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후기

스페인 태양 아래, 여왕이 되다

작성자 김미란
스페인 SVIAN092 · ENVI/CONS 2013. 07 - 2013. 08 Rojitan, alcornocales

ALCORNOCALES

참가 전 준비와 마음가짐

워크캠프에 참가하게 된 배경은 단순하다. 스페인으로 6개월간 교환학생을 떠나게 되었는데 개장 전에 어학원을 다니는 것보다 살아 숨 쉬는 스페인을 경험해 보고 싶어 여러 활동을 찾아보다가 친구의 권유로 워크캠프를 알아보게 되었다. 사실 처음에 이것저것 알아볼 여유가 없어 스페인에서 열리고 날짜가 대충 맞는 프로그램으로 신청하게 되었는 데 결과적으로는 매우 잘한 선택이었다고 말하고 싶다.

현지 활동 및 특별했던 에피소드

우리가 했던 활동은 오전, 오후, 저녁으로 나뉘었다. 오전에는 봉사 활동, 오후에는 워크숍, 저녁에는 night activity를 하였는데 각각 무척이나 개성 있는 활동들이었다. 오전에 했던 봉사 활동은 자연보호구역 내에 길을 내고 동물을 관찰하는 사람들이 사진을 잘 찍을 수 있게 임시 칸막이(?) 등을 세우는 일이었다. 처음 그곳을 관찰하러 들렀을 때는 희뿌연 먼지들과 풀, 동물들이 어우러져 흡사 자연 다큐멘터리 한편이 눈앞에 펼쳐지는 듯했다. 그리고 일을 하는 순간순간에는 너무도 강렬한 태양과 힘든 일 때문에 내가 여기서 뭘 하는 거지하는 물음이 수백 번도 더 머리에 왔다 갔다 했다. 나무를 뽑아내고 칸막이를 설치하는 일이 흡사 막노동과 비슷한 느낌을 주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일을 누구는 많이 하고 누구는 앉아만 있는다라는 식의 불만이 터져 나올 때도 있었지만 대부분 자신이 할 수 있는 만큼 열심히 하려고 해준 덕분에 큰 트러블 없이 수월하게 마지막까지 일을 끝마칠 수 있었다.보통 봉사 활동은 2시쯤 끝이 났는데 그때 들어와서 점심을 먹고 샤워를 하고 낮잠 자는 시간을 가졌다. 그 후 6시쯤 간식을 먹고 오후 워크숍을 시작하였는데, 워크숍의 내용은 단체 게임 (예를 들면 서로의 이름 외우기, 모두의 힘으로 한사람 지탱하기 등...), 카누, 천연 화장품 만들기, 양궁, 팔찌 만들기, 암벽등반 등 매우 다양한 활동들을 하였다. 이 활동들 덕분에 서로가 더욱 친밀해질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그리고 활동 기간 내내 Secret friend (우리나라로 치면 마니또), 킬러 게임 등도 같이 병행했는데 특히 Secret friend는 서로에게 선물도 만들어 주고 편지도 주고받으면서 서로 간의 우정을 더욱 공고히 할 수 있었던 활동이었다. 그 외에 밤에는 자기 나라 혹은 도시 소개하기, 별 관찰하기, 연극, 토론 등 여러 가지 활동을 하였는데 제일 기억에 남는 것은 별을 관찰한 활동이었다. 내가 있었던 rojitan 지역이 자연보호 구역이라 집 주변에는 말과 소가 뛰어 다니고 밤이 되면 수많은 별이 하늘을 수놓는데, 이 특성을 살려 밤에 모든 불을 다 끄고 잔디밭에 매트리스를 깔고 누워 별자리를 관찰했던 기억은 아직도 눈에 생생하다. 그 외에도 참가자들 모두 시내로 나가 바에서 놀기도 하고 주말이나 휴일에는 다른 도시로 나가 박물관도 가고 바다도 다니며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그리고 그 주변에는 아주 깨끗한 계곡도 있어 일을 마치고 나서 더위를 식히기 위해 다 같이 수영을 하러 계곡에도 들리곤 하였다.
생활면에서는 숙소와 식사 모두 나에겐 기대 이상으로 좋았다. 숙소는 2명이 같이 쓰는 방 몇 개와 10명이 함께 생활하는 2층 이렇게 나뉘었었는데 나는 2명이 함께 쓰는 방을 뽑아 불편함 없이 지낼 수 있었다. 하지만 10명이 함께 쓰는 방은 그 나름대로의 재미가 있겠다는 생각도 했다. 식사는 거기 계신 Pepi라는 아주머니가 해주셨는데, 매일매일 자신의 밭에서 따온 신선한 채소들로 요리해 주시고 과일도 풍족했으며 음식 맛도 그 나라의 특성상 조금 짠 것 빼곤 내 입맛에 딱 맞아서 항상 배불리 지낼 수 있었다. 설거지와 청소는 각자 조를 나눠 공동생활 공간 청소, 화장실 청소, 설거지, 식탁 차리기 등으로 나누어서 매일매일 번갈아 가며 일을 했다.
참가자들은 20명 남짓 중 15명이 스페인 사람이었고, 2명이 터키, 2명은 프랑스, 1명은 레바논의 국적을 가지고 있었다. 동양인은 나 한 사람뿐이었다. 그 때문인지 나에게 더욱 신경을 써주려는 듯한 노력도 보였고 처음엔 어색했던 분위기가 서서히 풀리면서 서로서로 장난도 치고 우정도 나누며 재미있게 생활할 수 있었다. 리더들도 하나하나 신경 써주고 도와주려는 모습이 굉장히 고마웠다. 물론 그중에서도 서로 안 맞는 사람은 존재할 수 있지만 서로를 존중하고 이해하려는 마음이 제일 중요한 것 같다.

참가 후 변화와 느낀 점, 하고 싶은 이야기

제일 기억에 남는 특별한 에피소드는 내가 여왕이라 불린 것이다. 왠지 모르게 어느 순간 내가 QUEEN이라 불리게 되었는데 장난스러운 몇몇 친구들이 주도해서 내가 자다가 방에서 나가거나 식당에 들어갈 때 갑자기 모두 일어서서 손뼉을 친다던가 여왕 취임식을 하자고 모두 앞에 나를 세우고 말을 시켰던 기억은 아직도 생각하면 웃음이 나온다. 아마 내성적이고 말 없는 동양인 여자애를 위한 그들 나름의 이벤트라고 생각한다. 또 한국 문화나 글자에 굉장히 관심이 많아서 자신의 이름을 한글로 적어달라고 하거나 한국 문화에 대해 이것저것 물어보는 경우가 많으니 미리 공부해 가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나는 한국 전통 기념품을 사 가려다 가격이 너무 비싸서 서울 사진이 찍혀있는 엽서들을 사가서 편지를 써줬는데, 조그만 것이라도 마음을 담아 선물한다면 굉장히 기뻐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이 캠프를 통해 가장 크게 얻은 것은 사람들의 따뜻한 마음이다. 2주를 동고동락 한 만큼 값지고 의미 있는 시간 동안 함께 한 사람들, 그렇기에 더욱 그것이 소중하게 느껴진다. 또한 그동안 외국인이라면 의사소통의 문제 등으로 멀리했던 내가 이젠 그들을 친구로 대할 수 있는 것, 그리고 어떤 누구든 포용하겠다는 마음가짐을 갖게 된 것 또한 이 캠프를 통해 얻은 소중한 자산이다.
워크캠프는 분명 일생 해 꼭 한 번은 경험해봐야 할 프로그램이다. 다만, 내가 경험했던 이 프로그램을 지원하는 분들에게 몇 가지 당부하고 싶은 것이 있다. 먼저 스페인어의 중요성인데, 나는 스페인어를 어느 정도 배우고 갔음에도 불구하고 외국인에게는 영어만 쓰는 경향이 있다. 이것이 내가 동양인이라서 당연히 스페인어를 못할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도 있을 것이다. 여기서 문제는 영어를 한마디도 못하는 스페인 참가자들이 더러 있다는 것이다. 나중에 후반쯤 가서 내가 먼저 스페인어로 말을 걸려고 노력하고 먼저 다가감으로써 서로 간의 거리를 좁혀 갔지만 만약 스페인어를 한마디도 못 한다면 이 프로그램은 좀 유보했으면 한다. 실제로 리더가 말하길 이번 년도는 스페인어권과 비스페인어권 사람들이 나뉘지 않고 서로 소통하려고 해서 좋았다고 말할 정도로 스페인어권과 비스페인어권이 나눠지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참고로 유럽권 참가자들은 스페인어를 어느 정도 하는 사람들이 많다.
두 번째로 일이 절대 만만치 않다. 여자 분들은 특히 생리기간이 되면 온몸에 힘도 없고 무기력해지기 쉬운데 내리쬐는 태양 밑에서 삽을 들고 일한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물론 이것이 나의 첫 워크캠프이기 때문에 다른 곳에선 무슨 일을 하는지 잘 모를뿐더러 내년에도 똑같은 일을 할지는 모르겠지만 한 번쯤은 생각해볼 만한 점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 프로그램은 분명히 이러한 단점들을 상쇄할 만큼의 충분히 값진 경험이라 생각하며 사전에 철저한 준비와 열린 마음을 가지고 있다면 누구든 소중한 경험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