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후기

네덜란드, 낯선 곳에서 찾은 편안함

작성자 배혜림
네덜란드 SIW 14-01 · CONS 2014. 06 - 2014. 07 Rijnsweerd in Utrecht

‘Rijnsweerd’ Allotments

참가 전 준비와 마음가짐

워크캠프에 참가하게 된 이유는 4년전 폴란드 워크캠프를 참가했던 언니를 보고 예전부터 '나도 대학생이 되면 꼭 참가해봐야지.'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마침 지난학기 대학생활에 대한 피로함이 누적되고 지루한 일상과 한국에서의 인간관계속에서 조금더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고 더 많은 것을 배우고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싶었다. 나는 과감히 두 개의 적금통장을 깨고 워크캠프 참여를 결심하고 더불어 유럽배낭여행을 계획하게 되었다. 네덜란드라는 나라를 선택하게 된 것은 한국사람들이 많이 가는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등은 피하고 싶었고 Freetime에 'go canoeing on the canals'가 너무 매력적이고 끌려서 선택하게 되었다. 운하의 나라 네덜란드! 정말 그 나라에 대해 자세히 배우고 경험할 수 있는 좋은 기회 아닌가? 이 도시 저 도시 바쁘게 하룻밤, 이틀밤만 자고 움직이는 배낭여행보다 한 도시에 익숙해질정도로 오래 머물고 싶은 욕심이 있었고 나만의 유럽여행을 더욱 특별하게 만들고 싶었다.
네덜란드로 입국을 한 후 암스테르담에서 2박3일간의 여행을 마치고 워크캠프 장소인 Utrecht라는 도시로 기차를 타고 이동했다. 그 날 기차 사고로 인해 두시간정도 기차가 연착되는 일이 있었으나 다행히 미팅포인트에 늦게 도착하진 않았다. 캠프 참가자는 총 7명. 그러나 나를 제외한 참가자들은 모두 유럽에서 온 친구들이었다. 처음에 나는 별로 이것에 대해 걱정하지 않았다. 혼자 동양인이지만 오히려 그게 더 장점이 될 수 있지 않을까?라고 긍정적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워크캠프 초반에는 다른 친구들과의 문화적 차이와 언어차이로 인해 적응하는데 시간이 필요했다. 우선 다른 친구들은 모두 영어를 잘했다. 한 명의 스페인 친구들 제외하곤. 이 친구들과 오랫동안 대화를 하고 싶은데 영어실력이 좋지 않으니 대화도 빨리 끊기고 깊은 대화를 하지 못하는 아쉬움이 너무 컸다. 그러나 이 스페인 친구도 영어를 못했는데 캠프참가자중 스페인 친구가 한명 더 있었고 우크라이나에서 온 친구는 아예 대학에서 언어를 전공하고 있어서 스페인어에 매우 유창했다. 따라서 그 친구는 나보다 더 빨리 캠프생활에 적응할 수 있었다. 나는 한층 더 기가 죽어서 적응하는데 시간이 걸렸다.
우리가 했던 일은 Rijnsweerd라는 마을에 있던 큰 풀밭에 돌벽을 쌓는 것이었다. 이 돌벽은 후에 꽃을 비롯한 식물이 자라고 벌레들이 살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었다. 마을에서 쓰지않는 돌을 모아 앉을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벽을 쌓는 많은 힘을 필요로 하는 작업이었다. 캠프 초반에는 돌을 운반하는 일 때문에 모두가 근육통에 시달려야 했으나 후반기로 갈수록 모두가 이미 익숙해져 있었다. 이 지역은 비가 자주 오는 지역이었기 때문에 우리는 가끔 우비를 입고 작업을 했다. 특히 캠프 후반기로 가면서 이틀 연속으로 폭우가 내려 모두가 홀딱 젖을때까지 일을 했다. 그러나 모두 불만을 가지거나 그러지 않았다. 모두가 비를 맞으며 일하는 것을 즐기고 있었다. 우리가 구상했던 돌벽의 모양이 완성되고 쌓은 후 뒤에 있던 지반이 높은 곳에서의 흙을 삽으로 퍼다 나르며 벽을 지탱했다. 벌레도 많았고 너무 더웠으나 일이 끝나간다는 기쁨과 캠프 후반기라 많이 친해져있어서 모두가 즐겁에 수다를 떨며 작업할 수 있었다. 우리는 일을 마친후 자전거를 타고 근처 학교에 가서 샤워를 했다. 나는 처음에 숙소에 샤워시설이 없어서 굉장히 불편하다고 느꼈으나 나중에는 너무나 익숙해졌고 샤워를 하고 자전거를 타고 다시 숙소로 돌아가는 길이 너무 예쁘고 시원했기 때문에 이 시간이 가장 좋았다. 이 학교는 굉장히 나이가 어린 학생들을 대상했기 때문에 항상 샤워를 하러 갈때마다 공놀이를 하며 놀고있는 어린아이들, 큰 소리로 울고있는 영유아들을 볼 수 있었다.
여가시간에는 자전거를 타고 Utrecht시내에 자주 놀러 갔다. 처음에는 캠프리더 안나루즈의 친구 쿤이 우리를 가이드해주어서 여기저기 둘러보았다. 나중에는 시내에서 축구경기도 보고 카누도 하고 Dutch 전통 게임도 했으며 실내 클라이밍, 볼링 등 내가 한국에서 경험해보지 못했던 것들을 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이러한 프로그램을 할 때 '나는 이걸 하고 싶지 않은데 왜 캠프리더의 취향대로 선택한걸까?'라고 생각했으나 내가 이 캠프리더 친구들이 아니었으면 언제 이러한 경험을 네덜란드에서 할까? 라고 바뀌었다. 여가시간에 자주 Utrecht 시내로 나갔기 때문에 나중에는 우리 숙소에서 혼자서도 시내에 나갈 수 있을거 같고 그 길이 너무나 익숙해지게 되었다. 내가 워크캠프에 참가하면서 얻고 싶었던 낯선 도시에서의 '익숙함'. 2주간 매일매일 자전거를 타고 여기저기 돌아다녔기 때문에 얻을 수 있었다.
주말에는 암스테르담으로 2박3일 여행을 갔다. 호스텔을 이용하는 것은 많은 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에 캠프리더 로타의 집에서 7명의 참가자와 2명의 캠프리더가 머무르게 되었다. 하지만 우리가 암스테르담에 가자마자 비는 쏟아졌고 친구들은 왜 우리가 Utrecht에서 일을 할때에만 해가 쨍쨍하고 여행을 하러올때에는 비가 오는지 모르겠다며 모두가 슬퍼했다. 아무튼 암스테르담에서 재밌는 Dutch 가이드 아저씨와 함께 팁투어를 하고 다양한 나라 사람들을 만나고 나중에는 개인에게 자유시간을 주어 가고싶은 박물관이나 관광지를 갈 수 있도록 해주었다. 나는 캠프 참가전에 이미 암스테르담을 여행했고 2박3일 내내 암스테르담에 있었기 때문에 익숙해져서 겁없이 혼자 다닐 수 있었다. 덕분에 캠프전 여행때에는 가지 못했던 안네 프랑크의 집에 갈 수도 있었고 그 전에 여행하면서 봤던 것들을 다시 보니 더욱 새롭게 느껴졌다.
이 캠프에서 가장 좋았던 활동은 local family와의 저녁식사 시간이었다. 나는 체코, 폴란드에서온 친구와 한 팀이 되어 한 노부부가 사는 집으로 식사를 하러 갔다. 그 할아버지는 10시간이 넘게 비행기를 타고 네덜란드에 온 나를 너무 신기해했으며 지도까지 들고 와서 한국의 어느 지역에 살고 어떤 곳인지 자세히 물어봐주었다. 네덜란드에서는 흔치 않은 동양인. 너무나 신기해하고 관심을 가져다 주니 이것저것 많이 알려주고 말하고 싶었으나 영어가 잘 안되니 답답하기만 했다. 할머니도 너무나 유쾌하신 분이라서 재밌게 저녁식사를 할 수 있었다. 또한 집구경까지 시켜주셔서 자신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 자세히 설명까지 들을 수 있었다. 나중에는 비가 많이 오는날 같이 우비를 입고 이 노부부와 함께 돌벽을 쌓는 일을 같이 하기도 하였다.
나는 이 워크캠프에 참여하면서 너무 많은 것을 배웠다. 이 활동은 지역 주민과의 교류가 활발한 편이었다. 이 프로젝트를 이 마을에서 정원을 가꾸는 Hilly할머니가 주도하여 진행되었고 이 할머니를 도와 마을의 정원을 가꾸는 많은 주민들이 우리가 일하는 것을 도와주었다. 네덜란드 사람들은 대부분 영어를 잘했기 때문에 많은 소통을 할 수 있었다. 오전 일을 마친후 같이 점심식사를 하기도 하고 마지막날 다함께 바베큐 파티도 하고, 우리의 빨래를 다 빨아주시는 분도 있고, 같이 공원에가서 커피를 마시기도 하고 이 주민분들과 일상을 같이하는것 자체가 너무나도 큰 행복이었다. 그들과 함께하면서 내가 배운 것은 '이곳도 사람사는 곳이구나.'였다. 한국을 벗어나면 모든 것이 이질적이고 위험할 줄 알았다. 그러나 이 곳에 익숙해지면서 '한국과 다를 것이 없구나.', '머리색과 눈색깔만 다를뿐, 그들고 나와 같은 삶을 사는 사람들이구나.'라는 것을 느꼈다. 내가 캠프초반에 혼자 동양인이라 발생하는 차이들에 대해 어색함과 열등감을 가지고 있어서 적극적이지 못했다. 그러나 내가 이러한 소극적인 태도와 편견의 늪에서 애초에 벗어나 있었다면 캠프생활이 몇배는 더 즐겁지 않았을까?라는 후회가 들었다. 그리고 문화교류도 더욱 활발하게 할 수 있지 않았을까. 캠프생활을 하면서 느낀 것인데 내가 일방적으로 한국에 대한 홍보물을 나눠주는 것보단 그들과의 더욱 적극적인 생활을 통해서 차이점을 발견하고 많은 대화가 오고갈때 문화간의 차이를 알고 직접적인 교류를 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했다. 나는 나름대로 한국을 알리기 위해 자진해서 불고기 요리를 해주었고 한복카드에 편지를 써서 나눠주었다. 반면 다른친구들은 특별히 준비한게 없었다. 나만 혼자 준비한것이었기 때문에 특별히 튀기도 했으나 나보다 더욱 적극적이고 영어도 잘해서 수많은 대화를 했던 다른 참가자들은 서로에 대해 더더욱 많이 알게 되었고 그 사이속에서 더 직접적이고 영향력있는 교류를 할 수 있었을거라고 생각한다. 나의 문화를 더욱 알리고 싶으면 그들과 소통을 먼저 할 줄 알아야하고 나의 태도가 개방적이고 적극적으로 변해야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하루 두끼는 샌드위치를 먹어서 미칠 거 같고 영어를 못하니 재미없는 친구가 되어버릴거 같아 눈치가 보이고 자전거도 못타서 완전히 민폐캐릭터가 되어버린 것이 아닌가? 라고 어색하고 힘겹게 시작했던 워크캠프. 이제는 '이렇게 먹어야 샌드위치가 맛있지~', 영어를 유창하게 할 수 없어도 소통할 수 있는 방법을 터득하고 자전거도 너무나 잘 타게 되고 모든 길을 나혼자 갈 수 있게 되었다! 어색하게 시작했던 워크캠프가 2주간의 생활을 통해 너무나 익숙하고 친근한 곳이 되어버렸다. 하지만 이제 워크캠프는 끝무렵. 너무나 아쉬웠다. 매일 이 친구들과 같이 생활했던 숙소, 하루 세끼 같이 먹었던 식사, Rijnsweerd의 모든 길거리들, 매일 샤워하러 가던 학교. 떠나는 날 아침 캐리어를 끌고 마을을 벗어날 때 너무나 아쉬워서 자꾸 눈물이 나려고 했다. 조금만 더 적극적이었으면... 영어를 좀 더 잘했으면.... 이라는 후회가 밀려왔다. 큰 아쉬움과 후회를 안고 혼자 배낭여행을 시작하니 너무나 공허하고 슬펐다. 그러나 이러한 아쉬움이 나를 더 성장시켰다. 혼자 여행을 하면서 캠프에서의 일을 떠올리며 여러가지 목표를 정하고 다짐하게 되었고 캠프에서의 경험들이 여행을 하고 그곳에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는데 많은 도움을 주었다.
'혜림! 넌 여기서 가장 Dutch같지 않아서 더욱 특별해.'라고 말했던 너무나 천사같았던 캠프리더 안나루즈. 식사로 샌드위치를 먹을 때 치즈나이프로 치즈를 자르고 있는 나를 보면서 '너는 벌써 Dutch가 되었구나!'라고 말했던 Hilly할머니. '음식도 언어도 문화도 다른 나라에서 혼자 적응하려한 너가 대단해. 내가 한국이든 중국이든 베트남이든 아시아에 혼자 있었었더라면 나는 못했을거야. 나는 너가 사람들에게 머리숙여 인사하는 것을 보면서 정말 문화가 다르다고 느꼈었는데 너는 여기에서 적응하려하니 대단하고 인상깊었어. 나에게 항상 착하게 대해줘서 고마워.'라고 마지막날 얘기해주었던 체코에서 온 친구 혼자. 그들이 한 말을 다시 되새기면 너무나 그 모습들이 아른거린다. 또한 영어 실력이 부족했기 때문에 이런 좋은 말에 'Thank you.'라고 말할 수밖에 없었던 것에 대해 아쉬움도 몰려온다.다시 간다면 어색하지 않을 Utrecht의 Rijnsweerd, 다시 만나면 너무나 반가울 거 같은 워크캠프 친구들. 2주간 네덜란드에서 얻은 이 생활이 내 삶에서 매우 오랫동안 영향을 끼치고 원동력이 될 것만 같아 아직도 설레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