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후기

뜻밖의 Siirt, 축제 속으로

작성자 이지선
터키 GEN-03 · FEST 2012. 04 - 2012. 05 Siirt

GAPGENC FESTIVAL

참가 전 준비와 마음가짐

터키에서의 워크캠프는 혼란스러웠다. 뒤돌아보면 재미있는 기억뿐이고 다시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만 그 당시에는 많이 혼란스러웠다. 내가 참가한 워크캠프는 소외된 지역에서 열리는 Youth Festival 의 한 종류였다. Siirt라는 지역까지 가는데 이스탄불에서 버스로 23시간이 걸렸고, 도착한 후에야 우리의 캠프리더를 만날 수 있었다. 캠프리더는 우리가 워크캠프 참가자로서 오는 줄 모르고 있었고, 그래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이 없었다. 그래서 다른 축제 참가자들과 마찬가지로 축제를 즐기면서 2주라는 시간을 보냈다.
축제 기간 동안 거리퍼레이드와 다문화 교류체험 등의 기회가 있었고, 마지막 날 3일 전에 캠프장소를 청소하는 일을 했다. 또 Siirt는 외국인이 많이 오지 않는 지역이어서 현지인들이 우리를 신기하게 생각하고 친해지고 싶어했다. 일 하는 대신 우리를 통솔해주는 현지 영어선생님들의 학교에 가서 학생들과 인사를 나눴는데, 그들에게는 외국인과 인사를 나누는 것이 특별한 경험이라고 선생님들이 말해줬다. 학교뿐만이 아니라 정부 기관에 가서도 인사를 나누고 함께 밥을 먹기도 했다. 밤에는 콘서트가 열려서 3일 내내 가수들의 공연을 볼 수 있었다. 외국인들이 생소한 지역인 만큼 현지인들과는 언어가 통하지 않아서 조금 불편했지만, 현지 영어선생님들의 통역으로 대화를 나눌 수 있었고, 꼭 대화를 나누지 않더라도 항상 우리를 챙겨주고 도와줘서 친분을 쌓을 수 있었다.
텐트에서의 첫 일주일은 축제기간이었고, 밥은 항상 도시락으로 배달되어 오는 음식을 먹었다. 아침에는 정통 터키식인 에크멕이라는 빵과 함께 치즈, 잼, 버터, 올리브를 곁들여 먹었고, 점심에는 다양한 재료를 넣은 케밥을 먹었다. 저녁에는 터키식 밥인 필라프와 함께 반찬을 곁들여 먹었고, 식사 후에는 항상 차를 마셨다. 저녁식사 이후에는 텐트가 쳐져 있는 camp site 에서 쿠르드인들의 전통춤을 다같이 추었고, 각 나라의 전통 춤을 선보일 기회도 있었다. Siirt는 터키인보다는 쿠르드인들이 많이 사는 지역이라서 쿠르드인들의 전통 악기와 전통 춤, 쿠르드어까지 접할 수 있었고, 이 워크캠프를 통해서 터키인과 쿠르드인들의 상관관계를 알게 되었다. 또, 다른 봉사활동 단체인 evs의 봉사자들과 교류할 수 있었고, 축제 시작 전 워크샵을 통해 봉사활동이란 무엇인지에 대해 배웠다. 터키인들은 축구를 정말 좋아해서 새벽에 해가 뜨자마자 축구를 했고, 밤에는 자기 전까지 춤을 췄다. 터키의 음식은 가정식이 최고라고 하는데, 선생님들 중 두 명의 집에 초대받아서 가정식을 먹어볼 수도 있었다. 터키에서의 워크캠프는 참가자 9명 중 5명이 아시아인이고 4명이 유럽인이라서 서로의 문화에 대해 조금 더 뚜렷하게 느낄 수 있었다.
축제가 끝난 후 다음 일주일은 숙소가 호텔로 바뀌었다. 숙소가 바뀌면서 찬물샤워도, 도시락도 안녕일 줄 알았지만 호텔에서도 따뜻한 물을 쓸 수 있는 시간은 점심시간쯤 2시간 정도밖에 없었고, 밥은 도시락을 배달해주던 식당에 직접 가서 먹게 됐다. 남은 일주일은 매일 레스토랑에서 밥을 먹고, 시내에서 시간을 보내거나 근교에 여행을 다녔다. 워크캠프라기 보다는 여행을 온 기분이었다. 우리는 이 워크캠프가 끝날 때까지 그날그날의 일정이 정해지지 않아서 정말 혼란스러웠지만, 워크캠프 후 다같이 이스탄불로 이동 한 후에야 지난 날들을 뒤돌아보면서 웃을 수 있었다.
터키에서의 워크캠프는 독일에서의 워크캠프에 이어 두 번째였는데, 그 차이로 인해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독일에서의 워크캠프는 해야 할 정해져 있고, 캠프리더가 하루하루의 일정을 짜서 아침에 얘기해주고, 대화를 통해 일정을 조정한 반면, 터키에서의 워크캠프는 상황이 계속해서 바뀌고 우리가 스스로 대화를 통해 일정을 정해야 했다. 일정을 정하더라도 바뀌는 상황이나 현지 상황 때문에 제약이 많았지만, 그로 인해서 급작스러운 상황에 대처하는 법을 배웠다. 또, 독일에서는 하루의 일과가 끝나면 각자 자유시간을 보내는 개인적인 시간이 있었다면, 터키에서는 그 지역이 위험하다는 특성으로 인해 계속해서 그룹으로 움직이는 시간이 많았다. 그룹으로 움직이면서 우리는 문화의 차이점을 느낄 수 있었고, 서로의 문화에 대해 흥미를 느꼈다.
나는 한달 반이라는 긴 여행의 마지막으로 터키 워크캠프에 참여했다. 혼자 여행하는 동안 외로움도 느꼈고 한국에 대한 그리움도 많이 느꼈다. 그 상태로 터키에서의 변화하는 상황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기가 힘들었다. 하지만 만약 그 때 내가 모든 상황을 조금 더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덜 혼란스러워 했다면 지금보다 더 많은 추억을 가지고 올 수 있지 않았을까? 기회가 된다면 다른 지역에서 또 열리는 이 축제에 다시 참여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