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후기

워크캠프, 행복을 찾아 떠난 덴마크

작성자 최수현
덴마크 MS01 · CONS/ENVI 2013. 05 - 2013. 06 Brenderup, Fyn, Denmark

Urban gardening and sustainable living area

참가 전 준비와 마음가짐

* 워크캠프를 참가하게 된 배경

우연히 워크캠프를 알게 된 그 순간부터 참여하기까지 1-2년정도가 흐른 것 같다. 어떻게 알게 되었는지 경로조차 기억나지 않지만, 워크캠프를 다녀온 사람들의 후기를 보고 있자면 그들이 그 곳에서 사귄 친구들과 얼마나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왔는지 그들이 사진에서 글에서 느껴졌고 나 또한 그들 중 하나가 되기를 원해왔다. 그래서 난 그 마력에 끌리듯이 ‘그래, 나도 이걸 꼭 참가해야지. 그게 무슨 내용이든 어느 곳이든 그건 가게 되는 순간에 고른다고 하더라도 반드시 워크캠프를 통해서 가야지’ 했다. 내가 그냥 혼자 하는 배낭여행보다도 워크캠프를 통해서 가야겠다고 마음 먹은 것은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은, 여행과는 또 다른 경험이기 때문이었다. 사실 여행은 많은 곳을 내 마음대로 다니면서 볼 수 있지만 그냥 한 번 눈으로 보고 사진 몇 장 남겨 놓는 그저 관광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이미 나의 많은 여행들은 아무리 기억에 오래 남겨놓으려고 해도 어느새 기억 한 켠에서 희미해져 버리기 마련이었다. 또한, 캠프생활을 하면서 그 곳 문화, 생활을 함께 하면서 그들의 일부가 되어볼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친구들도 사귀고 영어로 생활하는 시간도 많이 갖고 여러모로 득이 될 것 같았다. (그리고 워크캠프를 다녀온 뒤 지금 돌이켜보건대 실제로 내가 기대했던 것들을 많이 얻어온 것 같다) 부모님께서도 항상 세계에서 활동하는 사람이 되길 원하셨기에 이런 프로그램을 반겨 하셨다. 미국에서 학교를 졸업한 뒤 잠시 한국을 돌아와야 했던 시점에, 정말 감사하게도 부모님께서는 나의 견문을 넓히고자 유럽여행을 동반한 워크캠프참가를 허락해주셨다.

봉사, 사실 나에게는 조금 거리가 먼 단어였다. 물론 마음속에서는 가까이 하고 싶어했던 단어이기도 했지만 생각만 많았지 실천까지는 내 몸이 조금 게을렀던 것 같다. 워크캠프를 신청하면서 내가 유럽으로 봉사활동을 간다고 했더니 워크캠프를 몰랐던 많은 선후배와 친구들이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내가 그렇게 기대해왔던 이 워크캠프를 아직 모르는 사람들도 많다는 것을 느끼면서 나는 꼭 이번 기회를 통해 발전하고 성장하고, 또 내 마음에서 우러나와 내가 먼저 남들에게 추천을 하리라고, 그러기 위해선 잘 마치고 오겠다는 다짐 또한 가졌다. 출발 이전 주변에서는 무슨 봉사를 유럽으로 가느냐, 그런 건 개발도상국 같은 곳 에서 필요한 것 아니냐는 얘기가 많았고, 나 역시도 ‘그런가?’하는 마음이 들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생각은 워크캠프를 하는 내내 ‘봉사가 뭐지, 내가 지금 여기서 무엇을 누구를 위해 하고 있는 거지?’ 라는 반복적인 질문을 던진 결과, 정답은 아니지만 내 나름대로 봉사는 ‘내 이익을 떠나서 그 곳이 어디든, 누굴 위하든, 내 손길이 필요한 곳에 건넨 작은 도움을 통해 기뻐하는 사람의 미소만으로도 된 것’ 이라는 나만의 답이 생겼다. 워크캠프 기간 내내 즐겁기만 했던 건 당연히 아니다. 춥고 더운 날씨에 힘들기도 했다. 하지만 나는 새로운 목표가 생겼다. 이제 워크캠프를 두 번 다녀왔으니 앞으로 다시 돈도 모으고 세상 공부도 많이 하면서 워크캠프를 다섯 번은 더 채울 것, 그래서 전 세계에 친구들도 많이 사귀고 방방곡곡 돌아다니며 배우고, 내 꿈에 한 걸음 다가갈 수 있도록 노력할 것. 


*Our work and life in brenderup

우리의 베이스캠프는 덴마크 Fyn island에 위치한 Brenderup이라는 해변근처 작은 마을이다. 우리는 이 곳에 있는 Brenderup hojskole (베네홉 호이스콜)에서 Urban Gardening이라는 주제 하에 각국에서 모였다. Danish folk high school인 이곳은 19세기 덴마크에서 활발했던 대주의 계몽운동에 기반을 둔 학교로 전교생이 3-40명 정도되는 기숙사형 국제학교이다.

봉사활동: 우리가 이곳에서 한 일은 위에도 말했듯이 Urban gardening이다. 이렇게만 말한다면 감이 안 올 것 같다. 워크캠프에 참여한 우리도 일을 시작하기 전까지는 우리가 뭘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잘 몰랐으니까. 아주 간단하게 우리의 봉사내역을 읊자면, 우리는 우선 학교 뒷마당에 있는 쓸모 없어진 조형물을 부숴서 치워 없애고, 흙 바닥인 곳에 벽돌을 문양과 함께 다 깔고, 페인트칠도 하고, flower box를 만들어 새로 벽돌을 깐 마당 한 켠에 예쁘게 장식해놓기 등등 이었다. 그냥 이렇게만 말하면 쉬운 일 같은데 이게 은근히 벽돌 14,000장을 문양을 맞춰가면서 하나하나 맞춰 깔고 우리가 우리 손으로 디자인을 해서 나무로 못질을 해가면서 박스를 만들고 꽃을 옮겨 심고, 땀 뻘뻘 흘리며 옷과 팔 다리 여기저기에 페인트를 묻혀가면서 벽을 두 번씩이나 칠하고 그리 즐거운 일만은 아니었다. 하지만 우리는 다같이 협동하면서 서로 돕고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동기부여도 하고 힘들면 기운도 북돋아주며 농담도 하고 쉬는 시간도 갖고 우리들만의 추억을 만들어갔다.

여태까지의 워크캠프들에 비하면, 듣던 바와 다르게 우리 캠프는 정말 천국이었다. 우리의 베이스 캠프가 기숙학교였기 때문에 워크캠퍼들 두 세 명을 짝지어 기숙사 방이 하나씩 배정해주었다. (그것도 침대와 장롱과 작은 테이블 등이 함께 제공되는!) 또, 학교 식당에는 따로 식사를 준비해주시는 분들이 계셨기 때문에 우리가 직접 재료를 사서 요리를 해먹고 설거지를 하고 해야 할 필요도 없었다. 그냥 우리가 조금 도움을 줄 일이라고는 식사 후 식당 뒷정리는 하를 하는 정도? 학교 선생님들께서도 굉장히 좋으셨고, 워크캠퍼들만 생활하는 곳이 아니었기 때문에 그 곳 학생들과도 친하게 지낼 자리도 자주 마련되었고 학교 측에서도 우리를 워크캠퍼들이라고 선 긋지 않고, 학교 커리큘럼에 참여할 시간을 많이 내주셨다. 그 덕에 다같이 더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지 않았나 싶다.

Brenderup hojsckole에서의 생활: 아침 7시 30분부터 자율적으로 1층 식당에서 아침을 먹고 8시 30분에 morning assembly를 시작으로 하루 일과가 시작한다. 우리나라로 치면 아침조회지만 딱딱하게 조회말씀을 듣는 시간이 아니라, 어떤 날은 덴마크 노래도 부르고, 어떤 날은 간단한 율동과 함께 정신을 깨우는 활동도 하고, 또 어떤 날은 누군가 아프리카에서 겪고 느낀 체험기를 말해주기도 하고 그날 그날 매우 다양하다. Assembly가 끝난 뒤 9시부터 학생들은 각자 수업을 들으러, 그리고 우리는 일을 시작하러 뒷마당으로 나간다. 누구는 무거운 콘크리트 조각을 옮겨 치우러, 누구는 벽돌을 날라 전달해주러, 누구는 벽돌을 딱딱 맞춰 자리에 놓는 등 각자 배정된 일을 시작했다. 힘이 들어 중간에 쉰다고 해도 눈총 주는 사람 없이, 일 할 땐 다같이 열심히 집중하고 쉴 땐 coffee break을 가지며 서로 궁금한 것도 묻고 자기 얘기도 하고 약 3시간 정도 각자 배정된 일을 하다 보면 시간이 금방 갔다. 그렇게 12시가 되면 다시 학교 모든 사람들과 함께 점심시간을 갖는다. 사실 나는 식사시간이 가장 좋았다. 밥을 먹는 다는 것 때문이 아니라, 그 시간만큼은 워크캠퍼들 이외에도 다른 학생들과 가장 쉽게 말문을 틀 수 있는 시간이 되었기 때문이다. 의외로 많은 아이들이 나와 얘기를 나누면서 한국에 관심을 가지고 물어봐 주었고, 주로 물어본 것은 역시나 북한과의 관계였다. (예를 들면, 북한과 한국이 어떻게 해서 분단이 되었는지, 남한 사람들은 북한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등). 그리고 식사시간은 모든 사람들이 한 자리에 모여있다는 것을 이용해서 announcement 시간을 갖는다. 교장선생님을 포함해서 모든 사람에게 발언권이 있는데 주로 수업 이후 활동 알림이나 당부하고 싶은 말 또는 감사를 전하고 싶은 말 등 자유롭게 얘기할 수 있었다. 점심시간이 끝난 뒤에는 다시 오후일과를 시작한다. 학생들은 오후 수업을, 우리는 다시 일터로, 그렇게 약 2-3시간정도를 더 하고 나면 그 뒤는 자유시간이다. 우리는 일하는 시간도 그렇게 길지 않았고, 작업이 끝난 후에는 학교 학생들과 프리즈비나 축구 같은 체육활동을 같이 했다. 자전거 10분거리에 바닷가가 있었기 때문에 자전거를 타고 다같이 바닷가에 피크닉을 가서 수영도 하고 사진도 찍는 시간도 많이 가졌고. 저녁에는 모여서 영화를 보거나 캠프파이어 주변에 둘러앉아 소소한 파티를 하기도 했다. 주말에는 쉬거나, 근교에 여행을 가거나, 학교 전체에서 테마파티나 바비큐 파티도 했다. 나는 덴마크 워크캠프 기간 내내 내가 활동을 정말 잘 골랐다는 생각을 했다. 다른 캠프를 선택했다면 내가 이 만큼이나 이 곳에서 즐기면서 행복하다는 생각을 했을까, 다시 캠프를 오고 싶다는 생각을 했을까 싶었으니까. 열심히 일한 시간 만큼 재미있는 시간도 많이 가졌기에 나의 워크캠프 시작은 아주 좋았다고, 그래서 나에게 다시 가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해주는 좋은 느낌을 주었다고 자신한다.


* 워크캠프를 가려는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많지만 그 중에 몇 가지 꼽자면,

영어를 못한다고 해서 주저하고 있다면 고민하지 말라고 말해주고 싶다: 영어를 한국어만큼 자유자재로 구사한다면 뭐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모두가 그렇지는 못 한 게 현실이다. 하지만 그 친구들도 원어민이 아니기 때문에 나보다 잘하는 친구들도 있고 못하는 친구들도 있는데 누구 하나 나무랄 사람 없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정확히 구사하지 않아도 무수한 얘기를 나눌 수 있고 또 내가 경험했다. 간단한 영어소통으로도 깔깔대며 웃긴 얘기를 나눌 수 있고, 대화하고 충분히 친해질 수 있다.

한국에 대해서 알려주고 싶은 만큼 나도 그 나라에 관심을 가지라고 하고 싶다: 이건 내가 워크캠프동안 친구들과 얘기하면서 느낀 건데, 친구들이 한국에 관심을 가지면서 뭔가 물어보면 하나라도 더 많은 것을 자세히 친절하게 가르쳐주고 싶은 마음이 생겼었다. 이건 나뿐만이 아니고 많은 사람들이 느꼈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그와 동시에 문득 ‘아, 나는 이렇게 우리나라에 대해서 알려주고 싶어 하면서 나는 정작 이 친구의 나라에 대해서 아는 것이 별로 없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내가 그 친구들에게 한국에 대해 가르쳐주고 싶은 마음만큼, 그리고 그 친구들이 한국에 관심을 가질 때 느끼는 반가움만큼, 나도 그들의 나라에 관심을 가져주는 자세가 굉장히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모쪼록 이 외에도, 협동하려는 자세, 이해하려는 마음,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려는 자세는 뭐 당연한 거고 덧붙이자면 그 곳에 있는 동안 온전히 그 시간에 집중하길 바란다고 말하고 싶다. 분명히 배울 것도 많고 느끼는 것도 많을 테고, (물론 자기가 선택한 프로그램에 따라 많은 것이 다르겠고, 또 자신이 하는 만큼 따르는 것이지만) 세계 곳곳에 있는 친구들을 한 번에 만들 수 있는 좋은 기회인 것은 분명하니까. 잊지 않기 위해 짧게라도 일기를 쓰는 것을 추천하고, 일기가 번거롭다면 그냥 그 순간순간 느낀 점을 핸드폰에 짧게 메모라도, 정 그것도 힘들다면 사진이라도 많이 찍어서 항상 볼 때마다 그 안에서 빛나는 자신을 발견하는 시간을 만들기를 희망한다. 내가 그랬던 것처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