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후기

텐트 생활, 낭만으로 물들다

작성자 김지인
프랑스 CONC 013 · RENO/FEST 2012. 08 Laxion Castle, Corgnac-sur-l'Isle

Laxion

참가 전 준비와 마음가짐

보고서를 쓰고 있는 이 순간이 워크캠프에 있을 땐 언제 올까 싶었는데 정작 쓰고 있으니까 워크캠프를 다녀온 것이 꿈만 같다. 워크캠프를 통해 나는 많은 것을 배웠고 많은 사람들을 얻은 것 같다.
파리에서 3일 동안 평생 잊지 못할 여행을 하고 난 후, 5시간의 기차를 타고 미팅포인트로 갔다. 약속시간보다 4시간이나 일찍 간 탓에 한참을 기다렸다가 같은 학교 영철이 오빠와 워크캠프 리더 릴라, 맥스, 그리고 멤버들을 만났다. 어색한 첫 만남이었지만 너무 너무 설레고 어떤 일을 할지 어떤 숙소일지 기대가 되었다. 숙소 도착 후 솔직히 충격을 받았었다. 아무 것도 없는 풀밭에 텐트 7개와 전기가 3일 동안 없을 거라는 부엌과 화장실....... 화장실은 물 내리는 게 아닌 볼 일 후 흙을 부어야 하는 참 원초적인 곳이었다. 이 곳에서 2주 동안 어떻게 머물지 생각만 해도 아찔한 순간이었다. 하지만 그 생각은 며칠은커녕 하루도 가지 않았다. 낭만에 약한 나는 촛불 켜놓고 식탁에 다 같이 앉아 자기소개를 하던 그 순간을 잊을 수가 없다. 주위에 아무것도 없는 촌이었던 워크캠프 장소는 별이 쏟아질 것 같아서 북두칠성과 카시오페아를 한 눈에 찾아볼 수 있었다. 그 날밤 같이 텐트를 썼던 일본인 친구 미카와 처음 만난 것 치고는 많은 얘기를 나누었던 것 같다.
워크캠프 일은 Laxion castle 주위에 돌담을 쌓는 일이었다. 비교적 한국보다는 덜 더운 날씨라 일이 그리 힘들지 않을 것 같았다. 하지만 한낮은 견딜 수 없이 햇볕이 따가웠다. 일 시작한 초반에는 주위에 있는 돌을 크기 별로 나누고 바닥에 있는 돌을 다 캐내서 고르게 만드는 것이었는데 정말 힘들었다. 태어나서 이렇게 많은 돌을 본 것도, 옮긴 것도 처음이었다. 솔직히 농땡이도 좀 부리고 쉬엄쉬엄 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우리 워크캠프 멤버들이 일을 정말 열심히 했다. 그러다 보니 자극도 되고 나의 안일한 생각 때문에 한국인, 계명대 학생으로서 누를 끼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내 입으로 말하기 그렇지만 나는 정말 열심히 일했다고 말할 수 있다. 더 열심히 하게 된 이유는 돌담을 쌓는 일의 총 책임자인 맥스 덕분이었다. 맥스는 영어를 전혀 하지 못하고 프랑스어와 스페인어를 유창하게 할 수 있는 프랑스인이었다. 그 더운 땡볕에 일을 잘 못할 수 있는 우리에게 한 번도 인상을 찌푸린 적이 없었다. 늘 웃는 모습으로 모든 것을 상세히 알려줬고 “Jolie, jolie(좋아, 아름다워)"라고 말해주었다. 일을 마친 어느 날 밤, 한글로 쓴 편지를 맥스에게 전해주었었는데, 맥스가 답례로 체게바라 담배 곽에 ”Hast la victoria siempre! Jolie Kim. (영원한 승리를 위해서, 아름다운 Kim에게)"라고 써서 주었는데 너무 감동적이었다. 그 이후로 나는 프랑스를 전혀 못하고 맥스는 영어를 전혀 못해 맥스와 제대로 된 대화 한 번 한 적 없었지만 눈빛과 행동으로 우리 워크캠프 멤버들을 정말 아껴주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처음에는 어색했던 모든 워크캠프 멤버들, 시간이 지날수록 우린 함께 웃는 시간이 많아졌고 이야기도 많이 나눴고 장난도 치게 되었다. 함께 근처 큰 도시에서 투어도 하고 사진도 찍고, 바다 같았던 호수에 가서 수영도 하고 물놀이도 하고, 여가시간엔 수많은 카드게임을 하면서 첫째 주는 어색했지만 둘째 주에는 빛의 속도로 친해졌다. 특히 친해진 계기가 우리 워크캠프 멤버들은 음악을 굉장히 좋아했다. 여가시간에는 늘 음악을 틀어 놓고 있었는데 어느 날 K-pop을 듣고 싶어 해서 빅뱅의 “Fantastic Baby"를 들려줬었다. 반응은 가수 빅뱅의 이름처럼 폭발적이었다. 그 날 이후 매일같이 아이들이 틀어달라고 했었다. 한국인으로서 자랑스러웠던 순간이었다. 그 덕분에 나는 그 곳에서 "Fantastic Baby Kim"이었다. 그리고 식사 당번 때 한국 음식으로 라면과 불고기, 볶음밥을 해주었는데, 불고기는 정말 인기가 대단했었다. 한국에서는 요리를 제대로 한 적이 없었는데 여기서 다들 맛있어 하니 안도가 되면서 기뻤다. 그 인기 덕분에 워크캠프 마지막 날 저녁을 만들어달라고 부탁 받았다. 하지만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그 날 음식을 망해버렸다. 워크캠프 중 제일 아쉬웠던 순간을 꼽으라면 마지막 날 요리라고 말하고 싶다. 또 다른 계기는 멤버들이 한글을 굉장히 멋있다고 했다. 매일 밤에 일기를 쓰던 것을 본 아이들이 한글로 자기 이름을 써달라고 해서 모두에게 써주었다. 일본인 친구는 일본어는 한글과 다르게 이름을 바꾸는 것이 굉장히 어려워했지만, 한글은 들리는 대로 쓸 수 있다는 것에 자부심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반크를 통해 받았던 한국지도와 세계지도를 통해서 한국이 어디 있는지, 멤버들이 사는 곳이 어딘지 보고 이야기하면서 서로 먼 곳에서 왔지만 이렇게 함께 친하게 지낼 수 있다는 것을 말하지 않아도 서로 다들 느낀 것 같았다.
스페인 친구 2명과는, 예전에 미국에 어학연수 갔을 때 가고 싶은 나라를 소개하는 프레젠테이션 숙제가 있어서 그것을 보여주었더니 굉장히 기분 좋아하는 것 같았다. 자기 나라에 대해 이렇게 자세히 알고 있던 나를 더욱 반가워하는 것 같았다. 주제가 스페인의 대표적인 축제인 ”La tomatina"였는데 토마토를 던지는 젊은이들의 축제이다. 한 번도 한 적이 없다던 이작과 라우라에게 내가 언젠가 스페인에 가게 된다면 꼭 함께 가자고 손가락 걸고 약속하면서 가까워졌다. 이렇게 워크캠프 멤버들과 가까워질 때마다 워크캠프를 하지 않았다면 못 만났을 애들이라는 생각이 들면서, 헤어질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생각에 기쁘면서도 슬펐다.
이렇게 친해진 덕분에 일을 하는 능률도 배가 되었다. 언제 다 쌓을 수 있을까 하면서 발목까지도 안 왔던 돌담이 무릎까지 오고, 허리를 넘어서고, 가슴까지 쌓여서 발 밑에 나무 판자를 쌓아야 하는 순간이 순식간에 찾아왔다. 돌담을 쌓을 때 참 쉽지 만은 않았다. 그냥 쌓으면 될 줄 알았던 돌담은 수평을 유지해야 해서 줄을 항상 신경 쓰면서 쌓아야 했고, 한 층을 쌓으면 라임이 마를 때 까지 기다려야 하고, 아무 돌이나 쌓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돌 크기나 모양에 따라 놓아야 할 위치가 다 달라서 머리가 아팠다. 세상에서 제일 어려운 난이도의 퍼즐게임 같았다. 그 퍼즐게임이 내 머리를 넘어섰을 때 우리가 헤어져야 할 순간이 다가왔다. 마지막 돌담 쌓기 전날에 와인을 마시고 그 속에 편지를 써 넣었었다. 그 와인 병을 돌담 가장 큰 돌 밑에 묻었다. 그 편지를 볼 수 있는 순간이 오기를, 다시 모든 사람들을 만나기를 간절히 바란다. 마침내 우리의 워크 일정은 끝났지만 우리는 돌담을 완성시키지 못했다. 시간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많이 쌓아 올렸지만 완성시키지 못하고 떠난 다는 것이 정말 안타까웠다.
마지막 날, 바비큐와 마시멜로를 구워 먹으면서 Laxion castle 주인인 게일과 그의 부인 봉수아, 근처 다른 워크캠프 사람들과 시간을 보냈다. 마지막으로 성을 한 번 더 둘러보고 꼭대기에 올라가 우리 쌓아 올린 돌담도 보았다. 높은 데서 보니 참 작아 보이는 돌담이었지만 저 돌담을 얼마나 힘들고 재미있게 쌓아 올렸는지 나와 우리 멤버들은 다 알 것이다. 게일은 우리가 이 성의 주인이나 마찬가지이며 언제든지 찾아오면 늘 환영해줄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그 성에 우리의 이름을 새길 것이라고도 했다. 그렇게 즐거운 마지막 밤을 보내고 다음 날 아침, 마지막 인사를 놓치지 않기 위해 일찍 일어났다. 러시아 소녀들 나탈리와 소피, 스페인 친구 라오라를 맨 처음 보냈을 때 슬펐지만 실감나지 않았다. 두 번째로, 룸메이트였던 일본인 친구 미카와 타이완 친구 트리스탈, 프랑스 친구 퀑텐을 보낼 땐 울컥했다. 세 번째로 영철이 오빠와 나와 클레멘타인이 떠날 때 내가 떠나는 입장이 되고, 우리가 밥 먹었던 식탁과 너무 추워 견딜 수 없었던 텐트가 없는 풀밭을 보니 눈물이 났다. 나와 영철이 오빠를 정말 잘 챙겨줬던 맥스를 보니 눈물을 주체할 수 없었다. 울지 않으려 했는데, 내가 울면 다 울 것 같아 꾹 참으려 했는데, 역시나 맥스가 나 때문에 울기 시작했다. 지금 생각하니 너무 미안한 마음이 든다. 웃으면서 안녕하고 싶었는데 울면서 하는 안녕은 왠지 다시는 못 만날 것이라는 안녕 같았다. 모두에게 썼던 편지를 나눠주고 작별 키스를 하고 기차역으로 왔다. 우리를 기차역에 태워줬던 리더 릴라와 안녕할 때도 결국 함께 울어버렸다. 웃으면서 안녕하지 못한 것이 두 번째로 큰 아쉬움이다. 헤어짐이 아쉬운 우리들의 침묵 속에 다시 만날 수 있을 거라고, 고마웠다고 인사를 제대로 못한 채 울면서 안녕한 것이 너무 아쉽다.
나는 이번 워크캠프를 통해서 일상의 소중함, 사람들의 소중함, 함께 하면서 무언가를 이룰 수 있다는 것을 배웠다. 전기가 없고 물 내릴 수 없는 화장실에, 새벽이면 오들오들 떨면서 자야 했던 텐트에서 지내면서 내가 얼마나 편안하고 좋은 환경에서 지내왔었는지 알게 되었다. 언어가 달라 말도 제대로 안 통하는 멤버들과 리더들이었지만 우린 마음을 나눴고 정도 나누었고 친구가 되었다. 돌 쌓아 올리는 일이 너무 힘들다고 투정도 부렸지만 함께 했기 때문에 내 키를 넘어서는 돌담을 쌓을 수 있었다. 일하면서 흘린 땀과 들어 마신 먼지들은 우리가 얼마나 많은 시간을 함께 보냈는지를 증명한다고 생각한다. 지금 이렇게 지난 2주를 회상하면서 글을 쓰고 있는 이 순간, 눈물이 날 만큼 그립고 보고 싶다. 친구들, 사람들, 아름다운 성, 별이 쏟아지던 하늘, 모두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