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후기

아이슬란드, 낯선 곳에서 찾은 나

작성자 안아영
아이슬란드 WF119 · ENVI 2013. 05 Hveragerdi

Hveragerði Health and environment

참가 전 준비와 마음가짐

워크캠프를 어떻게 알게 되었는지는 기억이 나질 않는다. 하지만 몇 년 전부터 방학기간동안 홈페이지에 들어와 나에게 맞는, 내가 관심이 있는 프로그램이 있는지 확인을 하긴 했었다. 그러고서 작년 유럽을 갔다온 이후로 유럽을 앓았다. 그리고 올해 취직 전에 한 번 더 유럽을 다녀오라는 부모님의 허락을 받고 이번에는 단지 관광의 목적만이 아닌 무언가를 얻고 싶어서 무작정 워크캠프를 신청하였다. 영어공부를 하기 위해서도 아니고, 취직을 위한 경력을 쌓기 위해서도 아니고, 외국 친구를 알기 위해서도 아니었다. 물론 이러한 이유들이 아주 조금씩은 포함되어 있었지만. 나도 모르게 전부터 그냥 하고 싶었던 워크캠프였고 외국 나가는 김에 뭔가 특별한 것을 해보고 싶었다. 그래서 무언가에 홀리듯 그렇게 신청하였다.

현지 활동 및 특별했던 에피소드

아이슬란드의 워크캠프는 자유시간이 굉장히 많다고 했다. 그래서 봉사의 느낌을 별로 느낄 수 없을 것이라 했고, 나 또한 찾아보면서 굉장히 여가시간이 많은 워크캠프의 후기들을 찾을 수 있었다. 워크캠프를 시작하기 전 나는 ‘일을 잘 할 수 있을까?’ 보다는 ‘외국인들과 잘 적응 할 수 있을까? 참가자들과 잘 어울려서 2주 동안 보람차게 시간을 보낼 수 있을까?’가 더 걱정이었다.
그리고 시작한 워크캠프. 9시부터 3시까지 일을 하였고, 중간에는 점심시간과 티타임까지 있었다. 그리고 3시 이후로는 자유 시간이었지만 보통 다함께 활동하는 시간이 되었고 주변에 온천을 이용한 수영장이 있었기 때문에 그곳에서 시간을 보내기도 하였다. 일을 비닐하우스에서 토마토와 방울토마토 오이를 재배하는 일을 하였다. 며칠 간격으로 토마토를 따고 줄기가 잘 올라갈 수 있도록 끈을 매었으며, 필요 없는 가지를 잘라내고, 잡초를 뽑는 등의 일을 하였다. 농활을 몇 번 다녀온 나로서는 그다지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날씨도 비가 오는 날엔 비닐하우스 안에도 선선하였고, 티타임도 갖고 점심시간도 있었기 때문에, 또한 일을 늦게까지 하지 않았기 때문에 전혀 힘들지 않았다.
숙소는 1인 1실이었다. 화장실은 2개에 샤워실은 1개였지만 수영장을 거의 매일 이용한 우리는 그 곳에서 샤워를 했기 때문에 샤워실 쟁탈전은 벌어지지 않았다. 키친도 마련되어 있었지만 우리는 The NLFÍ Rehabilitation and Health Clinic라는 곳에서 생활을 했기 때문에 식사도 그곳에서 했다. 다만 그곳은 건강관리센터였기 때문에 모든 식사는 채식이었고 가끔 생선요리가 나왔다. 물론 빵과 치즈, 과일도 충분히 있었다. 처음에는 익숙하지 않았지만 열심히 일을 하였기 때문에 항상 식사는 부족하였고 싹싹 긁어먹었으며 2,3그릇은 기본이었다. 그러한 식사는 나의 몸무게를 2kg 빠지게 하였고, 지구력을 급격히 저하시키긴 하였지만 나의 몸은 건강하였다.
3시 이후에는 ‘우리의’ 자유 시간이었다. 조금 멀리에 있는 Hot River를 2번이나 다녀왔다. 그리고 비닐하우스의 주인인 요나스의 추천으로 Horse Riding도 비교적 싼 값으로 한 번 다녀왔다. 저녁을 6시에 먹는데 그 전까지 그 동네를 돌아다니거나 아니면 수영장에서 몸을 담그고 있기도 하였다. 그리고 저녁을 먹은 후에는 각자 시간을 보내기도 하였고 다 같이 모여 아이슬란드의 영화를 보거나 게임을 하기도 하였다. 그리고 미리 날짜를 정해서 Culture Night을 보냈는데 하루는 각 나라의 요리를 만들었고, 하루는 각자 나라에 관한 퀴즈를 내어 서로의 나라에 대해 알아보는 시간도 가졌다.
나와 함께한 사람들은 정말정말 정말로 착했다. 영어실력은 확실히, 누가 봐도, 내가 봐도 부족한 나였으나 친구들은 열심히 말을 걸어주었고, 잘 알아들었냐고 물어도 봐주었고, 영어에 자신감이 없는 나에게 자신감을 불어넣어주기도 하였다. 다른 워크캠프보다 연령대가 높았다고 하는데 그 만큼 의젓하였고 배려도 깊었으며 그래서 내가 2주를 잘 버틸 수 있었던 것 같다.

참가 후 변화와 느낀 점, 하고 싶은 이야기

동양인은 나뿐이었기 때문에 안 그래도 부족한 영어실력에 유럽 쪽의 대화를 듣게 되면 나의 머리는 핑핑 돌았다. 하지만 그만큼 그들은 한국에 대해서도 관심이 많았다. 요리를 만들었던 날, 불고기를 준비한 나는 적당한 고기를 찾지 못했고 베이컨으로 만들었는데 그 요리가 너무 짰다. 하지만 친구들에게 쌈 먹는 방법을 알려주었고 그들은 손으로 상추쌈을 한 입에 넣어 먹는 것 자체를 신기해하며 굉장히 색달라했고 맛있게 먹어주었다. 내가 먹기에도 굉장히 짰는데 말이다. 그리고 다른 음식들을 얘기하면서 소개를 하였다. 그리고 일주일 뒤 퀴즈를 내는 시간에 음식 문제를 내었을 때 그들은 헷갈려 했지만 답을 듣고는 다시 정확하게 기억해 내었다. 재미있는 시간이었다. 또 ‘나는 ○○○입니다’를 적어놓고 이게 무슨 말일지를 문제 냈었는데, 친구들은 한글모양 자체에 대해 굉장히 신기해했고 발음하는 것도 물어보면서 관심을 보였다.
그리고 2주째에 Euro Vision이라는 것이 열렸다. 유럽 각 국가들의 가수가 참가하여 투표하는 방식으로 1등을 정하는 그런 음악축제였다. 캐나다인과 나는 유럽인이 아니었기 때문에 굉장히 생소했는데 유럽에서는 인기 있는 축제였던 듯하였다. 그래서 아이슬란드가 나오는 날에는 바에 가서 TV를 시청하였으며, 마지막 결승 날에는 주말이라 여행을 갔었는데 그곳에서 다함께 시청하였었다. 몇 십 개 나라의 가수들을 보고 노래를 듣는 것은 정말 흥미진진한 경험이었다. 워크캠프에 가기 전 그곳에서 무슨 행사가 일어나는지 알아보고 미리 관심 가져보는 것도 그들과 친해지고 문화에 흡수되는 데에 도움이 될 것 같다.
외국 가본 것도 2번째 인데다가 혼자 여행하는 것은 처음이었던 나였다. 워크캠프 시작 전에 아이슬란드에 약 3일 정도를 머물렀는데 영어로만 대화하는 것이 굉장히 힘들었다. 예상은 했었지만 굉장히 힘든 시간이었다. 그래서 그 2주가 너무 힘들 것이라 생각하고 겁을 먹었었다. 그리고 워크캠프가 시작이 되고 난 그 2주가 정말 더디게 흘러갈 것이라 예측하였으나 그 2주는 긴 시간이 아니었다. 물론 영어가 잘 된 것은 아니었지만 그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일을 하면서 반나절을 지내 보내고 주말에는 또 여행도 다니니 그 2주는 정말 빠르게 지나갔다. 깊은 대화도 제대로 못 해보았었는데 그들과도 정이 들어버려서 굉장히 아쉬웠다.
정말로 아쉽고 후회가 되는 것은 영어를 못 해서 이들과 얘기를 많이 못 나눠본 것도 있었지만 나의 얕은 지식도 문제가 되었다. 세계정세를 알지 못하고, 다른 문화에 관심도 없었고, 이 나라의 수도가 무엇인지, 언어는 무엇인지, 위치는 어디에 있는지 기본적인 것도 나는 모르고 있었다. 그들은 Korea의 수도가 Seoul이라는 것을 알았지만 난 그들의 수도가 무엇인지 정확히 몰랐다. 그렇게 얕은 지식에 내가 정말로 부끄러웠다.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속으로는 ‘아 정말로 무지한 나였구나. 모든 것에 관심을 갖는 일은 힘들겠지만 노력은 해야겠다.’라고 정말 크게 깨달았다.
그리고 영어를 못 한다고 해서 한국의 나를 잊지 말아라. 나는 활달한 성격이었지만 영어 때문인지 반응도 줄었었고 말도 듣는 것만 하는 일이 많았다. 하지만 ‘대박’이라는 단어가 한 번 퍼진 이후로 관심이 급상승했다는 것. 젊은 학생들이 많이 쓰는 대박이라는 단어는 어느 곳에서나 잘 쓰일 수 있는 단어라는 것 다들 잘 알 것이다. Nice, Cool, Beautiful도 물론 좋지만 대박을 쓰면서 나의 이미지를 만들어 준다거나 한 마디 더 영어로 대화할 수 있게 된다. 전혀 어렵지 않은 주제이지 않은가. 꼭 마음을 열고 먼저 관심을 갖고 감탄사도 좋지만 ‘대화로’ 그들과 교감하라.
그리고 Hveragerdi로 워크캠프를 가시는 분들에게 추가적으로 정보를 드린다면 숙소에 가면 거실에 낡은 노트가 있을 것이다. 아무리 바빠도 그것부터 읽어보기를 추천한다. 물론 이 글과 중복되는 것도 많겠지만 거기에 많은 것이 들어있다. 2~3년은 지난 글들이지만 지금과 변함이 없었다. 나는 마지막 날에 차가 늦게 와서 카드놀이도 지루해진 틈에 읽어보았는데 ‘왜 난 그걸 처음에 읽어보질 않았는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그렇게 중요한 내용은 아니지만 낯선 환경에 당신이 잘 적응할 수 있게 많은 정보와 힘이 되는 말들이 많을 것이다.
워크캠프, 다시 한 번 도전하고 싶다. 영어 공부도 많이 하고 지식도 많이 쌓아서 그들과 좀 더 깊은 교감을 나눠 보고 싶다. 다른 프로그램에 참가하고 싶은 마음도 있지만 다시 이 곳 Hveragerdi를 가서 놓고 온 나의 옷들을 챙겨오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