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후기
경계 없는 사람들, 빈에서 만나다
Let's Act
참가 전 준비와 마음가짐
저희 캠프를 주관한 오스트리아 단체가 ‘Grenjelos'라는 곳이었는데 독일어로 ‘경계없는 사회’를 뜻하는 말이라고 합니다. 때문에 60대 할머니 두분, 다리가 불편해 휠체어와 비슷한 기구를 끌고다니는 친구, 최소 16세의 청소년, 40대 아저씨 등 다양한 사람들이 함께했습니다.
일주일에 하루는 아우가든이라는 큰 정원에 가서 벽에 페인트칠을 했습니다. 제가 갔을 때 유럽이 이상고온이었던 데다가 비엔나는 매일같이 37~38도를 웃돌았습니다. 페인팅하는 곳 중 일부는 그늘 하나 없이 햇빛을 온몸에 직접 받아야 하고, 하얀 벽이라 빛이 반사되기까지 해서 눈뜨기도 힘들고 굉장히 고된 작업이었습니다. 선크림, 모자, 선글라스는 꼭 챙겨가시길 바랍니다. 아우가든에서는 주로 캠프리더가 아니라 그곳의 담당자이신 프리쯔라는 아저씨께서 일을 가르쳐주시고 지시하셨습니다. 그런데 영어를 못하셔서 매번 본인이 직접 시범을 보이시면서 ‘Look, I am here. I am here.’ 이 말만 3분에 10회 이상은 반복하셨습니다. 어떤 상황이건 어떤 말을 하고싶으시건 간에 ‘I am here’ 하나면 모든 게 통했습니다. 덕분에 ‘I am here’은 우리 캠프의 유행어가 되었고, 숙소에서나 여가시간에도 언제어디서든 틈만 나면 참가자들끼리 ‘I am here’을 외치며 웃을 수 있었고 즐거웠습니다.
나머지 일주일에 사나흘은 지하철을 두 번 갈아타고 1시간 반 거리인 TUWI라는 곳에 가서 연기연습을 했습니다. 주간평가 때에는 숙소에서도 할 수 있는 일을 왜 굳이 TUWI까지 가야하냐는 불만도 많이 나와서 딱 하루는 그냥 숙소에서 연습을 진행한 적도 있습니다. 연기연습은 주로 게임을 통해 다양한 감정을 표정, 말, 온몸으로 표현했습니다. 그중에는 속된말로 정말 오글거리는 연기도 많았지만 누구하나 불평없이 수줍음없이 다들 열심히 연기를 했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것으로는 ‘공주를 잡으러 포효하며 쫓아가는 곰흉내’ ‘곰에게 쫓기는 공주흉내’ 등이 있었습니다.
일하는 시간은 페인팅이건 연극이건 상관 없이 모두 아침 9시 혹은 10시부터 오후 4시 혹은 5시까지였습니다. 때문에 기상시간은 주로 6시 45분이거나 7시 45분이었습니다. 기상시간도 이르고 이동시간도 매일 왕복 3시간, 일하는 시간도 7시간가량이었기에 평일에는 굉장히 빡빡한 스케쥴이었습니다. 여기에 더하여 캠프리더들은 늘 참가자들에게 더 많은 것을 보여주고 더 많은 것을 즐기게 해주고 싶어했기 때문에 거의 매일 저녁밥을 먹은 이후에도 가라오케나 international dinner, 시티투어 등의 일정이 있었습니다. 결국 하루 일과를 마치면 거의 밤 12시가 다 되어갔고, 참가자 29명 + 캠프리더 5명 (같이 생활하지 않은 리더들을 합치면 더 많습니다.)에 샤워실은 단 두 개밖에 되지 않았기 때문에 샤워순서를 기다리느라 굉장히 늦게 잠드는 날이 많았습니다. 결국 첫째주 주간평가 때에 거의 대부분의 참가자들이 ‘more freetime’을 외친 것을 고려하여 둘째주 수요일은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자유시간을 가졌습니다. 매주 금요일에는 주간평가를 실시하고, 이런저런 불만들에 속상했을 텐데도 참가자들의 의견을 잘 반영해준 리더들이 정말 감사하고 자랑스럽습니다.
캠프의 마지막 이틀 전날 밤에는 TUWI에서 3주간 저희가 연습한 공연으로 실제로 무대에 올랐습니다. 저희 공연의 제목은 ‘All together’였습니다. 우선 공연은 총 3세션으로 나뉘었습니다. 오프닝세션에는 모든 참가자들이 한명씩 등장하면서 다른나라 말로 ‘What did you say?’ 혹은 ‘I can't understand’를 서로 다른 제스처와 함께 외친 뒤 그 상태로 정지자세를 취했습니다. 그렇게 약 25명이 모두 모이면 다같이 퍼포먼스를 펼쳤습니다. 메인세션에서는 2~3명씩 팀을 나누어서 각각 하나의 씬을 연극했습니다. 총 10개 이상의 씬이었는데, 이 씬들은 이어지는 스토리가 아니라 모두 개별적인 내용이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마지막 세션이 가장 인상적이었습니다. 처음에는 참가자들이 모두 나와 두그룹으로 나뉘어 슬로우모션으로 패싸움을 벌였습니다. 그러다가 음악이 끊김과 동시에 싸움을 멈추고 ‘우리가 왜 싸우고 있는 것이며 여긴 어디고 나는 누구’와 같은 모션을 취했습니다. 이는 ‘갈등 -> 화합(all together)’이라는 저희의 주제를 잘 드러내기 위함이었습니다. 저희의 경우에는 프랑스에서 함께 온 5명의 브레이크댄스그룹이 있었습니다. 이 친구들은 브레이크댄스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놀이가 시작되었습니다. 일부그룹은 노래와 기타, 일부그룹은 살사댄스, 일부그룹은 리듬연주, 그리고 또 전체적으로는 서로의 손을 벽에 붙이고 손을 마주잡은 모습을 페인팅하는 퍼포먼스를 순서에 맞게 따로 또 같이 진행했습니다. 공연의 가장 마지막에는 국적별로 참가자들이 일어나서 본인의 모국어로 미리 준비한 소감을 낭송하고 ‘All together’를 부르며 끝이 났습니다.
사실 저를 비롯한 다수의 참가자들이 ‘로미오와 줄리엣’처럼 무언가 대단한 연극을 상상하면서 캠프에 참가했었습니다. 그런면에서 저희의 연극은 그러한 연극과는 분명히 차이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저희 공연은 처음에는 서로의 말과 마음을 이해하지 못했던 우리, 갈등과 싸움도 있던 우리, 하지만 이제는 화합하여 하나가 된 우리의 모습을 공연하는, ‘우리를 위한’ 공연이었습니다. 누군가 대단한 사람들을 위한 대단한 공연이 아니라, 이 공연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서로 다른 사람들끼리 알아가고 이해하는 것이 캠프 자체의 취지였습니다. 3주 전에 우리는 서로에게 낯선이들이었습니다. 하지만 3주동안 우리는 함께 일했고 함께 요리했고 함께 청소했고 함께 즐겼습니다. 이제 우리는 더 이상 낯선이가 아니라 친구가 되었습니다.
일주일에 하루는 아우가든이라는 큰 정원에 가서 벽에 페인트칠을 했습니다. 제가 갔을 때 유럽이 이상고온이었던 데다가 비엔나는 매일같이 37~38도를 웃돌았습니다. 페인팅하는 곳 중 일부는 그늘 하나 없이 햇빛을 온몸에 직접 받아야 하고, 하얀 벽이라 빛이 반사되기까지 해서 눈뜨기도 힘들고 굉장히 고된 작업이었습니다. 선크림, 모자, 선글라스는 꼭 챙겨가시길 바랍니다. 아우가든에서는 주로 캠프리더가 아니라 그곳의 담당자이신 프리쯔라는 아저씨께서 일을 가르쳐주시고 지시하셨습니다. 그런데 영어를 못하셔서 매번 본인이 직접 시범을 보이시면서 ‘Look, I am here. I am here.’ 이 말만 3분에 10회 이상은 반복하셨습니다. 어떤 상황이건 어떤 말을 하고싶으시건 간에 ‘I am here’ 하나면 모든 게 통했습니다. 덕분에 ‘I am here’은 우리 캠프의 유행어가 되었고, 숙소에서나 여가시간에도 언제어디서든 틈만 나면 참가자들끼리 ‘I am here’을 외치며 웃을 수 있었고 즐거웠습니다.
나머지 일주일에 사나흘은 지하철을 두 번 갈아타고 1시간 반 거리인 TUWI라는 곳에 가서 연기연습을 했습니다. 주간평가 때에는 숙소에서도 할 수 있는 일을 왜 굳이 TUWI까지 가야하냐는 불만도 많이 나와서 딱 하루는 그냥 숙소에서 연습을 진행한 적도 있습니다. 연기연습은 주로 게임을 통해 다양한 감정을 표정, 말, 온몸으로 표현했습니다. 그중에는 속된말로 정말 오글거리는 연기도 많았지만 누구하나 불평없이 수줍음없이 다들 열심히 연기를 했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것으로는 ‘공주를 잡으러 포효하며 쫓아가는 곰흉내’ ‘곰에게 쫓기는 공주흉내’ 등이 있었습니다.
일하는 시간은 페인팅이건 연극이건 상관 없이 모두 아침 9시 혹은 10시부터 오후 4시 혹은 5시까지였습니다. 때문에 기상시간은 주로 6시 45분이거나 7시 45분이었습니다. 기상시간도 이르고 이동시간도 매일 왕복 3시간, 일하는 시간도 7시간가량이었기에 평일에는 굉장히 빡빡한 스케쥴이었습니다. 여기에 더하여 캠프리더들은 늘 참가자들에게 더 많은 것을 보여주고 더 많은 것을 즐기게 해주고 싶어했기 때문에 거의 매일 저녁밥을 먹은 이후에도 가라오케나 international dinner, 시티투어 등의 일정이 있었습니다. 결국 하루 일과를 마치면 거의 밤 12시가 다 되어갔고, 참가자 29명 + 캠프리더 5명 (같이 생활하지 않은 리더들을 합치면 더 많습니다.)에 샤워실은 단 두 개밖에 되지 않았기 때문에 샤워순서를 기다리느라 굉장히 늦게 잠드는 날이 많았습니다. 결국 첫째주 주간평가 때에 거의 대부분의 참가자들이 ‘more freetime’을 외친 것을 고려하여 둘째주 수요일은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자유시간을 가졌습니다. 매주 금요일에는 주간평가를 실시하고, 이런저런 불만들에 속상했을 텐데도 참가자들의 의견을 잘 반영해준 리더들이 정말 감사하고 자랑스럽습니다.
캠프의 마지막 이틀 전날 밤에는 TUWI에서 3주간 저희가 연습한 공연으로 실제로 무대에 올랐습니다. 저희 공연의 제목은 ‘All together’였습니다. 우선 공연은 총 3세션으로 나뉘었습니다. 오프닝세션에는 모든 참가자들이 한명씩 등장하면서 다른나라 말로 ‘What did you say?’ 혹은 ‘I can't understand’를 서로 다른 제스처와 함께 외친 뒤 그 상태로 정지자세를 취했습니다. 그렇게 약 25명이 모두 모이면 다같이 퍼포먼스를 펼쳤습니다. 메인세션에서는 2~3명씩 팀을 나누어서 각각 하나의 씬을 연극했습니다. 총 10개 이상의 씬이었는데, 이 씬들은 이어지는 스토리가 아니라 모두 개별적인 내용이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마지막 세션이 가장 인상적이었습니다. 처음에는 참가자들이 모두 나와 두그룹으로 나뉘어 슬로우모션으로 패싸움을 벌였습니다. 그러다가 음악이 끊김과 동시에 싸움을 멈추고 ‘우리가 왜 싸우고 있는 것이며 여긴 어디고 나는 누구’와 같은 모션을 취했습니다. 이는 ‘갈등 -> 화합(all together)’이라는 저희의 주제를 잘 드러내기 위함이었습니다. 저희의 경우에는 프랑스에서 함께 온 5명의 브레이크댄스그룹이 있었습니다. 이 친구들은 브레이크댄스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놀이가 시작되었습니다. 일부그룹은 노래와 기타, 일부그룹은 살사댄스, 일부그룹은 리듬연주, 그리고 또 전체적으로는 서로의 손을 벽에 붙이고 손을 마주잡은 모습을 페인팅하는 퍼포먼스를 순서에 맞게 따로 또 같이 진행했습니다. 공연의 가장 마지막에는 국적별로 참가자들이 일어나서 본인의 모국어로 미리 준비한 소감을 낭송하고 ‘All together’를 부르며 끝이 났습니다.
사실 저를 비롯한 다수의 참가자들이 ‘로미오와 줄리엣’처럼 무언가 대단한 연극을 상상하면서 캠프에 참가했었습니다. 그런면에서 저희의 연극은 그러한 연극과는 분명히 차이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저희 공연은 처음에는 서로의 말과 마음을 이해하지 못했던 우리, 갈등과 싸움도 있던 우리, 하지만 이제는 화합하여 하나가 된 우리의 모습을 공연하는, ‘우리를 위한’ 공연이었습니다. 누군가 대단한 사람들을 위한 대단한 공연이 아니라, 이 공연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서로 다른 사람들끼리 알아가고 이해하는 것이 캠프 자체의 취지였습니다. 3주 전에 우리는 서로에게 낯선이들이었습니다. 하지만 3주동안 우리는 함께 일했고 함께 요리했고 함께 청소했고 함께 즐겼습니다. 이제 우리는 더 이상 낯선이가 아니라 친구가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