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후기
스위스 작은 마을, 세상과 소통하다
Summer Camp
참가 전 준비와 마음가짐
예전부터 타 문화권의 사람들과의 교류를 통해서 좀 더 넓어진 시야와 관점으로 내 인생을 바라보고 싶었다. 외국에서 살면서 나와 다른 사람들과 진정한 관계를 맺는 것에 대한 환상도 있었다. 이러한 생각들을 부분적으로 실현해줄 수 있는 게 바로 워크캠프라는 생각이 들어서 지원을 하게 되었다. 언어와 문화가 다른 사람들이 한데 모여서 하나의 주제를 가지고 같이 시간을 보내며 인간으로서 교감하고 또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며 조화를 이룬다는 점이 나에게 굉장히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교환학생을 가기에 앞서 워크캠프를 통해 외국인들을 잘 사귈 자신이 없었던 내가 좋은 연습을 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에 지원을 하게 되었다.
처음에 도착했을 때 느꼈던 것은 외국인들은 새로운 사람들을 맞이하면서 예를 갖추어 자신을 소개하는 매너가 굉장히 잘 갖춰져 있다는 것이다. 모두들 처음 도착해서 모든 것이 낯설었던 나에게 손을 내밀어 주고 환영해주었다. 하지만 그들의 친절은 거기까지였다. 그 다음부터는 내가 그들에게 먼저 다가가고 도움을 청하고 적극적으로 내 존재감을 표현해야 관계가 발전이 된다는 것도 깨달았다. 워크캠프에 도착하자마자 나는 서양인과 동양인의 차이를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내가 참가했던 워크캠프는 독일어를 쓰는 지방에 사는 스위스 아이들에게 프랑스어를 가르쳐주는 언어교환 캠프였다. 그 곳에서 밥을 해주고 청소를 하는 것이 나의 일이었는데 그 덕분에 나는 훨씬 다양한 사람들과 친분을 쌓을 수 있었던 것 같다. 나보다 나이가 많은 프랑스어 선생님들을 통해서 프랑스어를 시간 날 때마다 배우고 유럽에 사는 사람들이 30대에 고민하는 것들도 엿볼 수 있었다. 또 스위스 청소년들과도 친해지면서 그들의 문화를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었다. 내가 참가했던 워크캠프에는 터키사람, 프랑스사람, 스페인사람, 타이완사람, 스위스사람이 있었는데 정말 신기했던 것은 처음에는 나라별로 구분 지어서 인식되었던 사람들이 점점 개개인으로 나에게 다가왔다는 것이다. 어느 순간부터 인간 대 인간으로 서로에 대해 알아가고 있었다. 심지어 스페인 사람들은 영어를 잘 하지 못해서 의사소통을 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했는데도 우리는 서로 같은 음악을 좋다고 생각하고 같은 유머코드로 웃고 있었다. 이렇게 작은 마을에서 6개국어가 존재하는데도 불구하고 우리는 매일 공통분모를 찾아서 즐겁게 보내고야 말았다. 마지막 날 진실게임을 하면서 술을 마실 때는 내가 정말 그들과 가족이 된 것 마냥 그들에게 인정받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정말 가슴이 따듯해지는 느낌이었다.
교육 목적의 캠프였는데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와 다르게 이곳 캠프는 굉장히 많은 여가시간을 아이들에게 주었다. 저녁마다 우리는 청소년들을 위해서 다양한 오락 프로그램을 준비했는데 강에서 수영하기, 가라오케, 보드 게임, 탁구, 영화, 미니골프 등이 있었다. 우리 봉사자들도 덩달아 즐길 수 있었는데 이런 프로그램들의 특징은 전부 굉장히 자연과 가까웠다는 것이다. 날씨만 좋으면 여기 사람들은 모든 것을 밖에서 하고 싶어했다. 오락 프로그램뿐만이 아니라 식사 역시도 밖에도 이루어졌다. 실내에 식사 시설이 다 갖춰져 있는데도 불구하고 굳이 식탁을 밖으로 옮겨 비만 오지 않으면 모든 식사를 밖에서 했다. 한번도 일부러 햇빛을 찾아 밖으로 나가서 식사를 하려고 했던 적이 없었던 나에게는 충격이었다. 프랑스어 수업 역시도 비가 온 첫날만 실내에서 이루어졌고 그 후부터는 다 햇빛 밑에서 잔디를 밟으며 이루어졌다. 강이 제일 따듯한 저녁 시간 때에 다같이 약속이나 한 듯이 강가로 가서 수영을 하는 모습은 정말 그림 같았다. 나는 들어가지는 않았지만 멀리서 석양이 지면서 아이들이 물놀이를 하고 있는 것을 보고 있으면 절로 마음속에 여유가 생기는 느낌이었다.
또 한가지 재미있었던 점은 이런 교육 캠프의 지도자가 나보다 한 살 어렸다는 것이다. 외국인들의 나이는 종종 짐작할 수가 없기도 하고 캠프의 리더니까 당연히 나이가 많을 줄 알았는데 나보다 어리다는 이야기를 듣고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물론 우리나라에서도 대학생들이 주도하는 청소년 리더십 캠프가 종종 있기는 하다. 하지만 외딴 시골 마을에서 몇 일도 아니고 2주 동안 아이들을 19살의 남자 아이가 주도하는 캠프에 맡길 수 있는 부모들이 새삼 대단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어린 청년에게 이런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믿어주는 캠프 재단 측도 굉장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봉사자들은 또 이 캠프에 참가하는 아이들에게도 이따금씩 꽤 많은 책임감이 따르는 일을 맡기기도 하였다. 어쩌면 우리나라보다 이곳 사람들은 훨씬 더 어릴 적부터 독립적이고 진취적이며 자신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에 익숙해져 있는지도 모르겠다.
내가 이곳에 있는 동안 굉장히 나를 열성적이게 쫓아다니던 한 중국계 스위스인 여자아이가 있었다. 그 아이는 중국인 부모님을 두었지만 스위스에서 태어난 아이였는데 영어, 중국어, 스위스 독일어를 벌써 완벽하게 구사했다. 이런 아이가 몇 년 전부터 한국문화에 굉장히 빠져서 이제는 한국어까지도 열심히 배우고 있다. 나에게 한국어와 한국 문화에 관한 질문을 굉장히 많이 했는데 단순한 취미일 수 있는 K Pop 사랑이 이렇게 생산적인 공부로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그림에도 굉장히 소질이 있어서 내 초상화를 그려주기도 했다. 카카오톡도 내가 알려줘서 시작한 뒤로 아직도 연락이 오곤 한다. 얼마 전에는 자신이 좋아하는 아이돌 가수를 그려서 그에게 편지와 함께 보내주고 싶다고 했는데 자신이 쓴 한국어 문법이 맞는지 봐달라고 했다. 적극적으로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을 찾아서 해내고야 만다. 세계적인 디자이너가 꿈이라는 이 아이가 나중에 크면 국제 무대에서 얼마나 역량 있는 사람이 될까 궁금했다.
주말에는 다같이 근교로 여행을 떠나기도 했다. Fribourg, Murten, Neuchatel 등 내가 평범하게 스위스 여행을 했다면 지나쳤을 곳들이다. 여행객들이 일반적으로 찾지 않는 곳이기에 훨씬 더 특별하고 나 밖에 모를 스위스의 모습을 알아가는 것 같아 굉장히 기분 좋았던 여행들이다. 기대하지 않게 정말 아름다운 자연 경관도 보고 맛있는 음식도 먹었다. 한적한 도심을 걸으며 스위스 사람들의 삶의 정취를 느꼈다. Fribourg는 아르웬이라는 프랑스어 선생님이 예전에 살았던 곳이었는데 나를 좋은 경치를 볼 수 있는 뒷동산으로 안내해주었다. 그곳에서 바라본 마을 전체의 모습은 정말 가슴을 벅차 오르게 했다. 간단한 산책 뒤에 염소 치즈를 발라먹은 빵과 과일들은 정말 꿀맛이었다. 또 한번은 마리아라는 스페인 여자와 같이 베른으로 투어를 갔다 왔는데 아레 강 색깔이 정말 인상적이었다. 페이스북에 올린 사진에 댓글을 단 친구의 표현을 빌리자면 마치 파워에이드 색깔처럼 푸른빛이었는데 마리아가 나를 위해 수영복을 두 개나 챙겨오는 세심함을 발휘해줘서 수영도 해 볼 수 있었다. 수영한 뒤에 다른 스위스 사람들처럼 잔디밭에 누워서 몸을 말리고 있었는데 그런 잔디 뒤로 멀리 보이는 설산이 정말 절경이었다. 우리가 베른을 간 날이 마침 또 스위스 국경일이어서 국회의사당에서 나눠주는 초콜릿도 받아 먹었다. 사람들은 기분 좋게 해주는 이런 귀여운 이벤트를 국회 차원에서 진행한다는 점이 스위스를 더 매력적인 국가로 보이게 했다.
나와 타이완 봉사자들에게 유독 관심을 갖고 질문을 하는 루라는 사람이 있었다. 루는 나와 타이완 여자를 지칭할 때 ‘girls from Asia’라고 하곤 했는데 그 말이 사실인데도 불구하고 왠지 모르게 기분이 나빴다. 그가 아시아에 대해서 잘못되거나 일반화된 발언을 할 때 나와 타이완 여자아이는 과민하게 반응을 하며 기분이 나쁜 걸 티 내곤 했는데 이제 와서 내가 왜 그렇게 과민하게 반응을 했을까 의문을 가지게 된다. 한국을 얕보지 않았으면 하는 조바심 같은 마음에 오히려 더 과민하게 반응을 한 것 같기도 하다. 그들은 단순히 잘 모르고 순수하게 호기심을 가졌을 수도 있었을 텐데 말이다. 만약 비슷한 실수를 스페인 사람에게 했어도 그들이 우리처럼 기분 나빠했을까 궁금해진다. 이런 궁금증에 해답을 줄 공부를 더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유럽 사람들은 세계화를 항상 실천하고 있는 것 같다. 그들은 항상 다양한 인종이 한데 어우러져 사는 곳에서 일상을 보내고 있었다. 또 그런 환경에서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서로의 문화를 이해하려 노력하고 이미 자신과 다른 사람들과 우정을 나누고 있었다. 이런 점이 나는 우리나라에도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자신과 다른 사람들은 경계하고 자기 사람이 되기 전까지는 배척하는 경향이 있는데 그런 경향 때문에 외국인들이 우리나라에 와서 여행을 할 때 우리나라 사람들이 차갑다고 느낄 수 있는 것 같다. 서로 다른 사람들 사이에서 이야기하고 이해하려고 하는 게 답답할지는 몰라도 확실히 이런 관계가 가져다 주는 새로운 세상에 대한 앎과 재미가 있는 것 같다. 워크캠프 내내 이런 환경에서 어느덧 열심히 소통하고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있었던 나를 보는 것도 굉장히 큰 즐거움이었다.
어릴 적 캐나다에서 산적이 있었는데 그 때 당시에 우리 한국 여자아이들 사이에서는 백인들과 친해지기 것이 일종의 유학성공의 잣대였다. 그 어린 나이에도 백인들을 우월하게 보는 생각이 벌써 내제되어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오랜 시간이 흐른 지금은 외국인들의 겉모습으로 그들을 더 우월하거나 열등하게 평가하지 않게 된다. 워크캠프를 통해서 그들의 내면을 보고 인간으로 대하는 법을 익혔다. 더불어 내 겉모습과 내면이 어찌되었던 내 모습 자체를 인정하고 사랑하는 방법도 알게 된 것 같다. 한국에서는 같은 문화권의 사람들이 집단을 형성하고 있기 때문에 그 집단에 융화되고 순응하는 것이 쉽다. 하지만 워크캠프에서 만난 사람들과는 비슷해지는 것이 불가능했기 때문에 내 기준을 찾고 내 있는 그대로를 보여줄 수 밖에 없었던 것 같다. 워크캠프를 통해서 굉장히 많은 것을 느꼈고 내가 과거에 생각해보지 못한 부분에서 신선한 지적 자극도 받았다. 워크캠프에 와서 얻어가고 싶었던 부분을 많이 이룬 것 같아 매 순간이 행복했다. 워크캠프가 끝난 지 2주 만에 그곳에서 만났던 터키 남자아이인 Tunc를 암스테르담에서 다시 만났다. 오래된 친구를 보는 것 마냥 정말 반가웠다. 워크캠프에서 만난 이들이 앞으로도 정말 오랫동안 생각날 것이다.
처음에 도착했을 때 느꼈던 것은 외국인들은 새로운 사람들을 맞이하면서 예를 갖추어 자신을 소개하는 매너가 굉장히 잘 갖춰져 있다는 것이다. 모두들 처음 도착해서 모든 것이 낯설었던 나에게 손을 내밀어 주고 환영해주었다. 하지만 그들의 친절은 거기까지였다. 그 다음부터는 내가 그들에게 먼저 다가가고 도움을 청하고 적극적으로 내 존재감을 표현해야 관계가 발전이 된다는 것도 깨달았다. 워크캠프에 도착하자마자 나는 서양인과 동양인의 차이를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내가 참가했던 워크캠프는 독일어를 쓰는 지방에 사는 스위스 아이들에게 프랑스어를 가르쳐주는 언어교환 캠프였다. 그 곳에서 밥을 해주고 청소를 하는 것이 나의 일이었는데 그 덕분에 나는 훨씬 다양한 사람들과 친분을 쌓을 수 있었던 것 같다. 나보다 나이가 많은 프랑스어 선생님들을 통해서 프랑스어를 시간 날 때마다 배우고 유럽에 사는 사람들이 30대에 고민하는 것들도 엿볼 수 있었다. 또 스위스 청소년들과도 친해지면서 그들의 문화를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었다. 내가 참가했던 워크캠프에는 터키사람, 프랑스사람, 스페인사람, 타이완사람, 스위스사람이 있었는데 정말 신기했던 것은 처음에는 나라별로 구분 지어서 인식되었던 사람들이 점점 개개인으로 나에게 다가왔다는 것이다. 어느 순간부터 인간 대 인간으로 서로에 대해 알아가고 있었다. 심지어 스페인 사람들은 영어를 잘 하지 못해서 의사소통을 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했는데도 우리는 서로 같은 음악을 좋다고 생각하고 같은 유머코드로 웃고 있었다. 이렇게 작은 마을에서 6개국어가 존재하는데도 불구하고 우리는 매일 공통분모를 찾아서 즐겁게 보내고야 말았다. 마지막 날 진실게임을 하면서 술을 마실 때는 내가 정말 그들과 가족이 된 것 마냥 그들에게 인정받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정말 가슴이 따듯해지는 느낌이었다.
교육 목적의 캠프였는데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와 다르게 이곳 캠프는 굉장히 많은 여가시간을 아이들에게 주었다. 저녁마다 우리는 청소년들을 위해서 다양한 오락 프로그램을 준비했는데 강에서 수영하기, 가라오케, 보드 게임, 탁구, 영화, 미니골프 등이 있었다. 우리 봉사자들도 덩달아 즐길 수 있었는데 이런 프로그램들의 특징은 전부 굉장히 자연과 가까웠다는 것이다. 날씨만 좋으면 여기 사람들은 모든 것을 밖에서 하고 싶어했다. 오락 프로그램뿐만이 아니라 식사 역시도 밖에도 이루어졌다. 실내에 식사 시설이 다 갖춰져 있는데도 불구하고 굳이 식탁을 밖으로 옮겨 비만 오지 않으면 모든 식사를 밖에서 했다. 한번도 일부러 햇빛을 찾아 밖으로 나가서 식사를 하려고 했던 적이 없었던 나에게는 충격이었다. 프랑스어 수업 역시도 비가 온 첫날만 실내에서 이루어졌고 그 후부터는 다 햇빛 밑에서 잔디를 밟으며 이루어졌다. 강이 제일 따듯한 저녁 시간 때에 다같이 약속이나 한 듯이 강가로 가서 수영을 하는 모습은 정말 그림 같았다. 나는 들어가지는 않았지만 멀리서 석양이 지면서 아이들이 물놀이를 하고 있는 것을 보고 있으면 절로 마음속에 여유가 생기는 느낌이었다.
또 한가지 재미있었던 점은 이런 교육 캠프의 지도자가 나보다 한 살 어렸다는 것이다. 외국인들의 나이는 종종 짐작할 수가 없기도 하고 캠프의 리더니까 당연히 나이가 많을 줄 알았는데 나보다 어리다는 이야기를 듣고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물론 우리나라에서도 대학생들이 주도하는 청소년 리더십 캠프가 종종 있기는 하다. 하지만 외딴 시골 마을에서 몇 일도 아니고 2주 동안 아이들을 19살의 남자 아이가 주도하는 캠프에 맡길 수 있는 부모들이 새삼 대단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어린 청년에게 이런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믿어주는 캠프 재단 측도 굉장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봉사자들은 또 이 캠프에 참가하는 아이들에게도 이따금씩 꽤 많은 책임감이 따르는 일을 맡기기도 하였다. 어쩌면 우리나라보다 이곳 사람들은 훨씬 더 어릴 적부터 독립적이고 진취적이며 자신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에 익숙해져 있는지도 모르겠다.
내가 이곳에 있는 동안 굉장히 나를 열성적이게 쫓아다니던 한 중국계 스위스인 여자아이가 있었다. 그 아이는 중국인 부모님을 두었지만 스위스에서 태어난 아이였는데 영어, 중국어, 스위스 독일어를 벌써 완벽하게 구사했다. 이런 아이가 몇 년 전부터 한국문화에 굉장히 빠져서 이제는 한국어까지도 열심히 배우고 있다. 나에게 한국어와 한국 문화에 관한 질문을 굉장히 많이 했는데 단순한 취미일 수 있는 K Pop 사랑이 이렇게 생산적인 공부로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그림에도 굉장히 소질이 있어서 내 초상화를 그려주기도 했다. 카카오톡도 내가 알려줘서 시작한 뒤로 아직도 연락이 오곤 한다. 얼마 전에는 자신이 좋아하는 아이돌 가수를 그려서 그에게 편지와 함께 보내주고 싶다고 했는데 자신이 쓴 한국어 문법이 맞는지 봐달라고 했다. 적극적으로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을 찾아서 해내고야 만다. 세계적인 디자이너가 꿈이라는 이 아이가 나중에 크면 국제 무대에서 얼마나 역량 있는 사람이 될까 궁금했다.
주말에는 다같이 근교로 여행을 떠나기도 했다. Fribourg, Murten, Neuchatel 등 내가 평범하게 스위스 여행을 했다면 지나쳤을 곳들이다. 여행객들이 일반적으로 찾지 않는 곳이기에 훨씬 더 특별하고 나 밖에 모를 스위스의 모습을 알아가는 것 같아 굉장히 기분 좋았던 여행들이다. 기대하지 않게 정말 아름다운 자연 경관도 보고 맛있는 음식도 먹었다. 한적한 도심을 걸으며 스위스 사람들의 삶의 정취를 느꼈다. Fribourg는 아르웬이라는 프랑스어 선생님이 예전에 살았던 곳이었는데 나를 좋은 경치를 볼 수 있는 뒷동산으로 안내해주었다. 그곳에서 바라본 마을 전체의 모습은 정말 가슴을 벅차 오르게 했다. 간단한 산책 뒤에 염소 치즈를 발라먹은 빵과 과일들은 정말 꿀맛이었다. 또 한번은 마리아라는 스페인 여자와 같이 베른으로 투어를 갔다 왔는데 아레 강 색깔이 정말 인상적이었다. 페이스북에 올린 사진에 댓글을 단 친구의 표현을 빌리자면 마치 파워에이드 색깔처럼 푸른빛이었는데 마리아가 나를 위해 수영복을 두 개나 챙겨오는 세심함을 발휘해줘서 수영도 해 볼 수 있었다. 수영한 뒤에 다른 스위스 사람들처럼 잔디밭에 누워서 몸을 말리고 있었는데 그런 잔디 뒤로 멀리 보이는 설산이 정말 절경이었다. 우리가 베른을 간 날이 마침 또 스위스 국경일이어서 국회의사당에서 나눠주는 초콜릿도 받아 먹었다. 사람들은 기분 좋게 해주는 이런 귀여운 이벤트를 국회 차원에서 진행한다는 점이 스위스를 더 매력적인 국가로 보이게 했다.
나와 타이완 봉사자들에게 유독 관심을 갖고 질문을 하는 루라는 사람이 있었다. 루는 나와 타이완 여자를 지칭할 때 ‘girls from Asia’라고 하곤 했는데 그 말이 사실인데도 불구하고 왠지 모르게 기분이 나빴다. 그가 아시아에 대해서 잘못되거나 일반화된 발언을 할 때 나와 타이완 여자아이는 과민하게 반응을 하며 기분이 나쁜 걸 티 내곤 했는데 이제 와서 내가 왜 그렇게 과민하게 반응을 했을까 의문을 가지게 된다. 한국을 얕보지 않았으면 하는 조바심 같은 마음에 오히려 더 과민하게 반응을 한 것 같기도 하다. 그들은 단순히 잘 모르고 순수하게 호기심을 가졌을 수도 있었을 텐데 말이다. 만약 비슷한 실수를 스페인 사람에게 했어도 그들이 우리처럼 기분 나빠했을까 궁금해진다. 이런 궁금증에 해답을 줄 공부를 더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유럽 사람들은 세계화를 항상 실천하고 있는 것 같다. 그들은 항상 다양한 인종이 한데 어우러져 사는 곳에서 일상을 보내고 있었다. 또 그런 환경에서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서로의 문화를 이해하려 노력하고 이미 자신과 다른 사람들과 우정을 나누고 있었다. 이런 점이 나는 우리나라에도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자신과 다른 사람들은 경계하고 자기 사람이 되기 전까지는 배척하는 경향이 있는데 그런 경향 때문에 외국인들이 우리나라에 와서 여행을 할 때 우리나라 사람들이 차갑다고 느낄 수 있는 것 같다. 서로 다른 사람들 사이에서 이야기하고 이해하려고 하는 게 답답할지는 몰라도 확실히 이런 관계가 가져다 주는 새로운 세상에 대한 앎과 재미가 있는 것 같다. 워크캠프 내내 이런 환경에서 어느덧 열심히 소통하고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있었던 나를 보는 것도 굉장히 큰 즐거움이었다.
어릴 적 캐나다에서 산적이 있었는데 그 때 당시에 우리 한국 여자아이들 사이에서는 백인들과 친해지기 것이 일종의 유학성공의 잣대였다. 그 어린 나이에도 백인들을 우월하게 보는 생각이 벌써 내제되어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오랜 시간이 흐른 지금은 외국인들의 겉모습으로 그들을 더 우월하거나 열등하게 평가하지 않게 된다. 워크캠프를 통해서 그들의 내면을 보고 인간으로 대하는 법을 익혔다. 더불어 내 겉모습과 내면이 어찌되었던 내 모습 자체를 인정하고 사랑하는 방법도 알게 된 것 같다. 한국에서는 같은 문화권의 사람들이 집단을 형성하고 있기 때문에 그 집단에 융화되고 순응하는 것이 쉽다. 하지만 워크캠프에서 만난 사람들과는 비슷해지는 것이 불가능했기 때문에 내 기준을 찾고 내 있는 그대로를 보여줄 수 밖에 없었던 것 같다. 워크캠프를 통해서 굉장히 많은 것을 느꼈고 내가 과거에 생각해보지 못한 부분에서 신선한 지적 자극도 받았다. 워크캠프에 와서 얻어가고 싶었던 부분을 많이 이룬 것 같아 매 순간이 행복했다. 워크캠프가 끝난 지 2주 만에 그곳에서 만났던 터키 남자아이인 Tunc를 암스테르담에서 다시 만났다. 오래된 친구를 보는 것 마냥 정말 반가웠다. 워크캠프에서 만난 이들이 앞으로도 정말 오랫동안 생각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