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후기

바닷속 왕국, 멕시코에서 현실로

작성자 박송이
멕시코 VIVE19 · ENVI 2012. 10 멕시코 Colala

Protecting the Marine Turtles at Colola VI

참가 전 준비와 마음가짐

부모님의 말씀에 따르면 나는 유치원, 초등학교 시절 다른 또래아이들이 만화를 볼 때 나는 비디오테이프 하나에 빠져 있었다고 했다. 엄청난 반복재생으로 다신 볼 수 없을만큼 손상된 ‘바닷속 왕국’. 그 비디오테이프의 영향인지 유난히 바다를 좋아하며 수중생물 기르는것에 관심이 많았었다.
지난 1년동안 워킹홀리데이 프로그램을 통해 캐나다에 머물렀다. 캐나다 생활을 마무리하며 한국으로 돌아가기 전 무엇인가 새로운 도전을 해보고 싶었다. 막연히 멕시코는 캐나다에서 가기 쉽겠다는 생각을하여 인터넷블로그를 통해 여행정보를 수집하기 시작하였다. 우연히 한 블로그를 통해 거북이보호 워크캠프를 알게되었고 그 순간 엄청난 떨림과 설렘을 느꼈다. 내가 태어나고 자라온, 사랑하는 바다에서 바다거북을 돕는 봉사활동… 무조건 참가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캐나다에서 출발하여 멕시코 과달라하라를 통해 콜로라 캠프장으로 가는길은 멀지만 새로운 풍경을 감상하느라 지루하지않았다. 하루 온종일 걸려 도착한 작은 해안마을 colola에 도착했을 때 이미 네명의 참가자들이 먼저 도착해 가장 마지막합류자인 나를 반겨주었다. 캠프멤버는 나를 포함하여 프랑스 친구 둘, 멕시코친구 둘, 총 다섯명이었다. 방학기간이 아니라 그런지 다양한 국가에서 참가하지않았고 20명으로 계획 된 캠프 규모에 비해 적은인원이 아쉬웠지만, 결과적으로 보면 인원이 많지않아 서로 오손도손 지내며 그룹이 나뉘지 않고 다 같이 매우 가까워 질 수 있었던 것 같다.

거북이 보호 봉사활동은 밤 10시부터 새벽2시까지 하게 되어있었다. 어떤 날을 이마저도 다 채우지 못하고 일찍 캠프장으로 돌아오는 날도 많았다. 생각보다 현지봉사자들이 매우 많고 체계적으로 돌아가고있어서 우리같은 잠시 왔다 돌아가는 봉사자들이 할 수 있는일은 많지 않았다. 가끔은 ‘우리가 없어도 충분히 프로그램이 돌아가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의 주임무인 거북 보호활동은 거북이의 알을 수거한 뒤 따로 마련된 부화장에 알을 묻고, 부화된 새끼 거북이들을 바다에 풀어주는 일이었다. 해질무렵이면 거북이들이 해변으로 올라오기 시작한다. 밤이 깊어지면 해변으로 올라 온 산란기의 어미 거북은 뒷발로 땅을 파 적게는 50개에서 많으면 100개 이상의 알을 낳는다. 거북이의 건강상태에 따라 알의 개수가 달라진다고 했는데 100개 이상의 알을 낳은 거북이를 보지 못해 속상했다. 봉사자들은 어미거북이 묻어놓은 모래를 파고 알을 수거하여 부화장에 다시 묻어주는 일을 한다. 거북이 알을 식용으로 사용하려는 사람들과 다른 야생 동물들의 공격으로부터 알을 보고하여 생존율을 높이기 위함이다. 이때, 알을 낳기위해 올라온 거북이의 종류와 몸의 길이, 산란 시간, 개수 등을 적는것도 봉사자들의 할일이다. 수거된 알은 캠프장내에있는 부화장에 자연상태와 비슷한 깊이인 70cm정도의 깊이로 묻는다. 그 후 50일 정도가 지나면 그 깊은 구덩이를 뚫고 작은 새끼거북이가 올라오기 시작한다. 처음으로 새끼거북이가 세상으로 올라오는 장면은 그동안의 모든 경험중 가장 잊지못할 신비로운 장면이었다. 힘겹게 모래를 뚫고 올라왔지만 무서운 세상과 맞서야하는 새끼거북이들을 커다란 바구니에 모아 바다로 보내준다. 바닷물로부터 5~10m정도 떨어진곳에 놓아주면 그들은 본능적으로 바다를 향해 나아간다. 조금 뒤쳐지는 거북이들의 방향을 바로 잡아주는것도 우리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다. 한번에 200마리정도의 거북이를 바다에 보내주는데 그중 한두마리정도만 생존하여 수십년이 흐른 후 알을 낳으러 다시 colola해변으로 돌아온다고 한다.

하루 4시간정도의 짧은 활동덕분에 매일매일 하루의 대부분을 바다에서 수영을 하며 보냈다. 멕시코 현지 참가자 친구가 차를 가져온 덕분에 우리는 다른 참가자들보다 편하게 장도 보고 더 다양한 바다와 멕시코 현지 체험을 할 수 있었다. 2주동안 서로다른 다섯곳의 바다에 가고 수영을 했다. 바다를 좋아했어도 수영을 못했던 나는 매일매일의 바다생활에 마지막에는 튜브나 구명조끼없이 물을 무서워하지 않고 수영을 할 수 있는 정도까지 다달았다. 첫번째 주말에는 친구들과 6시간동안 차를 타고 ‘지후아타네호’라는 큰 해양관광도시로 2박3일동안 여행을 갔다. 두명의 멕시코친구들 덕분에 다양한 현지음식도 체험하고, 마을 축제에도 초대받아 밤새도록 현지인들과 춤추고 노래한 추억도 잊지못할것이다.
틈틈이 스페인어를 공부해 그날 공부한 단어나 문장은 현지 봉사자들에게 사용하였다. 캠프장 공용언어는 영어라서 스페인어를 쓸일이 없었지만, 현지 봉사자들은 영어를 전혀 못해 기초적인 스페인어조차 미리 공부해 가지 않은 내 모습이 답답하기도 했다.

2주동안의 봉사활동.
국적과 생김새는 달라도 같은 마음을 가졌기에 오랫동안 알아온 친구처럼 편안했던 친구들, 멕시코 해변의 뜨거운 햇빛, 거친 파도, 태어나서 처음으로 본 별똥별들, 평생 볼 수 있을까 했던 많은 바다거북이들과 그 새끼들… 정말 꿈 같은 시간이었다. 처음에는 너무 봉사활동시간이 적은게 아닌가 싶었지만 사실, 친구들과 웃고 떠들며 보낸 즐거운 시간에 밀려 거북이 알을 줍고 묻는 고작 4시간의 작업이 귀찮은 노동으로 느겨질 때도 있었다. 그러나 2주동안의 가장 의미 있었던 일은 거북이 알을 보호하는 일이었다. 지금 돌이켜보면, 자연과 그속의 내가 그토록 바랐던, 바닷속 친구 거북이의 생명이 전해 준 감동은 4시간의 노동의 대가로 받기에는 너무나도 큰 감동이었다.

세상에 나온지 30분도 채 안된 새끼 거북이들이 그 끝과 깊이를 알 수 없는 태평양 망망대해로 걸어들어가는 모습을 생각하니 눈가가 촉촉히 젖어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