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후기

18세기 성에서 찾은 20대의 성장

작성자 권수연
독일 VJF 4.1 · RENO 2014. 08 Altenhausen

Altenhausen

참가 전 준비와 마음가짐

저희 과에는 선후배간의 경험을 이야기하는 커뮤니티라는 시간이 있어요. 1학년 2학기가 시작되었을 때 복학생 언니가 휴학을 하던 중 유종의 미를 거두기 위해 아이슬란드 국제 워크캠프에 참가했던 경험에 대한 발표를 하였어요. 국제워크캠프에 대해 생소했던 저는 그 언니의 발표를 정말 열심히 들었어요! 친숙하지 않은 나라인 아이슬란드에, 그것도 혼자 가서 여러 외국인들과 함께 봉사도 하고 여행도 갔던 그 언니의 경험은 저에게 정말 유레카! 이거다! 싶었어요. 평소 해외에 대한 관심도 많고, 유학 가기 전에 외국인 친구들과 함께 지내는 경험을 하고 싶었던 저는, 그 언니의 발표를 듣고, 국제 워크 캠프에 대해 알아보기 시작했어요. 그러던 와중 워크캠프에는 다양한 주제가 많다는 것도 알게 되었어요. 또 마침 부산에서 국제워크캠프설명회를 하길래 거기에 참가해서 워크캠프에 대한 많은 정보를 접했어요. 평소 건축에 관심이 많던 저였던 지라 건축에 CONS에 지원하고 싶었지만 대다수의 캠프가 건축학도(?)를 원하길래 CONS와 비슷한 RENO에 지원을 하였어요. 사실 제가 워크캠프에 한번에 붙은 건 아니에요. 제 친구는 한번에 붙었다고 해서 저도 지원하면 붙는구나!라는 교만함을 가지고 지원했지만 결국엔 3번이나 실패를 하였어요. 세 번의 실패 끝에 이건 정말 마지막이다..하고 지원했던 독일의 18세기에 지어진 Altenhausen이라는 성의 보수에 붙게 되었어요! 그러고 인터넷으로 이것 저것 알아보다가 '반크'에 가입하면 지도와 한국에 관련된 엽서를 준다길래 가입을 하여 지도와 엽서들을 받았어요. 또한 무엇을 챙겨갈까~ 고민하다 불고기 소스와 불닭볶음면도 준비했답니다. 블로그에 altenhausen에 대한 검색도 해봤지만 워크캠프에 참가하기 전에 외국인 친구들과 3주를 동고동락 한다는 데에 대한 기대도 정말 컸지만 한편으로는 걱정도 조금 되었어요. 그렇게 하고 싶어했던 보수/건축 일이기도 하였지만 무엇보다도 18세기 독일의 성이라니! 외국의 성 모습은 항상 저에게 로망이 있었던 지라 그런 곳에서 자고 먹고 요리하고, 그런 곳의 보수를 하게 된다는 것 자체가 엄청난 기대에 부풀러 있었어요.

현지 활동 및 특별했던 에피소드

우선 제가 갔었던 Altenhausen은 18세기에 지어진 성으로 부유한 가문 (공작?) 이 살았던 곳이라고 해요. 하지만 지금은 리조트 개념으로 이용되고 있고, 승마장이 있어서 특히나 아이들과 장애우들이 여름캠프로 오는 곳이에요. 저희는 3주 동안 이 성에서 성의 울타리를 청소하고 페인트 칠을 하고, 직접 시멘트와 벽돌을 가지고 돌담을 만들고, 아이들의 체험활동에 필요한 옷과 연극 소품들도 만들었어요. 일하는 시간은 9시부터 12시, 1시부터 3시. 다른 워크캠프에 비해 비교적 적은 시간을 일했어요. 리조트 개념으로 활용되고 있어서 성 안에는 탁구장, 배구장, 축구장, 캠프파이어, 바비큐파티를 할 수 있는 공간이 있어서 저희는 일이 끝난 후에는 탁구도 치고 배구도 하고 축구도 하고 배드민턴도 치고 승마도 하고 캠프파이어 하면서 노래 틀어놓고 춤도 추고 직접 나뭇가지를 주어와 마쉬멜로우를 끼어서 구워 먹고 바비큐파티도 하였어요. 다른 워크캠프는 직접 요리해서 먹는 경우가 많은데, 저희는 성안의 식당에서 직접 음식을 다 해주셔서 요리를 해야 할 일은 각국 전통 음식을 선 보일 때 빼고는 없었어요! Altenhuasen 성은 마그데부르그에서 1시간 정도 떨어진 곳에 있어요. 성 주변에 있는 기차역이 없어서 haldensleben역에서 모이기로 하였는데 만나기로 한 시간이 되니 시골마을에 큰 캐리어를 든 친구들이 왔어요. 시골마을이다 보니 큰 캐리어를 끌고 오면 서로가 워크캠퍼라는 것을 감지했고, 외국인 친구들이 먼저 인사를 걸어준 덕에 수월하게 친해질 수 있었어요. 저희 워크캠퍼들은 알바니아인 캠프리더 한 명, 스페인인 2명, 러시아인 4명, 한국인 1명, 벨기에인 1명, 프랑스인 2명이 전부였어요. 이탈리아 남자도 있었는데 취소햇다고 하더라구요. 첫째주 주말에 저희는 가장 근처에 있던 마그데부르그로 여행을 갔어요. 굳이 여행이라는 개념보다는 친구들과 다같이 공원에 누워서 우노 카드게임도 하고 이야기도 하고 페스티벌이 열려 가서 구경도 하고 그랬네요. 그렇게 한주간 일하다 주변에 호수를 발견해서 밤에 호수 부둣가에서 제가 챙겨간 소주도 마시고 프랑스애가 챙겨온 와인도 마시고 스페인애가 챙겨온 소시지랑 벨기에애가 챙겨온 초콜렛 등을 마시면서 각 국가 노래도 부르고 많은 이야기도 나눴어요. 그리고 둘째주 주말에는 새벽부터 기차 타고 함부르그에 가서 도시 구경도하고 쇼핑도하고 박물관도 가고 그랬어요. 세번째 주 주말에는 쾰른이라는 도시로 일박 이일 동안 가기도 했구요. 저희는 삼 주짜리 워크캠프여서 친구들끼리 헤어질 때 울거나 하지는 않았네요.. 이 주짜리였다면 정말 아쉬워서 눈물이 나왔을 것 같아요. 알텐하우센 성에 일하는 것을 담당하는 분이 계셧는데 슈테판 아저씨예요. 저희 사이에서는 슈테판아저씨 덕분에 디스거스팅(역겨워)과 나흐니흐트!(웃지마)가 유행어가 되었네요

참가 후 변화와 느낀 점, 하고 싶은 이야기

처음 워크캠프 설명회에 갔을 때, 저는 이런 말을 들었어요. ‘성공보다는 성장을’. 저는 그 말을 들은 이후로 저의 모토를 ‘나의 20대는 성공보다는 성장을!’이라고 정했어요. 저의 20대에 있어 큰 획을 그었던 3주간의 시간들. 아직 다녀온 지 한 달도 안 지났지만 문득 그 때가 그리워 질 때가 있어요. 그래서 그런지 친구들에게 항상 입이 닳도록 워크캠프를 추천하고 있네요. 전 세계에서 펼쳐지는 다양한 종류의 워크캠프를 통해 또 다른 나를 발견할 수 있었고, 좋은 추억도 많이 만들었으며, 세상을 좀 더 넓게 바라보게 된 것 같아요. 다양한 경험을 쌓을 수 있는 진정한 청춘이 뭔가. 그 의미를 되새겨 볼 수 있었던 활동이었던 것 같아요
한국에서는 편하게 생활하고 노동이라는 것을 해본 적이 없던 제가, 독일까지 가서 돌을 나르고 삽질을 하고 울타리 먼지를 들이마시며 청소를 할 때, 첫 주엔 어리둥절 하다가, 둘째 주엔 내가 이걸 왜 하고 있지? 하다가 마지막 주엔 그런걸 체념하고 노동하는 저의 변한 모습에 정말 많은 생각을 하게 된 것 같아요. 한마디로 제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되었네요. 이렇게 변한 제 모습이 신기했고 변했다는 사실이 감사했어요. 한국에서는 못 느꼈던 새로운 감정들이 매 순간순간 솓구쳤어요. 비록 와이파이도 잘 작동이 안되고, 가족도 없고, 한국인도 없던 낯선 곳에서의 나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잘해주었던 워크캠퍼들이 있었기에 서로 의지하면서 3주를 잘 보내다 온 것 같아요. 제일 좋았던 것은 남의 눈치 안보고 신나게 노는 친구들과 함께 신나게 놀았던 것. 그게 가장 마음에 남아있어요. 누구도 의식 하지 않고, 진짜 내 모습을 찾아 갔던 것 같아요.
건물들뿐이 없는 한국 도시생활을 하다가, 슈퍼에 가려면 자전거를 타고 30분을 가야 했던, 버스 조차 다니지 않던 시골 마을 이었던 altenhausen에서 드넓은 평야를 걷는 것도 너무 좋았고, 호숫가에 누워 친구들과 우수수 떨어질 것 만 같은 별들을 보면서 노래 부르던 것도 너무 좋았어요. 처음엔 아시아인이 나 밖에 없어서 좀 그랬는데, 결국 깨달은 것은 인종을 인지하는 것은 나 밖에 없구나. 라는 생각이었어요. 그들은 인종도, 국적도 중요해 하지 않았고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서로를 이해하려했어요. 숨김이 없고, 꾸밈이 없는 친구들 사이에서 저는 더 행복했던 것 같아요.
이번 워크캠프를 통해 저는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스스로 깨닫게 되었고, 내가 원하는 꿈이 뭔지를 확인 할 수가 있었어요. 우노 카드 하나에 밤새 신나게 놀고 일하다 논쟁거리를 던지면 그것에 대해 신나게 토론하고, 삽질 하나에 웃던 친구들과의 시간이 그리워요. 러시아 친구가 말하던 ‘Who cares?’라는 말이 생각나요. 그들 본연의 모습을 존중하는 그들에게 정말 많은 점을 배워왔다고 생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