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후기

애그벨, 잊지 못할 봉사의 추억

작성자 이남미
프랑스 CONC 008 · ENVI 2011. 07 AIGUEBELLE

AIGUEBELLE 1

참가 전 준비와 마음가짐

사실 이번 워크캠프는 어떤 확고한 목표가 있었다기 보다는 미리 세워두었던 유럽 여행의 계획을 짜고 이런 저런 것을 조사하던 중에 우연히 알고 참가한 것이다. 물론 이전부터 해외 봉사활동에 큰 관심이 있었다. 봉사활동을 통해 도움을 필요로 하는 곳에 나의 힘을 나눠주고 보태주고, 또 그 과정에서 개인적인 마음의 안정을 찾고 싶었다. 또한 이왕이면 해외에서 하는 봉사활동을 통해 동시에 더욱 견문도 넓히고 다양한 경험을 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보고 싶었던 것이 솔직한 심정이었다. 하지만 취업시기는 곧 다가오고 좀처럼 시간을 내어 참여할 마음이 나지 않던 차에 발견한 것이 워크캠프였다. 3년 동안 쉬지 않고 학업에만 집중하다 조금은 새로운 경험을 위해 선택한 휴학, 그리고 휴식과 또 새로운 것을 보고 느끼고 싶었던 어렸을 때부터 꿈꿔왔던 유럽으로의 여행, 거기에 해외 봉사활동을 할 수 있는 워크캠프는 나에게는 정말 시기 적절한 기회였다.
또 하나 더 워크캠프에 매력을 느낀 것은 단순한 봉사활동뿐만 아니라 전 세계 젊은이들의 교류를 중점에 둔다는 것이였다. 해외에 한번도 나가보지 못했기에 나와 다른 문화를 갖고 있는 사람과 지속적인 커뮤니케이션을 가져보고 싶다는 열망을 달성하기 위해 신청하였다.

현지 활동 및 특별했던 에피소드

우리의 주된 봉사활동은 유물이 발굴된 지역의 환경을 조성하여 추후에 역사 체험 프로그램이 운영될 수 있는 기반을 조성하는 것이었다. 캠핑 지역 바로 옆에 있던 산에서 약 11세기로 추정되는 옛 성터와 여러 가지 유물들이 발견됐다. 본격적인 봉사활동을 시작하기 전인 첫 날, 우리는 마을주민이자 이 곳 환경조성에서 중요한 업무를 맡고 있는 올리비안에게 이 지역의 역사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조그마한 시골마을임에도 불구하고 나름의 오래된 역사를 갖고 있는 마을이었다. 이어서 우리는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했다. 주요한 활동은 유적지 전체를 뒤덮고 있는 갖가지 잡초와 무성한 넝쿨들을 모두 뽑아내는 것이었다. 톱, 큰 가위 등 여러 연장들을 이용하였으며 연장과 자르고 난 넝쿨 및 나무들은 당나귀를 이용하여 운반했다. 말은 종종 본 적이 있어도 태어나서 당나귀는 처음 봤다. 캠핑장 바로 옆에 울타리를 세워서 당나귀 가족을 위한 집을 만들어주고 다들 틈이 날 때마다 힘든 일을 도맡아 해준 당나귀를 보살펴주고 먹이를 주었다. 나무를 자르고 넝쿨을 뽑는 일은 단순한 작업이었지만 엄청난 체력을 요했다. 프랑스의 여름 햇빛은 매우 따가워서 우리는 휴식시간을 적절히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쉽게 지쳤다. 특히 나무를 자르고 그 잔해를 옮기는 일은 엄청난 체력과 모두의 협력을 요했다.
이런 봉사활동 외에도 마을주민과의 교류 또한 빈번했다. 마을에서 이루어지는 문화활동에 참여하기도 했으며, 교회에서 진행된 음악행사를 함께 하기도 했고, 암벽 체험을 하기도 하고 식당에 초대되어 식사를 대접받기도 했다. 마을 주민들의 초대로 멕시코의 음식을 즐기며 즐거운 댄스파티를 하기도 했고 마지막 날에는 우리가 마을 주민들을 초대하여 참가자들 각국의 대표 음식을 요리하여 선사하고 파티를 하기도 했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이후로 오랜만에 자연 속에서 자연과 하나가 되어 도시의 복잡함은 잊고 한적하고 조용한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분명 도움을 주기 위해 오게 된 애그벨이었지만 오히려 내가 치유를 받고 가는 기분이었다. 또한 유럽의 파티문화와 그들의 생활을 엿보고 즐길 수 있어서 신선하고 즐거운 경험이었다.

참가 후 변화와 느낀 점, 하고 싶은 이야기

처음에는 우리나라에도 도움의 손길을 필요로 하는 곳이 많은데 굳이 해외까지 나와서 봉사활동을 한다는 것이 모순이지 않은가라는 회의감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봉사라는 것은 거창한 것이 아니라 내가 지금 당장 할 수 잇는 것을 남들에게 베푸는 것이란 것을 직접 몸으로 체험하면서 깨닫게 된 좋은 계기가 되었다. 가급적이면 한국에서도 이렇게 내가 직접 할 수 있는 것은 아주 작은 것이라 해도 꾸준히 봉사하면서 살고 싶다.
한 가지 아쉬웠던 점은 대부분의 참가자가 프랑스어에 능숙하고 영어 사용에는 불편함을 느껴서 프랑스어를 전혀 하지 못하는 나는 그들과 깊은 교류를 갖기가 힘들었다는 점이다. 언어적으로 소통이 안되니 문화적인 차이 역시 서로 설명하고 이해를 하는 것이 힘들었고 결과적으로 그들과 온전한 하나의 공동체가 되는 것에는 큰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과연 언어, 문화적 차이만을 탓할 수 있을까? 좀 더 ‘오픈 마인드’를 갖지 못한 나의 본질적인 문제도 있지 않을까? 워크캠프가 끝나고 파리로 되돌아오는 기차에서, 그리고 다시 한국으로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끊임없이 고민하고 나에게 되물었다. 자아 성찰의 계기가 되었고 소중한 교훈을 얻었으니 실패를 한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분명 스스로 깨닫고 중요한 가치를 얻게 되었고 이로 인해 조금씩 조금씩 더 새로운 나의 모습을 만나게 될 것 같다.
언젠가 진짜 ‘오픈 마인드’를 갖고 그들과 꼭 한번 다시 만나보고 싶다. 애그벨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