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후기

보르도, 낯선 곳에서 찾은 연결

작성자 이보연
프랑스 CONC 002 · RENO 2014. 07 프랑스, 보르도

APPRES

참가 전 준비와 마음가짐

준비
기말고사를 마무리하고 떠나는 터라 준비가 미미했다. 출발 전날 까지도 실감하지 못했다. 불안 반 기대 반으로 비행기에 올랐다.

만남
2주 동안 여행으로 이미 몸과 마음은 지쳤다. 무거운 심신을 이끌고 미팅 포인트인 기차역에 도착했는데 한 시간이나 늦은 터라 혹시 다른 사람들이 모두 떠났을까 노심초사였다. 30분도 더 기차역을 헤매고 나서 이대로 보르도에서 미아행인가 내 몸만한 캐리어를 붙들고 있었는데 리더를 만났다. 서로 소개를 하고 숙소로 가는 자동차를 타고 이동했다. 30분 정도 이동하고 내려보니 이미 다른 일행들이 도착해있었다. 슬로바키아, 러시아, 터키, 스페인, 그리스, 프랑스. 유럽 각지에서 온 사람들! 아시아에서 온 사람은 나와 다른 한국 사람뿐이라 오히려 좋았다. 3주 동안 다른 나라들에 대해 많이 배우고 공유했던 시간이었다.

생활
캠프에 배정되고 난 뒤 안심했다. 텐트는 아니구나. 베트남 워크캠프 때는 숙소에 와이파이, 편리한 화장실, 아침 저녁으로 제공되는 양질의 식사까지 모든 것이 완벽했다. 이번 캠프도 똑같으려니 2주간 여행 때까지만 하더라도 숙소에 대한 걱정이 없었다. 기차역에서 리더를 처음 만났을 때 배 위에서 잔다고 했다. 당황스럽고 걱정했다. 눈으로 확인하기 전까지도 농담인 줄 알았을 정도로. 캠프 장소에 도착했을 때 호수 위에 두둥실 떠있는 배 안으로 따라 들어오라고 했다. 사람도 많은데 방은 작은 것 두 개뿐. 그나마도 하나는 이미 자리가 없어 리더들이 방을 비워주지 않았다면 거실에서 잘뻔했다. 처음에는 없었던 세탁기도 함께 일하는 코디네이터가 가져다 줘 빨래 는 원 없이 했다. 화장실, 샤워실도 기대 이상이었다. 샤워 중 찬물로 바뀌긴 했지만 뜨거운 샤워도 할 수 있었다.
선박에서 일하는 것 외에도 팀을 나눠 요리, 설거지 화장실청소, 숙소청소, 휴식으로 분배했다. 아침은 배에서 점심, 저녁은 작업장에서 먹었다. 작업장이라 해도 걸어서 30초. 바로 옆이었다. 나흘에 한번씩 팀을 바꾸는 바람에 가져간 불고기 소스도 모자라 함께 온 한국인 재료도 빼앗아 김밥도하고 생전 해보지도 않았던 비빔밥에 샐러드 파스타까지 했다. 다른 나라 음식도 마음껏 맛볼 수 있었는데 그 중에서도 터키음식이 제일!

활동
배를 만드는 일이라고 해서 카누를 생각했다. 작은 배. 가 아니라 선박이었다. 몇 년 동안 진행되고 이번 년도에 배를 띄워 페인트 칠이나 선박 나무 사이를 채우는 등 마무리 작업만 남은 상태였다. 매일 아침 8시 반부터 오후 3시까지 작업했다. 중간에 30분 쉬는 시간도 갖고 힘들지 않았다. 처음 도착하고는 날도 추워서 선선하게 일했는데 2주차에는 날이 너무 더워 고생했다. 위험한 일이라고 한번도 생각해보지 않았는데 크고 작은 사고들이 있었다. 눈에 페인트가 들어가기도 하고 함께 일하던 캠프원이 일을 하다가 발을 잘못 디뎌 위에서 떨어져 뒷목을 부딪쳐 모두가 놀랐었다. 다행히 큰 부상이 아니었지만 아직까지 떠올리면 악몽 같다.
지난 해 혹은 이전에 함께 작업을 했던 사람들도 많이 만났다. 마지막에 배를 강에 띄울 때는 발 디디기가 힘들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찾아주었다.

자유시간
베트남에 워크캠프를 갔을 때는 캠프원들이 알아서 주말 계획을 세우고 캠프 코디네이터가 동행해주었다. 이번 캠프에서는 함께 일하는 봉사자 분들의 추천에 의해 보르도와 주변 도시를 구경했다. 첫 번째 주말은 시내에서 월드컵 결승전을 보거나 다른 캠프사람들과 보냈다. 두 번째 주말은 와인공장에도 들르고 배를타고 세 시간동안 바다를 건너 유럽에서 가장 높은 사막언덕에서 시간을 보냈다. 세 번째에는 페스티벌에 가 텐트에서 이틀 밤을 보냈다.


한국
캠프 내내 기차로 한두 시간만 가면 국경을 넘어 다른 나라, 다른 문화를 배울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는 게 부러웠다. 유럽에 산다는 건 얼마나 멋진 일인지. 기회가 된다면 다시 한번 떠나고 싶다. 처음 떠날 때 가졌던 공포는 버리고 보고 느끼고 만지고 더 잘할 수 있는데 아쉬움도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