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후기

터키, 다시 쓰는 나의 봉사 이야기

작성자 임수빈
터키 GEN-07 · RENO/ ART 2012. 05 angkara, turkey

WITH MENTALS

참가 전 준비와 마음가짐

이번 워크캠프는 나에게 두 번째이다. 분명 처음 워크캠프를 마치고 나서 다시는 이런 힘든 일 하지 말아야지 생각했는데, 나는 또 이렇게 터키에 와버렸다. 그것도 봉사활동을 하러. 터키를 다른 나라보다 더 좋아하거나, 터키문화에 관심이 있는 것도 아니었는데, 어쩌다 보니 이렇게 와버렸다. 사람 일은 정말 아무도 모른다.
그래도 터키를 선택한 이유를 들자면, 날짜가 맞았다. 우선 유럽여행을 마치고 워크캠프에 참여하기 위해서 날짜를 검색해보니 터키 봉사활동이 있었고, 그래서 지원하게 되었다. 사실 내가 유럽에 갈 때쯤 여자들 사이에서 터키 여행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었다. 무엇이 한국인들을 끄는 지는 모르겠지만 터키는 왠지 유럽이지만 한국인에게 조금 더 친숙하다. 월드컵 때 터키를 응원했던 점이나 케밥을 파는 작은 가게들을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점, 오래 전에 터키가 전쟁 때 우리나라를 도와준 점 등이 그렇게 우리나라와 터키를 묶어준 것일 수도 있겠다.
터키의 사람들은 무척이나 친절하다. 가끔은 과도하다 싶을 정도로. 내가 여자여서 그런 걸지도 모르겠다. 터키인들의 97%가 이슬람교를 믿고 있으니, 보수적인 그 나라 사람들에게 오히려 외국인들은 더욱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존재라고 볼 수 있다.
내가 워크캠프를 참여했던 지역은 앙카라라고 터키의 수도이다. 여기서 정말 놀라운 것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이스탄불이 터키의 수도가 아니라는 점과 수도인데도 불구하고 앙카라에는 외국인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덕분에 우리는 어디를 가나 환영을 받고, 많은 사람들의 시선도 받았다. 외국과의 교류가 거의 막혀있는 앙카라에는 영어를 할 수 있는 사람이 드물다. 그들은 친절하게 우리를 도와주려고 한 것일지라도 의사소통이 되지 않으니, 우리는 의심할 수 밖에 없는 상황들도 종종 발생했다.
우리가 머물 곳은 원래는 학교였는데, 농장으로 바뀌었다. 여기서 우리는 정말 큰 실수를 저질렀다. 농장에서 생활하면서 그쪽 프로젝트를 도와줄 수 있겠냐는 질문에 yes가 아닌 no를 했어야 했다. 왜냐하면 그 프로젝트는 우리가 하기로 했던 일들과는 완전 다른 일이었기 때문이다. 여기서부터 꼬여서 우리는 원래 할 것이라고 예상했던 장애아동들과 학교벽에 그림을 그린다거나, 아이들과 어울려 노는(이건 어느정도 하긴 했다.) 일들은 농장에서 청소, 페인트칠하기로 변경되었다. 하지만 농장은 전혀 준비되지 않은 상태라 우리가 들어가면서 침대, 이불, 베개 등을 들여오기 시작했다. 그전에는 그저 폐허였다. 놀랐지만 그래도 그곳에서 우리는 놀랍도록 좋은 적응력을 보여줬다. 하지만 영어선생님 대신 캠프리더로 온 또 다른 선생님은 영어가 부족해서 우리랑 의사소통이 매우 어려웠다. 이 점 때문에 우리는 계속 캠프주최측과 의사소통을 하기 어려웠고, 그래서 몇 가지 갈등들도 발생했다. 소통이 가능했다면 쉽게 해결될 문제들이었지만, 소통이 거의 불가능하니 우리가 캠프를 끝마칠 때쯤에는 모두가 지쳐버렸다.
그럼에도 나는 이 워크캠프가 충분히 의미있고, 즐거운 시간이었다고 말할 수 있다. 열악한 상황에서 캠퍼들끼리는 더욱 끈끈해진다. 우리는 매일 저녁 농장에서 일을 마치고 할 일이 없으니 카드놀이를 하면서 많은 대화를 나누었다. 캠프주최측에 대한 뒷얘기도 꽤 많이 했다.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분이 풀리지 않으니… 또한 우리는 매일 점심을 근처 공장의 식당에 가서 해결했는데, 그곳에서의 음식이 생각보다 훌륭해서 하루 중 가장 기다려지는 시간이었다. 그곳에서 많은 터키음식들을 먹어볼 수 있었다. 사실 터키음식은 대부분 한국인들 입맛에 잘 맞는다. 이뿐만 아니라 캠프주최측에서는 챙겨주지 않았지만 우리 스스로 날을 정해서 각국의 음식들을 요리했다. 나는 각국의 음식을 해먹는 날들이 워크캠프의 최대 장점이 아닐까 한다. 원래 워크캠프의 리더였던 영어선생님은 우리랑 함께하지 않아 친해질 기회가 없었다. 하지만 그녀는 우리가 여행을 시작할 때 우리의 여행지에 사는 자신의 친척을 소개시켜 주어서 그 지역에서 정말 잊을 수 없는 추억을 만드는 데 일조했다.
하지만 일하는 동안에 우리와 함께하는, 영어가 가능한, 캠프리더는 없었기 때문에 어려움이 많았다. 또한 내가 이곳에 온 이유, 현지인들에게 도움을 주고싶다는 그 마음을 충족할 정도로 우리에게 일을 주지 않은 점(내 생각에는 그곳은 크게 봉사자들이 필요하지 않은 것 같다.)이 아쉬웠다.
결론적으로 나는 이 워크캠프를 통해서 4명의 절친들을 만날 수 있었다. 2주 가량 인터넷도 안되는 곳에서 딱 5명밖에 없는 사람들이 함께 있으면 친해질 수 밖에 없다. 가끔 의견충돌, 성격차이 등이 나타나긴 했지만 그런 것들이 우리의 우정을 깨뜨릴 수는 없었다고 생각한다. 또한 나의 터키에 대한 지식이 완전 무지함에서 살짝 앎 정도로 옮겨진 것 같다. 그리고 언어의 중요성도 많이 느꼈다. 나도 영어를 못하긴 하지만 주최측에서 영어를 너무 못해서 의사소통이 안되니까 문제들이 발생했다.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 정도의 영어는 필요한 것 같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마음이라고 생각한다. 정말 그곳에 도움이 되고 싶다는 마음으로 간다면 어느 정도의 불편함은 감수할 수 있다. 나 역시 의사소통이 안되는 상황이긴 하지만 눈빛, 행동, 바디랭귀지 등을 통해 대화하려고 노력했다. 왜냐하면 나는 봉사하러 갔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