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후기

프랑스, 낯선 시골에서 피어난 우정

작성자 안송희
프랑스 U03 · KIDS/FEST/CULT 2013. 05 - 2013. 06 프랑스

Plein la Bobine

참가 전 준비와 마음가짐

프랑스 교환학생을 하던 중 더 많은 경험을 하고 싶어서 알아보던 중 학교 선배의 추천으로 하게 되었다. 예전엔 해외봉사활동을 막연히 하고 싶다는 생각만 가지고 있었는데 프랑스에서 열리는 어린이영화제 봉사활동이 있다고 해서 지원하게 되었다.

현지 활동 및 특별했던 에피소드

파리에서 교환학생으로 8개월동안 생활했었던 나는 나름 프랑스에서의 삶이 익숙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워크캠프 날짜가 다가올 수록 기대보다는 걱정이 많이 앞섰다. 낯선 외국인들과 2주동안 생활한다는 것이 조금은 두려웠다. 게다가 내가 참가하는 캠프의 장소가 잘 알려지지 않은 시골마을 이어서 더 불안했다. 기차표를 사러 갔는데 직원분이 나한테 bourboule이 어디냐고 물어봤을 정도다. la bourboule 이라는 곳이었는데 clermont-ferrant 이라는 도시에서 버스를 타고 1시간 정도 가야 나오는 작은 마을이었다. 첫날 기차를 타고 갔는데 중간에 갈아탈 때 버스타는 곳을 못찾아서 헤매던 기억이 생생하다. 그렇게 설렘반 기대반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미팅장소에 도착했다. 내가 도착하니 캠프리더와 같이 참여하는 미리 도착한 친구 두명이 마중나와서 짐 옮기는 것을 도와주었다.

겉모습과는 달리 마음 따뜻하고 배려 넘치는 이탈리아인 clarissa, 자기 주장 확실하고 똑부러지는 스페인에서 온 xenia, 옆집 사는 언니처럼 마음 잘 통했던 프랑스인 stephane, 막내지만 어른스러웠던 영국인 katya, 맏언니 답게 모두를 잘 챙겨준 프랑스인 coralie, 장난끼 많은 말썽쟁이 프랑스인 amaury 와 나까지 총 7명이 참여했다. 한국인이 한명정도 있기를 바라면서 갔는데 생각보다 적은 인원이라 한국인은 찾아볼 수 없었다. 하지만 오히려 적은 인원이어서 더 정도 많이 들고 똘똘뭉칠 수 있었고 끈끈해진 것 같다.

우리는 마을에 있는 여가센터를 빌려서 그곳에서 침낭을 깔고 자고 생활했다. 6월의 남프랑스는 화창한 봄날씨에 따뜻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옷을 챙겨갔는데 생각보다 날씨가 너무 추워서 고생했다. 첫날 침낭을 깔고 자는데 너무 추워서 덜덜 떨었던 기억이 난다. 나뿐만 아니라 다른 친구들도 똑같이 느껴서 다음날 부터는 침낭위에 담요 세개를 덮고 잤다. 또 중간에 한명이 감기에 걸려서 나중엔 거의 모두가 콜록거리면서 일했다. 서로 가져온 상비약을 나눠 먹으며 어느약이 좋은지 토론도 하고 사소한 것에도 재미를 느꼈다.

우린 축제기간 전 일주일동안에는 축제장소를 꾸미는 일을 하였다. 그림을 그리기도 하고 아이들을 위한 종이인형도 만들고 책방 내부도 진열, 배치도 하였다. 처음엔 아침 8시 반부터 저녁까지 일을 시키고 밥도 우리가 해먹어야 해서 우리끼리 활동할 시간이 없다고 불평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점점 적응되다 보니 우린 자연스럽게 일어나서 기계처럼 움직였다. 축제기간동안에는 영화관 앞에서 티켓을 받고 어린이들 자리 배치를 도와주는 일을 하였다. 총 4개의 상영관이 있었는데 각자 시간대별 자신의 스케줄대로 움직이며 일했다. 다른 자원봉사자들도 있었는데 대부분이 프랑스인들이어서 프랑스인들과 대화도 많이하고 그들의 사고방식을 더 알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저녁엔 자주 스와레가 열렸다. 그래서 와인도 많이 마시고 다양한 외국인들을 만날 수 있어서 좋았다. 축제에 참가하는 자원봉사자들을 통틀어서 동양인은 한국인 나혼자 밖에 없었다. 가끔은 외로웠지만 오히려 나를 신기하게 생각하고 말 걸어주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들에게 한글을 알려줄 때가 가장 즐거웠다.

아침은 빵을 먹었고 점심과 저녁은 매일 할 사람들을 정해놓고 돌아가면서 준비했다. 나는 교환학생을 하면서 많이 이용했던 불고기 소스, 외국인들이 좋아하는 짜파게티와 과자들을 준비해 갔다. 불고기와 여러 한국음식을 해주었는데 모두가 너무 맛있다며 최고를 외쳐주었다. 예의상 한 말일 수도 있겠지만 내가 만든 음식을 맛있게 먹어주어서 뿌듯했다. 불고기 소스가 너무 맛있다며 사진찍고 이름까지 알아간 친구도 있었다. 매일 다른 나라의 음식을 맛보고 레시피도 알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 같이 참여했던 친구들의 솜씨가 너무 좋아서 항상 배가 터질듯이 먹어서 살을 얻어왔다.

일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오기 위해서는 구불구불한 공원길을 지나가야만 했다. 밤에 돌아올 때 하늘을 보면 정말 많은 별들이 있었다. 한국에서도 그렇게 많은 별을 보지 못했는데 살면서 하늘에 떠있는 가장많은 별을 본 것 같다. 반짝이는 모습이 너무 예뻐서 우리 모두 눈을 떼지 못했다. 그리고 시골이라 가로등이 별로 없었다. 그래서 각자 핸드폰 플래시를 켜서 길을 밝히면서 왔는데 그런 사소한 것 또한 너무 즐거웠다.

우린 일하고 숙소로 돌아와서 잠들기 전까지 매일 게임을 했다. 카드 게임도 하고 각자가 생각한 게임도 했다. 제일 많이 한 게임이 우노인데 피곤하고 지친 우리에게 제일 간단하고 쉬운 우노가 가장 적합했다. 저녁마다 게임을 하면서 서로에 대해 더 많이 알아가고 자신의 성격도 보여주는 계기가 되었다.

참가 후 변화와 느낀 점, 하고 싶은 이야기

프랑스인 친구 한명이 가리는 음식이 너무 많았다. 무엇보다도 음식의 기본 재료인 양파를 먹지 않아서 모든 음식에 들어간 양파는 다 빼고 먹었다. 그친구가 제일 좋아하는 음식은 피자, 햄버거 였다. 채소는 잘 먹지 않았다. 그래서 나중엔 우리가 음식 할 때 걔를 위한 양파가 들어가지 않은 요리와 들어간 요리를 따로 준비했다. 처음엔 번거롭고 귀찮아서 작은 마찰도 있었지만, 나중엔 모두 적응해서 우리는 이런 사람도 있고 저런 사람도 있는거라고 모두가 만족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라며 위안했다. 어떤 친구는 지난번에 참여했던 프로그램에서 같이하는 친구 중 한명이 이슬람교여서 돼지고기를 안먹고 다른 한명은 채식주의자여서 고기를 안먹었었다고 말했다. 그런거에 비하면 이건 아무것도 아니라며 우리를 위로해 주었다.

프랑스는 우중충하고 비오는 날씨가 대부분이어서 그런지 친구들이 해가 뜨고 화창한 날이면 신이 나서 밖에서 밥을 먹자고 제안했다. 그래서 해가 쨍쨍한 날에는 우리가 만든 음식을 가지고 나가서 잔디밭 벤치에 앉아서 나눠 먹고 잔디밭에 누워서 수다를 떨었다.

서로 다른 나라에서, 다른 환경에서 자란 친구들이랑 지내는 2주동안의 시간은 정말 잊지못할 많은 경험을 하게 해주었다. 물론 매일매일이 백프로 행복하지는 않았다. 중간에 친구들 두명이 트러블이 있어서 싸우기도 하고 서로 피곤해져서 예민해지기도 했다. 하지만 그 두명이 싸우고 화해를 하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서로 눈치도 보면서 오히려 더 많은 얘기를 할 수 있었고 진지한 대화를 많이 했다. 우리를 더욱 더 돈독하게 만들어준 계기가 되었다. 외국인을 처음 대할 때의 거리감도 없어졌다. 공용어가 프랑스어여서 거의 90프로 이상을 프랑스어로 대화했다. 가끔 내가 못알아 들으면 다른 친구들이 설명해주고 또 설명해주어서 의사소통에는 문제가 없었다. 막상 얘기하다 보면 프랑스어나 영어를 잘 못해도 다 알아듣고 이해할 수 있다. 항상 처음 시작이 어렵다는 말처럼 망설임 없이 도전해 보는게 중요한 것 같다. 서로 다른 삶을 살아가고 있는 사람을 알아간다는 것은 참 흥미로운 일이라는 것을 느꼈다. 그사람의 가치관도 알게되고 본받을 점도 알게되고 또 배우지 말아야 할 점도 보인다는 것이 너무 신기했다. 다른사람도 나를 보고 똑같이 느낄것 같아 내가 그동안 어떻게 살아왔는지 나의 행동도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마지막에 헤어질 때는 서로 너무 정이 들어서 껴안고 울기도 했다. 나중에 한국이든 유럽이든 어딘가에서 다같이 만나자고 약속하고 헤어졌다. 2주동안 너무 값진 경험을 해서 지금도 그 때를 생각하면 너무 생생하고 그립다. 다른 친구들에게도 워크캠프를 꼭 추천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