잠을 잤어요. 지하에 큰 주방이 있어서 그곳에서 음식을 만들어 먹었구요. 화장실도 학교 안에 있는 화장실을 썼고 샤워실은 학교 바로 앞에 체육관에 딸린 샤워실을 이용했습니다. 물론 깨끗하진 않았어요. 여자 샤워실은 칸도 하나밖에 없어서 처음엔 이거 하나로 어떻게 다같이 쓸까 했는데 별 문제 없이 잘 씻고 지냈구요.
이제 본격적으로 봉사활동 내용에 대해서 이야기 하겠습니다. 워크캠프 참가 인원은 총 15명 이었구요, 매일 2명씩 돌아가면서 요리를 했어요. 요리를 하는 날에는 봉사활동을 나가지 않고 요리준비, 설거지, 학교 청소 등을 했습니다. 리더들까지 합쳐서 총 17명 이었으니 17인분의 음식을 준비했죠. 생각보다 만만치 않더라구요. 저는 불고기양념과 짜파게티 두 개, 신라면 두 개를 가져갔었는데 저희 워크캠프 사정상 고기를 푸짐하게 먹을 여건이 되지 않았고 양념도 충분하지 않아서 결국 불고기는 먹지 못했구요, 짜파게티는 두 개를 끓여서 저녁 먹기 전에 애들한테 맛보라고 했는데 다들 괜찮은 반응 이더라구요. 특히 체코 친구 두 명이랑 이탈리아 친구는 무척 좋아해서 계속 먹었어요. 인원이 많지 않다면 불고기랑 짜파게티를 준비해가는 것도 추천합니다. 그리고 봉사활동은 정말 다양한 일들을 했는데요, 한 번 나열해 보겠습니다. 성곽 주변 잡초 제거, 정신장애인 재활센터에서 재활용지 만들기, 재활용지로 파일과 쇼핑백 만들기, 학교 울타리 페인트칠 하기, 동네 공원 쓰레기 줍기, 호숫가 쓰레기 줍기, 종이로 꽃 장식 만들기, 페스티발에 쓰일 배 꾸미기, 배 노 젓기 연습, 수도자 옷 입고 성에서 열린 마을잔치 도우미 역할, 페스티발을 위한 구조물 설치, 마지막 날 페스티발에 참가하여 밤에 배에 올라 촛불 들고 배 밝히기. 이 정도가 되겠네요. 힘든 점을 굳이 꼽자면 날씨가 거의 40도에 육박했기 때문에 햇빛도 강하고 무척 더웠어요. 하지만 한국처럼 습기가 많은 게 아니라서 바람도 불고 건조해서 생각보다 괜찮았구요. 외국 애들은 피부 태운다고 좋아했지만 저는 항상 챙 넓은 모자랑 썬글라스와 썬크림을 챙겨 다녔답니다. 그리고 날씨가 더운 만큼 봉사활동은 아침 일찍 시작해서 점심 먹기 전에 끝났어요. 그렇기 때문에 가장 더운 시간인 오후에는 실내에 있거나 물놀이를 가거나 할 수 있었답니다. 하루에4-5시간 정도 봉사활동을 한 것 같네요. 마지막 날 우리가 직접 준비한 배를 타고 노를 저으면서 호수를 가로지른 것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Piediluco 호수에 페스티벌을 보러 온 모든 사람들이 저희의 배를 지켜보던 그 순간 정말 뿌듯했습니다. 혼자서는 하지 못했을 일이지만 여러 명이 함께 조금씩 힘을 모아 한 것이 이렇게 성공적인 결과를 나을 수 있다는 것에 놀랍기도 했구요.
이번 워크캠프에서 이룬 것은 봉사활동 측면에서 보자면 지역사회에 도움이 되었다는 점이 가장 큰 것 같습니다. 사람들이 Piediluco에 와서 자연을 즐기고 옛 성에 올라 전통 음식을 먹으며 시간을 보내고 야외 연극을 보면서 이 지역의 역사에 대해서도 알게 되는 등 이번 축제는 Piediluco Lake를 중심으로 한 이 도시의 존재를 다시 한 번 일깨우는 축제였고 Lake의 소중함을 알리는 축제였습니다. 이 축제의 모든 구석구석에 워크캠프 단원들이 손길이 깃들었던 것이죠. 사람들과의 소통의 측면에서 보자면 정말 각국의 친구들을 사귈 수 있는 좋은 기회였습니다. 이번 워크캠프에 참가한 친구들은 9개국에서 온 친구들이었습니다. 지난 학기 교환학생을 통해서 외국 친구들을 사귄 경험과 비교하였을 때 워크캠프는 매일매일을 함께 하는 특수한 환경 덕분에 짧은 시간이었지만 빠르게 친해지고 많은 추억을 만들 수 있었습니다. 외국인이 외국인 같이 느껴지지 않고 그냥 같은 사람이라고 느껴지게 된 계기도 바로 워크캠프 덕분인 것 같습니다. 친구들과 친해진 후에는 떠나기 전날 한글도 알려주고 한글 이름도 종이에 적어주었는데, 흥미로워 했습니다. 불고기 소스도 이용하지 못하였기 때문에 친해진 친구에게 선물로 주었습니다. 헤어지기 전 모두 페이스북 아이디를 교환하고 헤어진 후에도 페이스북을 통하여 서로 소식을 주고 받고 있습니다.
봉사활동 이외의 활동에 대해서 말씀 드리자면, 저희는 작지만 많은 여행을 다녔습니다. 유럽에서 가장 크다는 폭포에도 갔었고, 캠프 리더의 고향에 놀러 가서 무척 맑은 물 속에 다이빙을 하기도 했구요, 근교 도시에 놀러 가기도 하였고, 근교 마을에서 열리는 축제에 놀러 가기도 했어요. Piediluco 호수에서 보트를 빌려서 타며 놀기도 했고 호수에서 수영도 했구요, 근교 유명한 산에 등산을 가기도 했습니다. 밤에 학교 앞에 있는 디스코장에 가서 춤을 추면서 놀기도 하고, 바비큐 파티도 가고, 셀 수 없이 많은 추억을 만들었습니다. 지금 다시 생각해도 꿈만 같네요.
워크캠프를 하면서 외국 친구들과 미래 꿈에 대한 얘기를 나누기도 하고 각 나라의 교육 제도에 대해서도 얘기해 보고 문화적 차이를 얘기해 보기도 하며 다른 나라에 대한 이해를 넓힐 수 있었습니다. 취업에 대해서 물어보았을 때 Mexico 친구는 한국 학생들처럼 같은 걱정을 하고 있었고 나중에 어떤 직업을 갖고 싶냐고 Canada 친구에게 물어보았을 때는 보통 사람들처럼 안정적인 삶을 살 수 있을 만큼의 돈을 벌 수 있는 직업을 갖고 싶다고 하더라구요. 그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우리나라만 취업 때문에 걱정하고 힘들어 하는 건 아니구나 하고 위안을 삼았습니다. Turkey 친구와 미래 직업에 대해 얘기 할 때에 그 친구는 해외에 나가서 일을 하고 싶다고 했습니다. 자기 나라보다 더 자유로운 분위기의 직장에서 일하고 싶다고 하더라구요. 세계화가 실감나는 순간이었습니다. Canada 친구의 이성 문제에 대한 얘기를 들었을 때는 무척 개방적인 생각에 놀라기도 했구요. France친구들이 Mexico친구와 Spain어로 대화를 하는 모습도 신기했습니다. 유럽 친구들은 다른 유럽 나라의 언어도 많이 배우는 것 같더라구요. Turkey 친구들은 종교적 이유로 정말 돼지고기가 들어간 음식은 먹지 않았는데, 상상했던 이슬람교 사람들의 모습과 그 친구들의 모습이 너무 달라서 제가 여태껏 착각 속에 살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친구들은 그냥 평범한 친구들이었어요. Czech친구들에게 이제 집에 돌아가면 방학 동안 뭘 할 거냐고 물어보니 수영을 한다 그러는데, 무척 여유로워 보이는 그 대답에 부럽기도 했습니다. France 친구에게 달팽이요리가 유명하던데 전에 갔을 때 못 먹어봐서 아쉽다고 하니 개구리 뒷다리 요리가 더 맛있다고 했던 기억도 나네요. 다음에 France에 또 가게 되면 개구리 뒷다리 요리를 먹어 보려구요. Russia 친구는 가족을 무척 그리워했습니다. 언젠가 그 친구가 사진을 보여주는 데 가족에 여동생이 3명이 있고 고양이도 두 마리나 키우고 있더라구요. 그제서야 왜 그 친구가 그렇게 가족을 보고 싶어 하는지 이해가 됐습니다. 너무 자식이 많은 것 아니냐고 물어보니 자기 동네는 그게 일반적인 것이라고 하더라구요. 그런 가족이라면 가족간에 정이 참 끈끈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요새 우리나라는 자식을 낳지 않아 문제가 되고 있는데 말이죠.
저희가 머물었던 학교에 클래식 기타가 있어서 몇 번 기타를 치면서 한국노래를 불러준 적이 있습니다. 외국인 친구들이 무척 좋아 하더라구요. 물론 한국 말을 못 알아 듣기 때문에 가사 내용은 따로 해석을 해주었습니다. 저 이외에도 기타를 칠 줄 아는 친구들이 몇 명 있어 서로 자기 나라의 노래를 연주하면서 노래를 부르기도 했습니다. 각 나라의 언어로 된 음악을 직접 들을 수 있는 좋은 기회였습니다. Turkey친구들의 노래는 참 색다른 매력을 가지고 있어서 기억에 남습니다.
같이 워크캠프를 했던 친구들은 대체로 수영을 잘 했습니다. 한 친구에게 물어보니 물에 빠져서 죽지 않을 정도까지는 꼭 수영을 배운다고 합니다. 이번 워크캠프에서도 호수에서 몇 번 수영을 했는데, 발이 닿지 않는 깊이였지만 다들 잘 떠 있더라구요. 한국인인 저와 한 언니만 제자리에서 떠 있고 근방에서만 수영을 하고 놀았던 기억이 납니다. 떠 있는 것만 해도 무척 힘든데 멀리까지 수영해서 나갔다 들어오고, 물 속에서 공 놀이도 하는 모습을 보면서 외국 친구들 체력이 참 좋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체력이 모든 일을 할 때 기본이 되는 것인데, 나도 더 강해져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그 외에도 느끼고 배운 점이 참 많지만 이정도에서 마무리 짓도록 하겠습니다. 아마 워크캠프를 지원하기 전, 또는 지원하고 준비하는 도중에도 약간의 두려움과 걱정이 있을 텐데 그런 것들은 모두 머릿속에서 지워버리시고 설렘과 자신감만 가지고 오시길 바랍니다. 제가 워크캠프를 하면서 느낀 것 중에 이런 것이 있습니다. ‘내가 남 신경 쓰고 걱정할 시간에 저 친구들은 인생을 즐기는 것 같다. 나도 걱정 따위는 내려놓고 지금 이 순간을 즐기자.’ 라는 것입니다. 물론 이 생각은 제가 디스코장에 놀러가서 느낀 것이지만 그 이외에도 많은 상황에서 같은 것을 느꼈기에 이렇게 말씀드립니다. 무엇이 주어지든 적극적으로 도전할 마음만 가져오신다면 보람찬 워크캠프를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아직도 워크캠프를 갈까 말까 고민하고 있는 분들께 강력하게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