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후기

폭풍 속에서 피어난 우정, 아이슬란드

작성자 박경은
아이슬란드 WF99 · ENVI/MANU 2012. 11 Hveragerði

Hveragerði - Health and Environment

참가 전 준비와 마음가짐

4학년이 되기 전, 제대로 된 추억 하나 만들어보자는 마음으로 신청한 워크캠프.
남미,아프리카 지역의 워크캠프들과 고민하다가 평소에 꼭 보고 싶었던 오로라를 위해 아이슬란드로 결정했다.
한국에서 출발할 때는 마냥 신나고 들떠서 갔지만 다른 지역을 여행하고 막상 아이슬란드로 넘어갈 때가 되니 기대 반 불안함 반인 마음이었다.
캠프 시작 이틀 전에 도착한 아이슬란드는 하필 폭풍을 견뎌내고 있었다. 11월의 아이슬란드는 날씨가 안 좋다고 알고는 있었지만 엄청나게 거센 비바람을 뚫고 지도를 따라 화이트하우스로 이동하면서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이틀 동안 팀원들이 하나 둘 도착하고 반갑고도 어색한 분위기로 레이캬비크를 둘러보았고 조금씩 말문도 트여갔다. 그리고 미팅당일, 드디어 모든 팀원이 모였다. 우크라이나에서 온 리더 Nelia(우리는 Nella라고 불렀다.), 웨일즈의 Ainsley, Amberley 자매, 슬로바키아에서 온 Karin, 캐내디언 Ben, 일본에서 온 Mayuko 그리고 한국에서 온 희원이와 나, 이렇게 세계 각국에서 모인 우리 팀원들은 첫 날 비가 오는 와중에 excursion 을 하며 서로의 나라에 대한 얘기들을 하며 슬슬 친해지기 시작했다.

<일>
우리가 할 일은 Tea house에서 말린 찻잎을 가루로 만들고 포장하는 일과 온실에 있는 토마토밭을 가꾸는 일이었다. Tea house에서 찻잎을 비비면서 엄청 콜록대기도 하고, “왜 우리가 이런 일을 해야되냐”며 불평도 했지만, 그럼에도 모두들 열심히 일에 참여했다. 토마토 농장의 일은 나무 하나씩 끝내는 재미가 있기도 했다. 점점 속도도 붙으면서 적성을 찾은 거 같다며 즐겁게 일했다.

<숙소생활>
Hveragerði에 있는 Health clinic에는 월드와이드프렌즈를 위한 숙소건물이 따로 있었는데, 1인 1실에 모든 시설이 갖춰져 있어서 정말 생각치 못하게 너무 좋았다. 비록, 귀신 소동이 있긴 했지만 덕분에 더 재미있었다.
술을 별로 안 좋아하는 우리 조는 저녁마다 health clinic에 있는 체육관이나 수영, 온천, 사우나 등을 이용하고 포켓볼을 치거나 tv를 보거나 숙소건물로 돌아와 거실에서 게임을 하고, 수다를 떨며 시간을 보냈다. 오랜만에 술이 없는 자리에서 깔깔대며 놀다보니 고등학교 때가 생각이 날 정도로 재밌었다.

<음식>
다른 워크캠프들과 달리 우리는 health clinic에서 급식을 먹었다. Health clinic이라 식단이 채소, 무설탕 음식들, 일주일에 두번 생선으로 되어있었다. 너무 채식이라 정크푸드가 그리웠던 우리는 매일같이 마트에 가서 과자를 사오긴 했지만, 한국에서 안 먹던 채소를 실컷 먹으니 건강해지는 느낌이었다.

<여가/여행>
평일에는 일을 끝내고 날씨가 좋으면 오후에 health clinic 근처에 있는 산들을 하이킹하거나, 히치하이킹으로 박물관도 갔다오고, 자전거로 동네를 돌아다니기도 했다.
첫번째 주말에는 우리끼리 차를 렌트해서 폭포, 빙하, black beach등을 보러다녔다. Ben이 운전하느라 수고가 많았다. 두번째이자 마지막 주말에는 워크캠프에서 관광을 담당하는 농담 좋아하는 아이슬란드사람의 가이드로 섬을 관광했다. 고래시체를 구경한 것이 가장 인상깊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아이슬란드의 명소 Blue lagoon에 갔는데, 이곳에는 팀원들이 그룹을 지어서 다녀왔고 나는 Ben, Karin과 함께 갔다. 얼음 산에 둘러쌓여있는 거대한 야외 온천에서 팩을 즐기며 2주간의 워크캠프를 훈훈하게 마무리하기에 정말 좋았다.

아이슬란드의 대자연은 정말 아름다웠다. 차를 타고 이동하는 중에도 번갈아 가며 끝도 없이 펼쳐지는 눈 덮인 산들과, 화성을 연상시키는 황량한 산들. 거기서 놀고 있는 양들과 말들. 여행지에서는 사람들이 모여사는 동네들보다 훨씬 거센 바람. 또 밤이 되면 하늘을 꽉 채우고 있는 별들, 가끔 떨어지는 별똥별들, 그리고 오로라! 처음 워크캠프를 신청할 때의 목적처럼 정말 잊지못할 최고의 추억이 되었다. 조원들과 자연에서 신나게 뛰놀고 서로의 문화에 관심을 갖고 나눈 2주간의 짧은 생활이 끝난 지 두 달이 다 되어가는 지금, 조원들과 아이슬란드가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