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후기

오로라를 쫓아, 아이슬란드 워크캠프

작성자 김희섭
아이슬란드 SEEDS 108 · ENVI/EDU 2012. 10 Reykjavík

Environmentally aware: in Reykjavík (2.4)

참가 전 준비와 마음가짐

캠프 장소인 레이카빅에 하루 일찍 도착하였다.
뉴욕에서 날아 온 짧은 비행이었으나 공기가 확연히 달라져 있음을 느꼈다. 다른 모든 곳들과도 많이 다른 신비의 세계, 레이카빅의 첫 느낌.

숙소에 짐을 내려 놓고 한 숨 자고 일어나 북위 66도의 찬 공기를 느끼기 위해 밤 산책을 나갔을 때 내 눈 앞에 일어났던 풍경을 잊을 수 없다. 영원히 잊지 못 할 것 같다.
초록 형광색 불빛이 북쪽 하늘을 가득 채운 채 춤을 추고 있었다. Northern Lights. 오로라.

지난 겨울 오로라를 보겠다는 일념하에 캐나다의 북부 옐로우 나이프에 갔다가 기상이 좋지 않아 오로라는 구경도 못하고 추운 게 이런거구나.. 하는 경험만 실컷 하고 돌아온 경험이 있다. 분석 결과 너무 짧았던 일정이 패인이었다는 결론을 도출했고, 이번에는 기필코 보겠다, 마음 먹고 날아 온 아이슬란드.
물론 환경 문제에 관심이 있기 때문에 선택한 Environmental awareness 캠프지만, 아이슬란드에 온 이유는 사실, 오로라가 1번, 환경 공부는 2번.

(그럴리 없겠지만, 만에 하나 이번에도 못 보면 어쩌나 하는 걱정에 체류 기간도 늘리고 그 시간도 알차게 보낼 수 있는 꾀로 워크캠프를 3개나 신청했다.)

Seeds라는 단체에서 개최한 Environmental awareness는 그 첫번째 캠프.
이미 1번 목적을 달성한 채로 첫번째 워크캠프를 시작하게 된다.
2012년 1월에 멕시코에서 열린 바다 거북이 보호 워크캠프에 참여한 적이 있었다. 내 인생 최고의 시간이었다 해도 좋을만큼 놀라운 경험이었기 때문에, 아이슬란드에서 하게 될 캠프들에 대해도 엄청난 기대를 했다.

캠퍼들이 하나 둘 속속 등장했다.
호주로 이민을 가 일을 하다가 그만두고 휴식을 취하기 위해 온 중국인 위니, 고등학교를 마친 19살이지만 정신과 육체의 약간의 장애로 인해 10대 초반의 외모와 행동을 보였던 (하지만 알고보니 누구보다 똑똑하고 성숙했던) 오스트리아 친구 클라우스, 인도계 영국인 어버지와 프랑스인 어머니 밑에서 태어나 벨기에에서 고등학교를 마치고 대학 입학 전 여행을 하고 있는 저스틴, 고등학교에서 역사와 지리를 가르치는 선생 스위스인… (어라, 이름이 뭐였더라. 캠프 종료 후 연락이 안 되는 누나. 그 흔한 페이스북도 없는 누나.), 영국에서 IELTS 시험에 대비한 영어 공부 중인 이탈리아인 파비오, 환경관련 회사에서 일을 하다 휴가를 온 이탈리아 아저씨 페데리꼬, 그리고 나.
어쩜 이렇게 개성이 남다른 사람들을 전 세계에서 골라 모아 놓았을까 싶을 정도로 궁금한 멤버들이었다.

그러나 캠프는 기대 이하였다. 고 말해야 할 것 같다.
캠프의 목적 자체가 환경에 대하여 공부하는 것이었고, 그것은 이미 통보가 되어 있는 내용이었으므로 개인적으로 캠프가 어떻게 진행될 지는 예상을 하고 있었으나, 많은 멤버들이 워크캠프인데 왜 일을 안 하냐면 아우성이었다. 육체적 노동보다는 정신적 노동이 편하다고 생각하는 나로서는 오메 유럽인들이 일을 이렇게 좋아하는구나 싶어 놀라웠고, 사실 어지간한 나로서도 이 캠프의 정신 노동은 지루한 면이 있었다. 다 큰 어른들을 불러 모아 놓고 진행되는 프리젠테이션과 액티비티가 모두 초등학생 수준의 지식 전달과 수준 이하의 활동에 그쳤기 때문이다.

몇몇이 끝까지 포기를 하지 않고 Seeds 단체와 대치하며 부딪혔지만, 나는 진작에 될대로 되라 하고 멤버들 간의 문화교류와 친목도모에 초점을 맞추는 시간을 보냈다.

학교에서 배우는 지식이 도무지 쓸모가 없어 보이면서도 지나고 나면 알게 모르게 소용이 있듯,
사실 캠프에서 꾸벅꾸벅 졸면서 들은 것들, 또 천해 자연 아이슬란드의 구석구석을 누비면서 지속가능한 개발에 관심을 기울이는 이 나라, 또 주어진 자연 환경 자체가 재생 가능 하게 끔 주어진-판 경계의 열점에서 영원히 부글부글 끓어 오르는 열을 이용한 지열 에너지 등- 이 작은 섬나라의 환경 관련 이야기를 들으며 배운 점도 느낀 점도 많긴 하다.

하지만 그것보다는 역시, 멤버들과의 소소한 일상, 거기서 부딪히는 충분히 예상 가능하고 해결 가능했던 작고 사소한 문제들, 뿐만 아니라 캠프 자체가 위기에 놓일만큼 크고 심각했던 문제들. 이 모든 일들을 통하여 배운 것들과 그 시간을 함께 하며 얻은 진정한 친구들은 가슴 조금 더 깊은 곳에 위치하게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