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후기

인도, 낯선 땅에서 마주한 진짜 나

작성자 류근우
인도 FSL-WC-544 · SOCI/KIDS 2013. 02 Pondicherry, India.

Pondicherry

참가 전 준비와 마음가짐

군입대를 하기 전에 나 자신을 변화시킬 수 있을 만한 경험을 원했다. 이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를 고민하던 시기에 워크캠프에 대한 얘기를 듣게 되었다. 인도라는 나라에 가게 되면 많은 새로운 것들을 보고 경험할 뿐 아니라, 개인적인 생각을 할 시간을 많이 가질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뿐만 아니라 서로 다른 나라에서 서로 다른 경험을 하며 살아온 사람들이 함께 생활하며 문화를 교류하고, 봉사활동을 하는 것은 아무나 쉽게 할 수 있는 경험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이것이야 말로 내가 입대하기 전에 할 수 있는 가장 새롭고 뜻깊은 일일 것이라는 생각을 하였고, 그래서 워크캠프에 참가하게 되었다.

현지 활동 및 특별했던 에피소드

1. 봉사활동

내가 신청을 한 워크캠프의 주제는 Social/Kids/Organic Farming이었다. 나는 Social과 Kids에 관심이 있어서 이 FSL-WC-544 워크캠프를 신청하였다. 그러나 막상 가고 보니 내가 한 일은 거의 Organic Farming뿐이었다. Social에 관한 일은 아예 하루도 하지 않았으며, Kids에 관한 일도 단지 하루, 그것도 2시간 동안 근처 학교에 가서 아이들을 만난게 전부였다. Kids에 관한 활동은 전혀 준비를 하지 않았다가 Daily meeting시간에 우리가 kids에 관한 일은 왜 안하냐고 물어보니까 그제서야 급하게 근처 학교에 연락해서 아이들과 어울릴 기회를 만들었던 것으로 보였다. 학교측에서도, 우리측에서도 아무런 준비가 되어있지 않은 상황에서 우리는 그저 아이들과 어울려 장난이나 칠 수밖에 없었다. 밝게 웃는 아이들을 보며 기분좋은 시간을 보낸 것은 참 좋았다. 그러나 워크캠프에 참가하기 전 내가 기대했던, 우리나라 아이들과는 다른 인도 아이들의 모습을 확인하고 그들과 유대감을 형성하기에는 너무나 부족한 시간이었다.
Organic farming의 경우, 한국에서 이미 농촌봉사활동을 통해서 몇 가지 농촌의 일들을 조금이나마 경험했기 때문에, 한국과는 다른, 무언가 특별한 인도만의 농촌일을 경험할 것을 기대했다. 그러나 워크캠프에서 경험한 농촌일은 너무나 나 평범했고, 단조로웠다. 비료를 운반하고, 비료를 거르고, 거름을 주고, 땅을 파고, 울타리를 만들었다. 단지 이것만 반복했다. 전혀 새로운 것은 없었다. 굳이 새로웠던 것을 말하자면, 땅을 판 이유가 우리나라에서는 흔히 볼 수없는 코코넛나무를 심기 위해서였다는 것 정도였다. 이러한 일들을 하는 시간 동안에는 다른 나라 사람들과의 밀접한 교류도, 인도에서만 할 수 있는 새로운 경험도 없었다. 그저 우리나라에서도 얼마든지 할 수 있는 일만 반복할 뿐이어서 아쉬웠다.

2. 생활

숙소는 게스트하우스로, 남자 4명이 한 방, 여자 6명이 두 방을 쓰며, 공동으로 생활했다. 실내에 화장실이 있어서 화장실 사용은 편했다. 잠은 침대 위에서 잤는데, 내가 머문 방의 경우에는 남자 네명이서 잠을 자기에는 침대 두 개가 너무 좁아서 포르투갈 친구 한 명이 바닥에서 잠을 잤었다.
식사는 아침과 저녁은 숙소 근처에 있는, 내가 일한 농장주의 아버지가 소유하는 건물에서 먹었고, 점심은 일하는 곳에서 먹었다. 밥을 먹을 때에는 도구를 사용하지 않고, 인도인들이 먹는 것처럼 맨손으로 먹었다. 설거지는 당번을 정해서 돌아가면서 했다. 평일 자유시간에는 뙤약볕에서 일만 하느라 힘들어서 씻고 방에서 쉬는 일 말고는 특별히 한 일이 없었다. 그러나 주말 자유시간에는 모두가 같이 오르빌마을이라는 공동체마을에 가고 근처 바닷가에 가서 놀기도 하였다. 또한 몇명씩 그룹을 지어서 근처 도시에 놀러가기도 하였다. 개인적으로 아침을 먹기 전에 혼자 숙소근처 마을을 돌아다니곤 했는데, 그 마을의 아이들이 조금도 경계하지 않고 나에게 말을 걸며 내 곁으로 오던 모습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3. 함께한 사람들

처음에는 인도인 캠프리더 1명, 그리고 그를 도와주는 인도인 1명, 포르투갈인 1명, 프랑스인 1명, 스위스인 1명, 그리고 나를 포함한 한국인 4명이 있었다. 그러나 며칠 뒤 다른 지역의 워크캠프 중 취소가 된 곳이 있어서 그곳에 있던 한국인 3명이 추가로 들어왔다. 모두가 쾌활하고 적극적인 사람들이었고, 그래서 금세 친해질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서로가 금세 친해질 수 있었던 이유중 하나는 마니또게임을 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나의 마니또인 스위스친구, 쉬린은 너무 티나게 선물을 줘서 금세 알 수 있었다. 서로 '네가 나의 마니또일 것이다. 모르는 척할테니 음료수좀 사줘'라고 말하는 등 이런저런 농담을 했던 기억이 난다.
개인적으로 이번 워크캠프에서 가장 좋았던 것은 정말 좋은 사람들과 함께했다는 사실이다. 무표정하지만 장난기 가득했던 캠프리더 만쥬, 자상하고 다정한 비넛, 감옥에서 일했으나 그만두고 프랑스로 이사를 가서 프랑스의 문화와 언어를 공부중인 마음씨 좋은 포르투갈친구 자임, 종종 독특한 발음으로 미국욕을 구사하던 쾌활한 프랑스친구 마힐로, 누군가와 헤어질 때마다 눈물을 보이던 감수성 풍부한 스위스친구 쉬린, 그리고 함께해서 좋았으며, 앞으로도 종종 만나기를 바라는 한국인 친구들. 이 사람들과 함께할 수 있어서 참 좋았다.

참가 후 변화와 느낀 점, 하고 싶은 이야기

농장일을 하는 마지막 날, 약간의 문제가 있었다. 캠프리더로부터 사전에 아무런 얘기도 듣지 않았는데, 그 도시의 시장이라는 사람이 와서 우리와 함께 사진을 찍으려고 하였다. 그 농장과, 자신이 한 일들을 홍보하기 위한 것이었다. 시장과 카메라를 들고있는 사람들을 본 순간, 개인의 정치적인 행동에 우리가 이용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전에 아무런 말도 없이 그러한 상황에 마주했을 때, 나 뿐만 아니라 모든 워크캠프 참가자들은 그때까지의 일들이 모두 그날의 촬영을 위한 것이고,우리가 사익을 위해 이용되었다고 생각하였고, 몹시 기분이 좋지 않았었다. 심지어 그 전까지 얘기들은 것과는 달리, 그날 우리가 알아보니 그 농장은 소유자 개인의 사익을 위해 운영되는 것처럼 보였고, 우리는 봉사활동을 한 것이 아니라 무임금으로 노동을 한 것에 불과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캠프리더는 소통의 문제에 불과한 것이고, 문화의 차이이며 오해를 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하였다. 어쩌면 단지 나와 워크캠프 참가자들이 정말 오해를 한 것일지도 모른다. 또는 공익과 봉사활동의 개념에 대한 문화적인 차이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워크캠프가 끝나던 날, 나를 포함한 모든 참가자들은 그곳의 농장 소유주 개인의 경제적 이익과 시장의 정치적인 행동에 우리가 이용되었다고 생각하였고, 나는 지금까지도 그 생각에 변함이 없다.

워크캠프 기간동안 서로 다른 문화적 배경을 가진 사람들과 어울릴 수 있어서 좋았다. 외국인과 한 번도 함께 시간을 보낸 적이 없는 나에게는, 기대한 만큼 새로운 경험이었다. 다른 나라의 사람들과 대화를 하고, 서로에 대해 알아가는 것은 매우 뜻깊은 일이었다. '외국인은 이럴 것이다, 저럴 것이다'라고 내가 가지고 있었던 이런저런 편견 중 일부는 그저 편견에 불과한 것이었음을 알 수 있었고,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역시나 모두가 같은 사람이라는 것 또한 알 수 있었다.
내가 워크캠프를 참가하기로 마음먹은 이유는 이처럼 다른 나라의 사람들과 함께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나는 얼마나 다양한 나라의 사람들이 함께할 지 워크캠프 당일날까지도 몰랐기 때문에, 그 전날까지도 머리속에 수많은 나라를 떠올리며, 정말 다양한 사람들과 함께할 것을 기대하고 있었다. 그러나 막상 가보니 캠프리더를 제외하고 총 7명 중 한국인이 4명씩이나 되었다. 게다가 추가로 들어온 3명도 한국인이어서, 결과적으로 10명중에 7명이 한국인이었다. 이게 과연 내가 한국에서 하는 워크캠프에 참여하는 것과 과연 크게 다를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제가 위에서 말했던 것처럼, 사익과 정치적인 목적으로 저를 비롯한 fsl-wc-544 참가자들이 이용당한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습니다. 다음 참가자들을 위해서라도, 저희가 참가한 워크캠프가 제대로 행해진 것인지 확인을 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각 워크캠프에 참가할 수 있는 사람들의 수가 국가별로 한정되어있다고 들었는데, 10명 중에 한국인이 7명씩이나 되서 의아했습니다. 한 워크캠프에 참가하는 한국인의 비중이 한정되는게 좋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합니다.
또한 워크캠프를 하는 도중에 들은 생각인데, 한국에서 내는 비용이 과연 어디에 어떻게 쓰이는 지 궁금합니다. 현지에서 내는 돈은 제가 먹고 자는 데에 쓰이므로 굳이 얼마가 어디에 드는지 구체적으로 알려주지 않아도 된다고 치더라도, 국내에서 내는 돈은 대체 어디에 쓰이는 지를 전혀 알 수가 없습니다. 앞으로 워크캠프를 참가하는 사람들에게는 국내에서 내는 돈이 어디에 어떻게 쓰이는 지를 알려주는게 좋겠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