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후기

오로라 아래, 아이슬란드에서 만난 아름다운 사람들

작성자 김희섭
아이슬란드 WF23 · ART/CULT 2012. 11 Reykjavík

Visual art in Reykjavik and the south of Iceland

참가 전 준비와 마음가짐

아이슬란드에서의 세번째이자 마지막 워크캠프. WF23, Visual Art가 시작된다.
앞서 두 차례의 캠프에 대해선 다소 실망스런 부분이 없지 않았으나, 어쨌든 일생에 한번 보기도 힘들다는 오로라를 밥먹듯이 보았고-정말로 정말로 매일 봐도 매일 새롭게 아름다운 그 광경.
나름대로 아이슬란드와 레이카빅을 충분히 즐겼다. 아이슬란드에 왔으면 가봐야 한다고들 하는 곳에 거의 다 다녀왔
고, 믿을 수 없을 만큼 좋은 친구들을 믿을 수 없을 만큼 많이 만났다.

나는 “아름다운 장소가 아름다운 사람을 만든다.”라는 말을 믿는데, 이 아름다운 나라에서 만난 사람들은 정말로 모두가 아름다웠고, 이곳에서 보낸 한달에 가까운 시간동안 시리도록 맑은 북쪽 나라의 공기를 듬뿍 마신 나도 조금은 아름다워져있는 것만 같았다.

당시의 기분을 꺼내기 위해 아이슬란드에서 썼던 일기의 한 부분을 발췌한다.

“상상했던 동화 속 나라는 아니다. 디즈니 만화 속 아기자기한 북유럽의 도시도 아니다. 아주 보통의 회색 빛 도시.
친절한 사람들이 있지만 쌀쌀맞은 사람들도 있고, 깔끔하게 차려입은 북유럽 신사들이 거리를 활보하지만 밤이 되면 빨간 스타킹의 창녀들과 머리에 기름을 잔뜩 바른 난봉꾼들이 도시를 점령한다.
발 디딜틈이 없는 금요일 밤의 나이트 클럽, 술에 취해 월드베스트 핫도그를 입에 물고 차도에 널부러진 금발 머리의 비만.
현실감이 넘실거리는 도시.
아메리카 판과 유라시아 판의 경계가 북쪽 작은 섬나라를 가른다. 땅속 깊이 박힌 수많은 열점은 지진과 화산폭발을 바이킹의 후예들의 일상에 포함시켜버렸지만,그로인해 부글부글 끝도 없이 올라오는 지열은 남한 10배 면적의 섬나라 전역에 한이 없는 재생 에너지를 공급한다. 따뜻하다.
북위 66도의 겨울밤. 오로라 빛이 하늘에서 춤을 춘다.
음악에 소리가 없다 보이지 않는 음표가 들린다 바이올린 내지는 첼로 이런 연주로 짐작되는데, 미술 음악 문학 뭐시기 하는 예술이라는 자연에서 영감을 받아 시작되는 것이거나 자연을 모방하는데 그치는 거라면 앞으로는 더 이상 미술관이니 음악회니 하는 곳에는 가지 않아도 되겠다
하는 귀여운 생각이 잠깐 들었다_ 돈들잖아 하하
처음 오로라를 마주했던 그날 밤.”


나름대로 아이슬란드와 레이카빅에 대한 나만의 감상을 써내려가도 좋을만큼 충분한 시간을 보낸 후였다. 그래, 지난 한달 새로운 사람을 너무 많이 만났고 새로운 풍경을 너무 많이 봤고 새로운 문화를 너무 많이 접했었던 것 같다. 그렇게 조금은 지친 상태로 3번째 워크캠프를 맞이 했다. (워크캠프를 3개 연속 한다는 건 생각보다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이번 캠프는 이전 두개의 캠프와 다르게 굉장히 체계적이고 계획적인 캠프였다. 캠프 시작부터 그룹을 나누어 치밀한 계획 아래 주어진 시간동안 각자의 프로젝트를 완성하고 캠프가 끝날 때 프리젠테에션을 하는 캠프였다.

나는 캐나다 친구, 프랑스 친구, 중국 친구, 한국 친구와 함께 카드 게임을 하는 동영상을 촬영하고 편집하여 한편의 기가 막힌 드라마를 만들었다. 꽤나 마음에 드는 작품이었는데, 결과물 발표할 때 보니 모든 조의 작품이 모두 기대 이상이었다. 처음 만난 사람들과 토의를 하여 주제를 정하고 그 짧은 시간 내에 무에서 상상할 수 없이 아름다운 유를 창조해내는 이 인간의 무한한 능력이 놀랍게만 느껴졌다.


2012년 겨울 아이슬란드에서 참여한 3개의 워크캠프는 마지막 캠프에서 내가 나에게 선물한 Visual art 작품을 마지막으로, 한달 반 여의 시간동안 Visible하고 Invisible한 참 많은 것들을 남겼다.
무엇보다 캠프 참가자들이 대부분 유럽인들이라 유럽 문화를 살아있는 그대로 보고 느낄 수 있었는데, 이는 생각보다도 내가 생각하던 것과 많이 달랐기 때문에 의미가 컸다.
아메리카 대륙에서 꽤 오래 지낸 경험이 있는데, 그 곳에서도 얼마 만큼의 문화 차이를 발견 할 수 있었지만 이미 아메리카화가 많이 되어 있는 우리의 문화와 그렇게 크게 충격적으로 다름은 느낄 수 없었다.
그러나 유럽의 그 조각조각 작은 나라들이 가진 문화의 다양성와 그 각자의 독창성은, 정말 충격적으로 아름다운 것이었다.

아이슬란드에서의 마지막 워크캠프가 끝난 지 벌써 2달이 흘렀지만 나는 아직도 유럽 대륙에 있다.
정말 보면 볼수록 알면 알수록 신기한 나라들이라, 쉬이 떠날 수가 없다. 더 보고 더 느끼고 더 공부 하고 싶다.

워크캠프의 가장 좋은 점은? 가는 나라 마다 반겨주는 친구가, 잠 잘 침대가 생긴다는 것! ^^

-로마의 파비오의 집에서 쓰는 워캠 후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