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후기

Algerri, 낯선 곳에서 찾은 의미 있는 2주

작성자 박장한
스페인 CAT 10 · ENVI/RENO 2013. 07 Algerri

Algerri'13

참가 전 준비와 마음가짐

어딘가로 떠나고 싶었다. 매일매일 반복되는 일상에서 벗어나고 싶었고 새로운 세상을 만나 더 넓은 안목으로 내 삶을 꾸려나가고 싶었다. 그런 나를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여행이라 생각했고 그렇게 조금씩 여행을 준비하게 되었다. 관광명소를 들러 사진을 찍고 떠나는 가벼운 여행보다는 사람을 만나고 사람과 함께 하는 여행을 하고 싶었다. 가고 싶었던 나라에서 더 의미 있는 시간과 추억들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고민하던 와중에 나는 누나의 추천으로 우연히 워크캠프를 알게 되었고, 나는 가장 가고 싶었던 나라인 스페인에서 2주 간 까딸루냐 지방의 Algerri에서 행하는 워크캠프에 참여하게 되었다.

우리는 아침 9시부터 1시 반까지 약 4시간에 걸쳐 리더와 함께 Algerri 마을 주변의 유적지나 숲에 있는 쓰레기들이나 마른 식물찌꺼기등을 처리했다. 햇볕이 강한 오후에는 보통 마을에 있는 수영장에 가거나 마을에 유일하게 있는 무선인터넷이 가능한 장소에서 시간을 보냈고 저녁에는 워크캠프에 함께 참가한 친구들 또는 마을 주민들과 함께하는 활동을 하였다. 마을에 있는 허름한 건물에서 매트리스를 깔고 생활했고 다행히도 모기가 없어 매트리스를 바깥으로 끌고나와 별을 보며 잠에 들기도 하였다.

재밌는 에피소드가 정말 많았다. 나는 처음 참가하는 워크캠프다 보니 미처 준비하지 못한 것이 있었는데, 그 중 하나는 수영복이었다. 수영복이 없어도 수영장에 입장할 수 있는 한국과 달리 반드시 수영복을 착용할 것을 요구하는 터라 난감해 하고 있을 때 캠프에서 식사를 담당했던 이모님께서 내게 수영복을 빌려주셨었다. 나는 그 수영복을 거리낌 없이 입고 다녔는데 알고보니 그 수영복 바지가 ‘여성용’이었던 것이다. 나는 그 사실을 알고난 후에도 능청스럽게 “I'm a Sexy Girl Park"이라며 돌아다녔는데, 그 광경을 보고 모두가 폭소했던 기억이 난다 또, 몰래 술을 반입하다가 걸려서 크게 혼날 뻔 했는데, 나는 아무것도 몰랐다는 듯이 연기하며 "I Didn't Know"라며 순진무구한 표정을 지은 결과 위기를 벗어날 수 있었다. 이 얘기를 친구들에게 얘기했더니 친구들이 모두 폭소했었다.

내가 이번 캠프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함께 했던 친구들이다. 나는 비록 영어실력으로는 부족한 부분이 많지만 긍정적인 마음으로 동료들에게 다가가려 노력한 결과 좋은 친구들과 많은 교류를 할 수 있었는데, 함께했던 친구들은 굉장히 재밌었고 또, 그들은 나를 ‘재밌는 Park' 이라며 매일매일 유쾌하게 생활할 수 있었다. 외국이라는 특성상 한국에서의 사회생활에 필요했던 예의와 겸손함으로 나를 포장하지 않고 훨씬 더 진실된 마음으로 친구들에게 다가갈 수 있었고 또, 오랫동안 감춰왔던 나의 진정한 내면을 만나게 되어서 정말 짜릿한 경험이었다. 자유분방하고 개방적인 문화 속에서 친구들과 함께 어울려 지내다 보니 나는 절제와 겸손함을 미덕으로 여기고 튀는 것을 용납하지 않는 한국 사회가 강요하는 틀에 맞추어 적극적이고 쾌활했던 나 자신을 끊임없이 낮추고 억눌러왔다는 사실을 크게 느낄 수 있었다. 비록 일은 고되었고 강렬하게 내리쬐는 햇빛은 생각보다 견디기 쉽지 않았지만, 내가 2주간의 캠프를 즐겁고 행복하게 지낼 수 있었던 것은 나와 너무도 잘 맞는 친구들과 훨씬 진실된 내 자신이 함께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