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후기

봉사 불신론자, 미국 농장에서 변화되다

작성자 남서영
미국 VFP14-13 · ENVI/FEST 2013. 07 Rutland, Vermont, USA

Sustainable Living Fest

참가 전 준비와 마음가짐

저는 국내에서 봉사활동 경험이 타인에 비해 굉장히 적은편이었습니다. 지금껏 봉사활동을 했던 계기는 봉사활동 그 자체를 위한다기보다 그 활동을 통해 얻게되는 부수적인 것들을 위해 어쩔수없이 한다는 생각으로 임하였습니다. 그렇기에 봉사활동을 하는 주체인 나에게도, 나의 봉사를 받는 그 누군가에게도 이런 단발적인 행위가 과연 크게 도움이 될까? 하는 의구심을 항상 가지고 있었고 이런 불신은 봉사활동을 해야하는 당위성을 만들어주지 못하여 저는 늘 봉사라는 행위에 조금은 부정적이었습니다.
그러다 한국을 떠나 캐나다에 잠시 거주하게 되면서 다양한 사람들을 접하게 되었고 그 중에서 봉사에 정말 뜻이 있고 열정이 넘쳐 제게 봉사활동을 적극 추천해주는 친구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한국에 내가 알고있는 뻔한 활동 외에 다른 색다른 체험을 한다면 나의 가치관이 달라질 수 있을까?' 하는 호기심이 생겼고 해외에 있는 기회를 살려 미국에서 하는 이번 워크캠프를 찾아 참가하게 되었습니다.

현지 활동 및 특별했던 에피소드

처음 워크캠프를 하는 농장에 도착했을때, 그리고 2주동안 자게될 숙소를 보았을때엔 정말 절망적이었습니다. 당시엔 그런 열악한 곳에서 계속 생활해야한다는 사실만이 머릿속을 지배해서 앞으로 하게 될 활동들을 접고 집에 가고싶은 마음뿐이었습니다. 또한 총 인원이 오직 6명뿐이라는 사실 또한 저에게는 큰 부담으로 다가왔습니다.
한국에서 온 해든이, 이탈리아에서 온 Emiliana(Emily), 벨기에에서 온 신혼부부 Bert와 Delphine, 그리고 독일에서 온 Anne까지 함께한 5명의 친구들. 각기 다른 나라에서 와서 말도 잘 통하지 않았고 서로 너무 다른 생활방식, 습관들 때문에 처음에는 함께 있는게 불편하고 과연 이 친구들과 친해질 수 있을까 생각했지만 2주라는 길고도 짧은 기간동안 우리는 함께 일하고 생활하면서 어떻게 상대방을 배려해야 하는지, 또 얼마나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지 알아가게 되었습니다. 처음 쉬는시간이 주어졌을때 스마트폰만 만지며 각자의 시간을 갖던 저희들은 점차 하는 일, 재미있는 얘기들, 어떤 주제에 대한 각자의 가치관 등 다양한 얘기들로 서로를 알아가게 되었고 육체적으로 지치고 힘든 일들을 통해 서로의 소중함을 크게 느끼게 되어 더욱 친해지면서 깊은 우정을 나누게 되었습니다.
저희가 주로 했던 일은 말을 키우는 농장을 태양열 에너지를 사용하며 홍보하는 SolarFest 개최지로 바꾸는 것이었습니다. 말농장을 축제지로 만드는 것은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드넓은 초원 군데군데 퍼져있는 말똥을 치우고 울타리를 걷어내어 사람들을 맞이할 수 있게 깨끗이 치우는 일, 축제장 안내를 위해 표지판을 만들고 채색하고 알맞은 장소에 게시하는 일, 개수를 셀 수 조차 없었던 수많은 의자와 테이블을 일정 장소에 맞게 배치하고 옮기는 일 등 생각했던 것 이외에 너무 다양한 일들을 해야했습니다. 쨍쨍한 태양 밑에서 계속되는 야외활동은 체력적으로 무척 지치게 하였지만 점차 농장에서 축제의 장으로 변해가는 모습을 매일 보면서 우리가 해냈다! 하는 뿌듯함은 엄청난 보상이었습니다. 또한 6명 중 가장 영어가 부족했던 Emily에게 영어를 가르쳐주고 그녀가 이해하며 기뻐하는 모습을 보는것 역시 즐거운 경험 중 하나였습니다.
매일 일은 예상보다 일찍 끝나는 편이었습니다. 5시 정도에 일이 끝나면 태양열로 데워지는 온수로 야외 샤워장에서 하늘을 보며 샤워를 한 후에 때로는 농장 안에서, 때로는 축제를 도와주는 마을 주민들의 집에서 저녁을 먹었습니다. 지역 주민들이 제공해주는 저녁을 먹을때엔 항상 타국에서 온 저희 발룬티어를 생각해 미국의 전형적인 식사를 보여주겠다며 언제나 특별한 진수성찬을 제공해주셨고 힘든 일은 없냐, 불편한 점은 없냐 항상 물어보며 배려해주던 사람들의 인심은 너무나 따뜻했습니다. 또한 힘든 준비기간을 끝내고 본격적인 축제기간이 되자 발룬티어인 저희에게 축제를 즐기라며 따로 일을 주지 않으셔서 마음 편히 즐길 수 있었던 SolarFest는 태양열에 관한 주제 뿐 아니라 포크댄스, 음악공연, 연극, 캠프파이어 등 수많은 볼거리로 너무 즐거웠고, 때때로 농장 주인 Marshall이 직접 차를 운전해 보여주던 멋진 풍경이나 함께 했던 소프트볼, 하이킹 등 다양한 활동 역시 이번 워크캠프가 더욱 소중하게 느껴졌던 이유 중에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참가 후 변화와 느낀 점, 하고 싶은 이야기

4개의 국가에서 온 친구들은 오직 이 워크캠프를 위해서 미국행을 택했고 봉사활동 자체에 의의를 두고 모였기때문에 어떤 활동에든 최선을 다하였고 그런 모습들은 '시키는 일만 끝내자'라고 안일하게 생각했던 저의 마음까지 바꿔주었습니다. 특히 이탈리아에서 온 Emily는 기초적인 영어조차 할 수 없어 불편하고 답답한 상황의 연속이었지만 언제나 열정적으로 모든 활동에 참여하였고 어떤 일을 어떻게 해야하는지 알아들을 수 없는 상황에서도 어떻게든 해결책을 찾아 본인만의 방법으로 일을 이해하고 해결하는 모습은 저에게 정말 인상적으로 다가왔습니다.
또한 워크캠프의 호스트이자 농장 주인이었던 Melody와 Marshell은 일을 도와주러 온 발룬티어인데도 불구하고 저희에게 언제나 미안하다, 고맙다고 말하며 모든 행동 하나하나를 소중히 생각해주었고 '과연 내가 하는일이 얼마나 큰 도움이 되겠어'라는 부정적인 저의 사고를 완전히 뒤바꾸어 주었습니다. 올해로 8번째 워크캠프를 통해 발룬티어를 받아왔던 그들에게 6명이라는 인원은 평소보다 적은 인원이었기에 할 수 있는 일의 양도 적고 작은 도움밖에 되지 않았을텐데도 언제나 따뜻한 음식을 대접해주며 칭찬과 격려를 아끼지 않는 그들의 모습에서 봉사의 참 뜻을 알게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처음에는 시키는 일만 하던 저는 다른 참가자들의 열성적인 모습과 호스트의 따뜻한 눈빛으로 어느 순간 시키지 않았지만 그들에게 도움이 될만한 일을 찾아서 하게 되었습니다. 또한 당연하게 생각되던 쉬는시간과 식사들이 정말 소중하게 생각되기 시작했습니다.
비록 2주라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좋은 사람들과 함께 색다른 많은 경험을 할 수 있었던, 어쩌면 인생에 단 한번뿐일 기회인 워크캠프. 저는 어느 순간부터 외국에 나가는 친구들에게 해외에서 정말 뜻깊고 기억에 남는 경험을 하고 싶다면 꼭 워크캠프를 신청해서 경험하라고 추천합니다. 워크캠프가 끝난지 1달이 조금 넘었지만 아직도 그 곳에서의 기억은 생생하도록 따뜻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