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후기

아이슬란드, 불안한 젊음의 찬란한 와인

작성자 이건희
아이슬란드 WF24 · ENVI/FEST/CULT 2014. 07 - 2014. 08 Vestmanneyjar Island

Vestmanneyjar festival

참가 전 준비와 마음가짐

아이슬란드 여행 에세이 '나만 위로할 것' 이라는 책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 그 때 책 속의 한 문장 '젊음은 불안이라네, 막 병에서 따라낸 붉고 찬란한 와인처럼.' 이라는 문장을 마음 속 깊이 묻어두고 언젠가 아이슬란드를 가겠다는 꿈을 꿨습니다.

독일로 교환학생을 와서 한창 유럽 여행 계획을 짜던 중이었습니다. 어느날 한 친구가 워크캠프란 것을 통해 아이슬란드로 떠난다는 이야기를 듣고 저도 관심을 갖고 찾아봤습니다. 그리고 아이슬란드로 갈 수 있는 정말 많은 기회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음악과 축제에 관심있던 저는 아이슬란드 섬에서 한 번 더 바다를 지나야 들어갈 수 있는 섬, 웨스트만 아일랜드에서 열리는 축제에 참가하기로 했습니다.

길고 긴 준비와 여행 끝에 아이슬란드에 도착했고, 저는 생각보다 소박한 숫자의 8명의 친구들과 함께 워크캠프를 시작했습니다. 렌트카 여행을 하는듯한 미니버스를 타고 아이슬란드의 자연 경관을 여행하면서 배를 타고 섬에 들어갔고, 저희는 시설이 정말 좋았던 스포츠센터에 머물면서 캠프 일정을 보냈습니다.

캠프가 시작된 날부터 저희에게 주어진 일은 대단한 일들은 아니었습니다. 공연이 이뤄지는 시간에 주변에서 떨어진 병을 줍는 일, 게이트에서 차가 들어오고 나가는 걸 돕는 일, 그리고 공연이 다 끝난 낮 시간에 버려진 쓰레기들을 줍는 일이었습니다. 지극히 작은 일들이었지만 상당히 중요한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일을 하는 동안에는 몸이 고되기도 하고, 한여름에 말도 안되는 강풍과 새벽 추위를 견뎌야 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반복되는 일을 하는 동안 저는 제 자신과 앞으로 돌아가서 해야 할 일에 대해 생각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 일들을 함께 하는 워크캠프 멤버들이 있었기에 웃으면서 일을 할 수 있었습니다. 쓰레기를 주우면서 버려진 물건 중에 새 맥주와 장갑을 주웠다며 낄낄 대던 기억, 새벽에 산 중턱에서 인원 관리를 하면서 멤버와 함께 맥주를 마시면서 신나게 떠들던 기억, 일이 다 끝나고 지친 몸을 숙소 바로 옆 수영장에서 온천을 하며 깨끗이 털어낸 기억, 저녁 땐 국가마다 요리를 해주고 또 제가 요리를 하려고 애를 쓰면서 조마조마하며 음식을 내놓은 기억, 밤마다 맥주를 마시며 함께 영화를 보고 마치 휴양지에 온 것처럼 늦잠을 자고 쉬던 기억.

아직도 머릿속에 떠오르는 기억들이 참 많습니다. 페스티벌 기간 뿐만 아니고 1박2일로 아이슬란드 외곽을 한 바퀴 돌았던 익스커젼, 레이캬빅에 돌아와서 금요일의 밤거리를 쏘다닌 기억, 또 매일매일 아침점심으로 먹던 샌드위치와 친구들과의 아쉬웠던 헤어짐까지. 2주라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늘어놓을 추억들이 많다는 것이 참 감사할 뿐입니다. 그리고 이 기간동안 보고 들은 수많은 것들 덕분에 6개월 타지 생활이 지쳐가던 제 자신을 새롭게 할 수 있었습니다.

아이슬란드는 정말 매력적인 나라인 것 같습니다. 한여름에도 추위를 느낄 수 있고, 정말 백야를 볼 수 있었고, 둘러보면 다 탄성이 나오는 곳들이고, 그렇기 때문에 물가도 참 비쌌고.

단점을 기억하자면 아이슬란드 WF 조직이 허술하고 일처리가 빠르지 못해 캠프 리더들조차 힘들어했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캠프가 어떤 상황을 맞이할지는 정말 그 때 되어봐야 알 수 있다는 점? 하지만 그런 알 수 없는 상황들이 워크캠프를 더 매력적으로 만드는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익스커젼을 하던 중에 옆자리에 앉았던 저희 엄마 또래에 러시아 참가자와 얘기를 한 적이 있습니다. 그 분은 스물여덟과 열여섯 아들이 있는 어머니로, 영어도 그렇게 잘하시는 편이 아니었습니다. 그리고 혼자서 러시아에서 아이슬란드까지 여행이 아닌 워크캠프에 참가해 일과 봉사를 하기 위해 왔다고 했습니다. 그렇게 그 분과 대화를 하면서 저는 또 한 번 마음 속 깊이 담아둬야할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저는 불확실한 상황에 들어가는 게 좋아요. 그 상황에서 재미와 매력을 느끼거든요. 그리고 아이들에게 도전하는 모습을 말 뿐이 아니라 정말 보여주기 위해 이렇게 혼자 왔어요. 생각만 할 게 아니라 정말 행동을 해야죠."
저는 몇 번이고 그 분께 존경한다고, 정말 멋진 어머니인 것 같다고 말을 했습니다. 그런 삶을 사는 사람이 정말 있다는 것도 놀라웠고, 그런 분을 이렇게 우연히 만났다는 것도 놀라웠습니다. 그리고 저도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는 마음을 갖게 됐습니다.

이렇게 워크캠프는 짧은 기간동안 수많은 기억을 남겨주는 꽤나 충격적인(?) 캠프입니다. 충격요법으로 우리를 힐링한다고도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인생을 바꿀 수도 있고, 적어도 인생에 새로운 길 하나 정도 더 낼 수 있는 그런 캠프, 어쩌면 저 역시 또 다른 캠프에 참가하는 걸 알아볼지도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