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후기

벌몬트 윌로웰, 시간을 걷는 정원

작성자 김민지
미국 VFP25-12 · AGRI/CONS 2012. 09 미국 벌몬트 주 벌링턴 윌로웰

HISTORICAL GARDEN AND MUSEUM

참가 전 준비와 마음가짐

워크캠프로 가는길.
제가 신청했던 워크캠프의 지역은 미국 Boston보다 더 북동쪽에 위치한 Vermont주의 brownington이었습니다. 캠프의 전에는 캐나다를, 캠프의 후에는 미국을 여행할 예정이었기에 위치상 맘에 든게 이 캠프의 선택의 가장 큰 이유였고, Historical garden and museam이라는 주제도 흥미로웠기 때문에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워크캠프 1주일 전 서울에서 캐나다 토론토 지역으로 떨어져 여행을 한 뒤에 인포싯에 정보에 따라 montreal에서 미국 burlington지역으로 버스를 타고 이동했습니다. 미팅포인트는 캠프 시작 당일 오후 3시 이전에 burilington에 비행기, 기차, 버스 어느 수단으로 도착하든지 그 곳으로 데릴러 와주신다는 봉사자 분을 듣고 미리 버스 정보를 보내드렸고 그래서 버스에 내리자마자 "민지!"라고 소리치며 봉사자 분이 찾아주셔서 캠퍼들을 만나는 데는 전혀 어려움이 없었습니다.(같은 버스에 침낭 들고 있는 여자애가 한 명 있었는 데 알고 보니 그 여자애가 같은 캠퍼 중 하나였어요ㅋ) 모든 캠퍼들이 모였고 우간다에서 온다던 친구가 몸이 안좋아 오지 못하고 총 5명이라는 작은 그룹이 되었습니다. 모두 다 여자였고 독일 대학생 2명, 폴란드 대학생 1명, 저, 70세 미국인 할머니까지 5명이었습니다. 사실 남자 여자가 거의 반반 일 줄 알았고 다 제 나이또래 일줄 알았는 데 약간 당황하기도 했습니다. 그룹원은 봉사자분이 운전해주는 차를 타고 저희 봉사활동 장소인 Old stone house로 2시간 정도 달려서 도착하게 되었습니다.

워크캠프의 환경.
정말 시골이었습니다. Old stone house라는 박물관은 오래된 그 지역의 학교, 집, 정원, 농기구, 옷 등 보존해 놓은 곳으로 길을 따라 박물관, 창고, 박물관 사무실 등 여러 건물이 있는 곳이었습니다. 가장 중요하고 궁금했던 숙소는 박물관 건물들 중에 하나인 오래된 집이었습니다. 깨끗하고 예쁜 2층 집이었고 작은 부엌 3개의 침실, 2개의 화장실 등이 있는 집이었습니다. 3개의 침대가 있었지만 1개는 너무 딱딱한 침대여서 5명 중에 2명이 침대위에서 침낭안에서 자고 3개의 에어매트리스가 제공되었습니다. 할머니가 침대를 2주동안 쓰셨고 나머지 한 침대는 번갈아가면서(나중에 제가 허리가 좀 아파서 1주일동안 쓰게 애들이 배려해줬어요) 썼습니다. 9월이었어서 별로 덥지는 않았고 추워서 히터를 틀었더니 따뜻하게 지냈습니다.
인터넷은 처음 2틀정도 안됬지만 와서 고쳐주셔서 그 이후로는 잘 썼지만 공유기 문제 때문에 가끔 안되서 불편하기도 했습니다. 그래도 옆건물인 사무실건물에 가면 늘 쓸 수 있어서 급할 땐 그렇게 썼습니다.
식사는 하루에 캠퍼 중 2명씩 짝을 지어 돌아가면서 준비를 했고 재료는 이미 많이 준비가 되어있었고 필요한게 있으면 관계자 분께 말씀드리면 금방 사다가 주셨습니다. 아침은 주로 시리얼에 오트밀, 점심은 샌드위치, 저녁은 식사담당이 원하는 메뉴로 만들고, 브라우니와 아이스크림을 후식으로 먹었습니다. 가끔 다른 집에 초대되어 갔을 때 차려주신 식사를 하기도 했습니다.

일.
대부분의 워크캠프가 한가지 project를 2주동안 진행하는 걸로 알고 있었습니다. Old stone house에서 워크캠프를 개최한 게 이번이 처음이었고 도와야 할 일의 특성상 2주동안 한 가지 일을 했다기 보다는 매일매일 주어진 일들을 해나가는 게 저희의 미션이었습니다. 완성했다는 성취감은 적었지만 지겹지 않게 여러 가지 일을 경험했다는 점에서 저는 좋았습니다.
했던 일은 창고에 있는 농기구 들어서 옮기기, 박물관 청소하기(창문 닦기와 청소기 돌리기), 장작 쌓아 올리기, 정원일하기(콩 수확하기, 잡초뽑기, 땅 고르기 등), 박물관에서 주최하는 마라톤 대회 준비 및 진행하기(음식 만들기, 번호판 쓰기, 워터스탑 지키기 등), 도서관에서 책 목록 작성하기, 등산로만들기, 수풀에서 넝쿨 제거하기, 라즈베리 죽은 가지 짤라내기 등이 있었습니다. 일은 9시부터 12시까지 일하고 1시간~1시간 반 점심시간, 다시 돌아와서 3시면 일과가 끝났습니다. 정원일이나 장작일에서 허리가 좀 아프거나 먼지를 많이 먹거나 가지치기할 때 팔을 많이 긁히거나 하는 일은 있었지만 못하겠다 할 정도로 힘든 일은 별로 없었던 것 같습니다.

캠퍼들.
앞서 얘기했듯 다 여자라는 점, 한명이 70세 할머니셨다는 점에서 처음엔 당황했었지만 나쁘지 않은 조합이라 생각했었습니다. 오히려 여자끼리라서 편한점도 있었을 거라 생각합니다.
독일인 두명은 둘다 독일에서 교육학을 공부하는 대학생 이었고 20살, 26살이었습니다. 같은 나라 애들이 오면 둘이 모국어로 얘기한다던가 너무 친하게 지내진 않을까 했는데 둘이 생각보다 친하게 지내지 않아서 그런 적은 없었습니다. 한 명이랑 2주동안 방을 같이 써서 얘기도 많이 하고 했는 데 너무 착하고 잘 웃고 좋은 친구였습니다.
폴란드 친구 한명은 지금까지도 자주 길고 긴 이메일을 주고받는 친한 친구가 되었는 데 나이도 동갑이었고 1년 전 한국으로 워크캠프를 온 적이 있어서 한국에 대해 관심도 많았고 좋아했어서 얘기가 잘 통했습니다.
Texas에서 오신 미국인 할머니가 제 워크캠프를 힘들게 했던 한가지 원인이었습니다. 이미 워크캠프에 2개 정도 참여하신 경험이 있는 분이셨고 Hiking같은 아웃도어 활동을 즐기시는 굉장히 건강하고 밝으신 분이었습니다. 일하는 데 있어서는 전혀 나이로 인한 특혜같은건 받기 싫어하시고 오히려 저희보다 더 적극적으로 나서셨습니다. 그런데 제가 동양인, 혹은 한국인이라는 이유로, 혹은 영어를 가장 못한다는 이유로 무시를 했습니다. 제 말이나 의견은 잘 무시하고 끊어버리거나 한국을 가난한 나라로 무시하거나 한국 문화를 무시하는 발언(김치는 쓰레기같다. 개를 먹는 말도안되는 문화 등), 제 실수를 애들 앞에서 크게 창피주는 등으로 저를 힘들게했습니다. 그리고 여가시간에는 게임 등 꼭 다 말로 하지 않아도 함께 즐길 수 있는 활동을 하고 싶었는 데 할머니는 대화, 토론만 하고 싶어하셨습니다. 그리고 할머니가 독일인 출신에, 교사 출신이어서 사대를 다니는 독일 친구 2명과는 할 이야기도 많고 공감할 얘기도 많아서인지 늘 그런 얘기만 하시니 저랑 폴란드 친구는 약간 깍두기 되는 느낌도 있었습니다.
안타깝게도 그룹에 리더가 없는 상태여서 이런 얘기를 딱히 털어놀 곳도 없었고 영어가 유창하지 않으니 할머니께 직접 이 얘기를 할 기회도, 용기도 안났습니다. 폴란드 친구한테 한 번 털어놓으니 자기도 비슷하게 느꼈다고 말해주었고, 여튼 얼마 안남은 캠프기간동안 그냥 참고 있어야 겠다 생각하며 지나갔지만 그 땐 정말 그 할머니 때문에 집에 가고싶다, 중간에 나가고싶다라는 생각도 여러번 했습니다.

자유시간.
관계자분들이 여가시간을 더 뜻깊게 지내게 해주고싶다는 배려를 많이 해주셔서 거의 하루도 일과가 끝나고 잘 때까지 방에 있는 적이 없었습니다. 매일 박물관 디렉터 분과 친분이 있는 다른 이웃주민들이 저희를 픽업하러 오셔서 정말 전망이 멋졌던 산에 hiking도 하게 해주시고, 집에 초대해서 저녁식사도 대접해주시고, 호수에서 카누도 타게 해주시는 등 많은 걸 하게 도와주시고 관심가져주시고 잘해주셨습니다. 우리는 그냥 박물관에 봉사 온 것 뿐인데 아무 상관없는 우리를 위해 하루를 온전히 내주시고 식사 준비해주시고 너무 늘 감사했습니다.

좋았던 시간들.
봉사를 갔던 지역이 정말 시골이었고 2주동안 동양인 털끝 하나 볼 수 없었던 곳이었지만 너무 아름다운 곳이었습니다. 서울에서 자라고 외가, 친가까지 다 서울인 저는 시골이 정말 익숙치 않은 아이였습니다. 하루는 근처 농장에 초대를 받아 갔는 데 직접 재배한 신선한 야채들로 식사를 같이 만들어서 걸어올라 갈 수 있는 곳에 있는 산 속 큰 연못 주위에 작은 불을 피워놓고 함께 식사를 했던 날이 참 로맨틱(?)하고 멋지단 생각도 들었고 맞은 편 집 아주머니가 밤에 갑자기 오셔서 작은 모닥불을 피워놓고 핫도그를 구워 먹을 거니까 잠깐 올려면 오라는 말씀에 귀찮은 몸을 이끌고 가서 앉아 있었는 데 하늘을 딱 본 순간 정말 말도안되게 많은 별들이 하늘에 박혀있는 걸 보고선 목아프게 계속 쳐다보면서 경외감?을 느꼈던 그날도 참 행복했습니다. 어딜가도 끝없이 있는 잔디밭에 집앞에 있는 소, 연못이 얼마나 보기 힘들고 아름다운 장면이었는지! 헤어지는 날 너무 슬퍼서 엉엉 울면서 헤어지고 나서 지금까지도 참 그래도 워크캠프를 하길 잘했단 생각은 백번도 더 한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