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후기

몽골, 낯선 풍경 속 나의 발견

작성자 김수현
몽골 MCE/12 · AGRI/KIDS 2012. 08 울란바타르 근교 지역 buhug강 근처

Orphanage farm-5

참가 전 준비와 마음가짐

워크캠프는 대학생으로서 지내는 동안 꼭 해보아야겠다고 마음먹었던 일들 중의 하나이다. 다녀왔던 지인들도 항상 강력 추천했던 터라 벼르고 별러왔던 나는 참가할 국가를 고르는 데에도 고민이 많았다. 나는 이전에 중남미 및 아프리카 지역을 배낭 여행한 바 있고, 저개발 국가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아이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또 일도 하면서, 기왕이면 여간 가볼 기회가 닿지 않을 것 같은 국가를 택하고자 했다. 그래서 몽골에 가게 되었고, 33명의 각지에서 모여든 캠퍼들을 만나 울란바타르 교외 지역에 사는 수십 명의 아이들과 함께 2주의 시간을 지냈다. 지금에서 돌이켜 보니 그 때의 기억은 실제로 일어났던 일인지도 헷갈릴 만큼 참 아득하다. 언제나 풍성한 경험을 하고자 기회를 찾아 나서지만, 몽골에서의 그 시간은 너무나 현실 같지 않을 만큼 나에게 이질적으로 다가온다. 몽골의 지평선 뿐만 아니라 그때의 내 모습 또한 그러하다. 그 마음을 잊지 않고자 돌이켜 되짚어본다. 그 때에 좀 더 기뻐하고 행복하지 못했던 것이 아쉬움으로 남을 꿈 같은 시간, 그 시간은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게 흘러갔었다.
봉사자들과 아이들은 가까이에 붙어있는 서로 다른 집에서 지내는데, 아이들은 일하는 시간이나 저녁 식사 이후 일과를 마감하는 때가 되면 봉사자들이 머무는 숙소에 놀러와서 밤 11시가 될 때까지 캠퍼들과 숙소에서 함께 놀면서 시간을 보낸다. 사실 고백하건대 나는 이번 워크캠프에 참가하기 전부터 약간 기운이 빠져 있었다. 나는 몽골에 워크캠프를 오기 전에 7월 초에 베트남으로 유사한 봉사 캠프를 다녀왔고, 거기에서 얻었던 감동과 충격을 다시금 누릴 만큼의 마음의 재정비가 되지 않았던 것 같다. 그래서 나는 워크캠프의 총 2주의 기간 동안 첫 번째 주에는 ‘나는 육체적으로 지쳐서 어떤 것을 봐도 마음이 동하지 않는구나’ 하는 일종의 진단을 스스로 내리고는 워크캠프의 하루하루가 더디게 흘러간다고 느꼈다. 고아원의 아이들을 처음 만났을 때에도 조금은 거친 아이들이라는 생각부터 했던 것 같다. 2주가 흐를 때마다 매번 다른 봉사자들이 찾아와서 곧 떠나는 경험을 많이 했을 아이들이기에 우선 다가가기 전에 미안한 마음이 들었고, 여기에 온 나 자신이 어떤 것들을 해줄 수 있을지에 대해서 확신이 서지 않았던 것 같다. 춤도 잘 추고, 게임도 잘하고 운동도 잘하는 아이들이었지만, 나는 아이들이 나를 어떤 시선으로 보고 있을지에 대해서 두려워하는 마음이 있었다. 만남이 있으면 이별이 있다고는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가까워 지기 마련인 사람들의 관계가 결국 항상 이별로 끝나게 되는 것을 경험했을 아이들이 나에게 진정한 신뢰를 주려고 할지 잘 모르겠다고만 생각했다.
그렇게 닫혀있었던 마음이 열리게 된 것은 짧은 순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또한 내 스스로 해냈던 일이 아니라, 부끄럽게도 아이들이 먼저 마음을 열고 다가와 줌으로 인한 것이었다. 아이들에 대해서 두려움을 가졌던 나에게 캠프의 5일째 정도 되던 어느 날 처음으로 어떤 어린 소년이 다가와서 장난치면서 업히려고 했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서 마음을 연다는 것을 나는 그때 왜 그렇게 어렵게 받아들이고 있었던 것일까. 그 순간에 부끄러움과 기쁨, 그리고 감사함이 동시에 밀려들었다. 나는 나 혼자만의 생각으로 아이들이 나와의 만남에 대해서 회의적일 것이라고 생각하고, 내가 상처 받을 것을 두려워해서 먼저 아이들에게 다가가지 않았다. 그러한 나의 교만에 대해 돌이켰던 그 때에, 내가 새로이 깨닫게 된 것은 나중에 이별하건, 혹은 서로를 다시 만나게 되건, 사람과 사람이 만난다는 것은 결국 그 순간에 행복하게 서로를 마주하면 되는 것일 뿐이라는 사실이었다. 그래서 남아있는 기간 동안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사랑을 많이 주려고 노력했던 것 같다.
하루하루가 흘러가고 함께 하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자연스럽게 사람들은 서로 알아가고 익숙해진다. 그렇게 해서 언제나 곁에 있는 사람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항상 나에게 더 소중한 사람들이 된다. 그렇게 한 주가 흘러 가고, 또 한 주가 남았을 때, 많은 것들이 변화했다. 물이 부족한 것, 일을 하는 것, 씻지 못하는 것, 차만 마셔야 하는 것들의 소소한 특징들은 차치하고, 캠프에 있는 모든 사람들과의 관계에 대해서 좀 더 진지해졌다. 서로의 이름을 불러주는 것뿐 아니라, 누가 어떤 놀이를 좋아하는지, 어떤 얼굴로 웃는지 그 모습을 기억하게 되었다. 숙소에 항상 가득 차있었던 많은 캠퍼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서로에 대해서 조금씩 알아갔다. 헤어지는 날이 가까워 오면서, 하루 하루 날짜를 세었다. 페이스북을 비롯한 수단들이 있기 때문에 캠퍼들과의 인연은 어차피 워크캠프에서 끝나버리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2주의 짧은 시간 말고도 우리들의 생활과 삶은 계속해서 이어질 터, 페이스 북을 통해서 어떻게 살고 있는지 서로의 나날들을 들여다보고 생사를 확인하는 것도 큰 기쁨이 될 것이다. 다만, 아이들과 헤어지게 되면 다시금 연락하거나 닿을 방도가 떠오르지 않는다는 것이 답답했다. 아이들이 학교를 졸업하고 이런 저런 모습으로 성장하고 활동하는 소식을 전해받았으면 하는 마음이 해결되지 않아서 안타까웠다.
단순히 소식을 전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서, 아이들을 위해서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 컸다. 나는 한국으로 돌아가면 나의 일상에 매몰되기 쉬울 테지만, 여기에서 아이들이 여전히 살아가고 있음을 잊어버리지 않고 무엇인가 아이들을 위해서 내가 한국에서 준비할 수 있는 일이 있을 것 같았다. 아이들은 옷이 충분하지 않기 때문에 날씨가 쌀쌀해도 옷을 얇게 입어서 감기에 걸리는 아이들이 많다. 몽골은 물이 부족하다보니 위생 교육도 철저하게 이루어지지 않는 듯 했다. 여분의 옷을 모아서 고아원으로 보내거나, MCE에서 아이들에게 위생교육을 시키는 워크캠프를 마련해도 좋을 것이다. 어떤 방식으로의 실천이 이후에 이루어질 지는 알지 못하나, 이 마음과 기억을 절대로 잊지 않고자 한다. 매 순간의 경험들이 다 나의 가슴에 새겨져 일부가 되듯이 24살, 여름의 몽골 워크캠프 또한 그럴 것이다. 여기서의 생각과 느낌 그리고 추억들이 나에게 앞으로 막대한 영향을 끼치게 될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