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후기

스무살, 케냐에서 길을 찾다

작성자 이혜연
케냐 CIVS/STV-07-01 · SOCI/EDU 2013. 07 Birhembe, Kakamega, Kenya

COMMUNITY HEALTH VOLUNTEERS (CHV)

참가 전 준비와 마음가짐

이번 여름에 저는 아프리카, 케냐로 워크캠프를 다녀왔습니다.
새내기가 되고 처음 맞은 방학이었는데 아프리카로 떠난다고 하니까 주변 반응이 선뜻 반갑지만은 않았습니다. '신기하다, 대견하다' 하시는 분들도 계셨지만, '왜 그 위험한데 가서 사서 고생하려 그러냐', '여자는 그런데 다니면 위험하다'하시는 분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워크캠프를 떠나는 다른 친구들도 열에 아홉은 유럽을 선택했구요. 하지만 지금 아니면 언제 이런 경험을 해보겠냐는 마음에 배낭을 채웠습니다.
꿈에 그리며 들어온 대학이었지만 하루하루 혼란스럽고 지쳐가던 몸과 마음에 재충전할 수 있는 전환점을 마련해 주고 싶기도 했었구요.

준비기간은 두 달 정도 있었습니다. 비행기표는 가능한 일찍 사는 것이 저렴하다고 들어서 캠프에 참가하기로 확정되자마자 구했습니다. 덕분에 비교적 저렴한 가격으로 편하게 다녀온 것 같아요^^ 한푼한푼이 아쉬운 학생신분인지라 ISIC라고 하는 국제학생증 발급해주는 기구에서 저가항공권을 구했습니다. 120만원 정도에 에티오피아 한 번 경유해가는 비행기였어요. (에티오피아 항공 좋아요ㅎㅎ 기내식도 꽤 괜찮고 정말 잘 먹입니다. 케냐까지 가는데 경유시간 합해서 18시간 정도 걸렸거든요, 에티오피아 음식만 4-5끼 먹은 것 같아요ㅋㅋ)
저는 작년에 케냐에 다녀온 학교 선배가 케냐 가면 정말 아무것도 없다면서 손에 집히는 건 다 가져가라고 마주칠 때 마다 조언 해줬었습니다. 그래서 정말 생필품, 한국음식, 옷가지, 기념품, 비상약 이런 것 말고도 면봉, 물티슈, 비닐봉지, 모기장같은 다양하고 자질구레한 것까지 가능한 많이 챙겨넣어갔습니다. 정말 바리바리 싸갔던 것 같아요ㅋㅋ 근데 막상 가보니 이렇게 많은 건 필요없었다는 걸 깨달았어요. 물론 물티슈나 면봉이 유용하지 않았던 건 아니지만, 옷은 빨래해 입다보니 가방 깊숙히 있던 것들 중에서는 아예 마지막까지 안입었던 옷들도 있었구요, 물티슈, 비닐봉지도 큰 거 두통씩 가져갔는데 한 통도 다 못쓰고 오게 되더라구요. 다양하게 필요할 것 같은 거 챙겨갔던게 분명 도움이 됬었습니다. 하지만 많이 가져갈 필요는 없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케냐에도 우리나라 이마트, 홈플러스 같은 Tusky라고 대형마트 있더라구요. 다양하게 챙기되, 적당히 챙길 필요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ㅎㅎ. 케냐에 간다면 절대 잊지 말아야 할 것 세개만 꼽자면, 모기장과 손전등, 립밤입니다! 손전등은 시골로 갈 수록 전기가 없는 곳이 많아서 밤에 화장실이라도 가려면 꼭 필요한 필수품이예요. 그리고 케냐에는 말라리아 옮기는 대왕모기(?)를 비롯한 온갖 종류의 곤충들이 서식하기 때문에 모기장이 꼭 필요합니다. 한국 산모기랑은 차원이 달라요. 그리고 립밤! 이걸 두고가서 처음에 얼마나 고생했는지, 우선 비행기 안이 어어엄청 건조하고요, 케냐 자체도 건조합니다. 짜증은 났어도 축축한 한국 기후에서 보호받았던 피부가 갈라지고 일어나는거 금방이더라구요.

저는 나이로비에서 오리엔테이션을 마치고 카카메가 숲 근처에 위치한 비렘베(Birhembe)라는 작은 마을에 있었습니다. 거기서 나무도 심고, 벽돌도 만들고, 지거(Giggers)도 퇴치했었어요. 지거는 벼룩같은 작은 기생충인데, 보통 닭장에서 살지만 사람 몸에서도 산다고 해요. 몸을 잘 안씻거나 신발을 신지 않으면 발을 비롯해서 연약한 살에 파고들어 둥지를 짓는다는데, 심해지면 살이 문드러지는 것 처럼 살에 구멍이 나더라구요. 치료를 위해서는 일주일에 한 번정도 정기적인 약물치료가 필요한데 우리가 그 일을 했습니다. 소독약에 15분간 발을 담그고 있게 하고, 상처부위에 약을 발라주고 햇볕에 말리게 하는 거였어요. 처음에는 냄새도 나고 보기에도 (솔직히) 정말 역겨운 환자분들의 발에 약을 발라야 한다고 들었을 때 머리가 띵했어요. 잘 안씻고 관리를 잘 못하는 사람들이 보통 감염되는 만큼 정신이 좀 이상하거나 신체가 불편한 환자분들도 많았거든요.
하지만 여기서 이렇게 이 분들을 도울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는 사실 자체가 감사하게 느껴졌던 것 같아요. 그게 무슨 소리냐 하시는 분들도 계실 수 있겠지만, 나이로비에 들어서서부터 카카메가, 비렘베에 갈 때 까지 자꾸 들었던 생각이, '이 사람들 정말 안타깝다'였어요. 나무가 그렇게 많고, 야생동물의 천국인 만큼 정말 다양한 식생이 공존하는 케냐였거든요. 그런데, 공기가 그렇게 안좋을 수가 없었어요. 왜냐구요? 온갖 쓰레기를 다 태우거든요. 비닐봉지, 플라스틱, 고무, 하다못해 건전지 이런 것까지.. 길가 한 가운데 크게 구덩이를 만들어 놓고 다 태워요. 공기가 좋을래야 좋을 수가 없죠. 그리고 쓰레기 통의 개념이 없었는지, 쓰레기가 너무 많아 주체할 수 없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케냐의 어딜 가던 바닥에는 쓰레기 천지였어요. 도시의 포장도로나, 깡촌의 흙길이나 할 것 없이 쓰레기로 가득한 길들.. 신호등이 있었지만 사람이건 자동차건 오토바이건 소건 양이건 당나귀건 할 것 없이 마구잡이로 뒤섞여서 혼잡한 거리들.. 제가 본 케냐는, 전기, 자동차, 수도처럼 현대문명의 이기라 할 수 있는 것들을 어설프게 갖추고 있으면서 쓰레기, 교통체증, 대기오염같은 문명의 부작용들을 정말 콤비네이션으로 빠짐없이 갖고 있었습니다. 19-20세기를 거치면서 고유의 우리 색을 잃어버리고, 자꾸만 우리 손으로 회색을 덫칠하고 있는 우리나라 사람으로서, 남 일 같지 않아 많이 안타까웠습니다. 뜬 구름 잡는 소리 일 수도 있겠지만 저는 그렇게 느꼈어요. 이제는 우리나라도 케냐의 길가에 쓰레기를 더하는 데 한 몫하는 큰 나라가 됬지만, 언젠가 케냐도 다른 어느 나라로 쓰레기를 보낼지도 모르겠지만, 지금 그 시골에서 별 교육받지 못하고 그렇게 사시는 분들을 보면서 이렇게라도 그 분들을 도울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는 게 조금이나마 감사했습니다.

지나고 나서 생각해보면, 케냐사람들은 정말 친절한 편인 것 같아요. 공항사람들부터 워크캠프 관계자분들, 봉사했던 지역 주민들, 나이로비 도시의 사람들.. 하나같이 웃으면서 "카리부!(환영합니다)",먼저 말 걸고, 도와달라고 하면 항상 친절하게 도와줬었습니다. "무중구(피부색이 하얀 사람)", "My sister" 하면서 친절하게 다가와서 돈을 요구하기도 했지만요..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너무 당연하게 돈을 달라고 하는데, 이 사람들이 나빠서 그런 게 아니구, 그렇게 하는 게 옳지 않다는 걸 모르는 것 같았어요. 무분별한 기부가 얼마나 안 좋은 건지 깨닫게 하는 계기가 됐었습니다. 모든 사람들이 그런건 아니구, 시골에 있을 수록, '무중구'를 많이 안 만나봤을 수록 그런 경향이 있는 것 같았어요. 하지만 케냐에서 만났던 케냐 친구들 정말 정많고 유쾌한, 좋은 사람들이었어요. 각자가 판단해야할 일이겠지만, 만약 케냐에서 돈을 요구하는 사람들을 만났다고 해서 모든 케냐사람들이 다 파렴치한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았으면 합니다.

삼 주, 라는 짧은 시간 동안 케냐에 있으면서 많이 보고 많이 느꼈어요. 사람마다 보는 시각이 다르지만, 누구라도 케냐에 갔으면 생각지도 못했던걸 경험하고 잊을 수 없는 소중한걸 배워갈 거라고 생각합니다. 삼주동안 제가 가장 많이 들었던 생각은 '내가 정말 모르는 게 많다, 안해본 게 너무나 많다'였습니다. 케냐에 다녀온 것을 계기로 앞으로 지구 곳곳의 더 많은 곳들을 돌아다니면서 사람들도 만나고, 내가 또 무얼 모르는지 발견하고 싶습니다.

아, 케냐워크캠프를 준비하시는 분들을 위해서 팁을 드리자면,
저는 "케나, 당신이 꿈꾸던 진짜 아프리카"라는 책을 가져갔어요.
도시마다 관광지, 음식점, 호텔, 등등 가격까지 자세하게 나와있고 역사적, 사회적 설명도 잘 되어있고, 무엇보다 수록되있는 지도나 사진이 참 유용했던 것 같아요.
그리고 케냐를 비롯한 동아프리카의 공용어는 스와힐리어예요.
케냐에서는 대부분의 분들이 영어도 잘 하시지만, 스와힐리어를 좀 더 편하게 쓰시더라구요. 영어로 다 소통이 되니까 너무 열심히 배워갈 필요는 없구, 간단한 몇마디만 하면 케냐사람들이 좋아해요ㅎㅎ 제가 배워온 몇 가지만 소개해 드릴게요.(스펠링은 몰라서 한글로ㅋㅋㅋ)

잠보, 싸싸 - 안녕?(Hi, How are you?)
뽀아 - 잘지내(Good, I'm doing great!)
하바리(가니) - (How are you?)
무주리(사나) - (I'm (very) fine)
아산테(사나) - Thank you (very much)
카리부(사나) - You are (very) welcome.
쿠쟈 - come
하빠 - here
트웬데 - Let's go
지나 야코니 나니? - 이름이 뭐예요?
지나 랑구니 00. - 내 이름은 00예요.
심바 - 사자
마타투 - 버스
삐끼삐끼 - 오토바이
뽈레뽈레 - 천천히
하쿠나 - 없다
마타타 - 걱정, 문제
랄라 살라마 - 잘자
나코펜다 - 사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