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후기

프랑스 작은 마을, 텐트에서 별 헤던 밤

작성자 윤수빈
프랑스 SJ26 · RENO/TEEN 2013. 07 La Ferte sous Jourre (France)

LA FERTE-SOUS-JOUARRE 1

참가 전 준비와 마음가짐

기나긴 방학동안 정해놓은 계획 하나 없이 고민하던 중에, 좋은 기회가 들렸다. 십대들을 모아서 하는 워크캠프라는 것. 워크캠프는 대학생들을 주로 해서 뽑지않나?? 하며 반신반의 하며 홈페이지를 확인했다. 만15-17세를 대상으로 하는 워크캠프가 있었다. 차분히 살펴보고 날짜와 하는 일등을 확인했다. 신청하는게 조금 헷갈려서 애먹기는 했지만, 여러가지 워크캠프중 프랑스 SJ26으로 잘 접수가 되었다. 그리고 출발 전에 모임을 가졌었는데, 안전에 대해 자세히 설명도 곁들여주신 덕분에 막연하게나마 있던 불안감과 걱정은 슬그머니 사라졌다. 내가 신청한 워크캠프에서 하는 일이 힘들기는 하겠지만 그만큼 보람도 있겠거니 하며 떠나는 날을 기다렸다. 긴 방학동안 좁은 학원, 건물안에 갇혀지내는 것보다는 나을거라 기대하면서.

현지 활동 및 특별했던 에피소드

작은 마을 기차역에서 내려서 워크캠프 장소까지 걸어갔다. 작은 차들과 독특한 개성있는 집들이 반가웠다. 워크캠프를 하는 장소는 역에서 가까운 곳에 위치해있었다. 처음 숙소에 도착하자마자 든 생각은 캠핑장? 이었다. 숙소는 몽골식 텐트를 비롯한 여러 텐트들이었다. 그 중에 한 곳을 잡아 짐을 풀면서 워크캠프는 시작되었다. 이 곳에서 하는 일은 두가지였다. 하나는 벽을 부수고 다시 쌓는것, 또 다른 하나는 벽 옆에 흙을 파내고, 벽의 윗부분을 조금 더 보수하는것이었다. 십대 캠프라서 그런지 오전에만 일을 몰아서 끝내고 오후는 자유로이 쉬는 그런 시간표였다.
처음 소개를 갖고나서는 서로의 얼굴을 익혔다. 이름을 알아가고, 누구인지, 어디서 왔는지 등등, 여러 질문들을 하며 서로를 알아갔다. 프랑스의 다른지역에서 온 친구들이 가장 많았지만, 해당 지역에서 온 봉사자도 있었고, 다른 유럽국가들 오스트리아,이탈리아,에스토니아, 벨기에에서 온 친구들과 터키, 러시아에서 온 친구도 있었다. 다들 독특한 매력을 가진 친구들이었다. 첫 주에는 다들 서먹했다. 불어를 하나도 못하는 나를 배려해서 영어로 말을 걸어준 고마운 친구도 있었고, 아직 제대로 대화를 못해본 친구도 있었다. 그렇게 어색하게 캠프생활이 시작되었다.
처음 이삼일간은 회의의 연속이었다. 역할 분담을 위해서 이리저리 팀을 나누고 각 요일마다 어느팀이 어디에서 일을 하게되는지 결정내렸다. 이걸로 회의는 다 끝난줄 알았다. 이게 왠일, 다음주 주말에 또 회의를 하는데, 이번에는 식사 메뉴를 그 해당 요일에 주방일을 맡은 팀이 정해와야했다. 영어를 그리 잘 하지 못하는 친구와의 대화가 가장 힘들었다. 결국 그 친구는 짜증을 내며 가버렸지만 남아있던 조원들과 마무리 지었다. 일단 팀별로 할당된 일을 마무리 짓고나서 그 친구에게 다시 다가가 말을 걸었다. 천천히 듣고보니 그 친구는 그냥 계속되는 회의에 지쳐있던거였다. 그리고 언어적인 문제 역시 스트레스였다고 털어놓았다. 텐트에 돌아가 쉬는게 좋겠다고 말해준 뒤 다른 조원에게도 전달해 주었다. 그렇게 처음 일어난 말다툼은 잘 풀렸다.
일을 하는 것도 두 장소를 번갈아 가면서 해서 그런지 그다지 지루하지는 않았다. 한곳은 공원 옆에 아이들이 통학하는 길에 있는 벽 보수였다. 공원쪽에서 밀려내려오는 흙과 풀, 나무뿌리들을 치워내고 벽 윗부분을 다시 쌓는 일이었다. 나무뿌리들이 얼기설기 얽어있어 힘들었지만, 천천히 하나씩 치워갔다. 콘크리트도 직접 삽으로 섞어서 만들었다. 다른 곳 역시 공원이었는데, 그곳에 벽은 부수고 다시 짓는 거였다. 친구들과는 새로 지을꺼면 왜 부수냐며 투정아닌 투정을 부렸지만 막상 작업을 시작할때는 서로 맞지않는 돌들을 이리저리 굴리면서 맞추느라 바빴다. 레고는 여덟살때 이후로 처음해본다며 너스레를 떨던 친구도 있었다. 맞춰진 돌들은 물에 적셔지고 콘크리트를 접착제 삼아서 벽의 토대부분이 되어주었다. 후에 몇몇 부분이 또 잘못되서 다시 부수기는 했지만 그래도 목표량까지는 다 채웠다. 오전 아홉시에 일을 나가면 열한시 반 즈음에 30분 정도 휴식 시간이 주어졌다. 쉴때 바게트와 잼 등을 먹을 수 있어서 더 좋았다. 그리고 서로 장난삼아 물을 뿌리고 도망가는 일도 잦아서 더운줄을 몰랐다. 특히나 장난기많은 캠프리더 덕분에 다들 즐겁게 일을 끝마칠수 있었다.

다들 남는 자유시간에 뭘 할지 결정하는데, 무언가를 할때 항상 캠프참가자들과의 소통을 통해서 결정을 지었다. (귀찮지만 꼭 필요한 과정이었다. 솔직히 계속되는 회의가 지루하게 여겨졌었었다.) 그렇게 정해진것들 중 하나, 플래시몹이었다. 처음에는 소극적이던 나도 어느새 친구들과 연습을 하고 있었고 플래시몹 하는 날, 약속된 장소 앞인 퐁피두 센터 앞에서 음악을 틀고 플래시몹을 시작했다. 많이 틀리기도 했지만 재밌게 끝을 맺었다.
쉬는시간에 보드게임이 있기에 친구들 몇을 불러모았다. uno 라는 간단한 카드게임과 정글스피드 라는 게임이 있었다. 몇명안할때는 진사람이 비스킷을 이긴사람에게 주기로 약속하고 시작했다. 역시나 이런건 제안한 사람이 진다는 불변?의 법칙을 입증하면서 그 친구는 우리에게 비스킷을 주게되었다. 또다른 보드게임 정글스피드라는 게임은 정말 집중력을 필요로 하는 흥미진진한 게임이었다. 같은 모양인지 아닌지를 짧은시간에 구분해내는 정말 머리아프게 만드는 게임이었다. 다들 긴장한 표정으로 집중해서 카드를 뒤집던 게임이었다. 특히 실수를 연발하던 이탈리아 친구, 그 허탈해하던 표정을 잊을 수가 없다ㅋㅋ

참가 후 변화와 느낀 점, 하고 싶은 이야기

캠프 마지막 주에는 저녁즈음에 누군가가 나에게 침낭과 담요를 들고 나오라고 하기에 일단 들고 나갔었다. 캠프장 옆 잔디밭에 서로 모여서 아래에 담요들을 깔고 그위에 누워 하늘을 바라본 순간, 탄성이 나왔다. 그렇게 많은 별들이 머리위에서 반짝이고 있는건 처음이었다. 근처에 불빛은 없다시피해서 더 뚜렷하게 보였다. 밖에서 자면 춥진 않을까 라는 걱정도 했는데, 땅에 낮에 받은 따스함이 남아있었고 공기는 적당히 서늘해서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느긋하게 별도 감상하면서 그리고 옆자리에 누워있는 이탈리안 친구의 독특한 억양을 자장가 삼아서 잤다. 하늘에 빛나는 별과, 옆에 있던 새로운 친구와 추억이 생겨서 아직까지도 여운이 남는 장면이었다.

캠프 초반에는 예상외로 자유시간이 많아서 시간을 버리는건 아닌가 고민도 많이 했었다. 하지만 갈수록 친구들과 얘기할수 있는 시간이 많아서 고마웠다. 사람 관계에 있어서 조급하지 말자는 것을 배웠고, 워크캠프란거, 한번은 꼭 참가해볼만한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