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후기

시칠리아 농장에서 만난 인생 친구들

작성자 송송이
이탈리아 LUNAR 10 · AGRI 2014. 07 이탈리아

RURAL SICILY 01

참가 전 준비와 마음가짐

여러 해외 활동 프로그램이 있지만 워크캠프는 그 어떤 활동보다 특별하다. 다양한 국가와 주제를 선택할 수 있고 어떤 캠프에 참여하더라도 다채로운 배경을 가진 사람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여러 기업이나 단체가 모집하는 봉사활동은 보통 팀 구성원이 대부분 한국인으로 이루어져 있고 활동이 행해지는 국가의 사람들과 소통하는 시간을 갖기 보다는 우리만의 활동을 하고 오는 경우가 많다. 또한 어마어마한 경쟁률을 뚫고 합격을 해야만 갈 수 있거나 고가의 비용을 지불하고 다녀오는 소위 스펙 쌓기를 위한 활동이 주를 이룬다. 그러나 국제 워크 캠프는 다르다. 내가 이 활동에서 무엇을 해낼 수 있고 무엇을 얻어갈 수 있는지를 보이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Rural Sicily에 지원을 할 당시 나는 유럽에서 교환학생으로 공부를 하고 있었다. 다양한 국가에서 모인 친구들과 공부를 하고 여행을 다니면서 3박 4일, 4박 5일의 짧은 여행이 아니라 한 곳에 길게 머물며 관광지뿐만 아니라 정말 현지인의 생활을 경험해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학교에서 조별 과제를 해야 할 일이 잦았는데 그 과정에서 다양한 국가 출신의 학생들이 의견 충돌을 갖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20개국도 넘는 나라의 사람을 만났지만 그 중 가장 갈등을 덜 빚고 누구에게나 친절하며 누구에게나 사랑받는 것은 단연 이탈리아 친구들이었다. 모든 것을 즐기고 이해하고 사랑하는 그들의 사고방식과 삶을 양식의 배우기 위해 나는 이탈리아 그것도 가장 특별한 섬 시칠리아로 떠났다.

현지 활동 및 특별했던 에피소드

Rural Sicily 캠프는 이탈리아 시칠리아 섬 정중앙에 위치한 Enna라는 지역에서 5~6개의 농장을 방문하며 지역 농부들의 일손을 돕는 프로그램이다. 리더를 제외한 캠프 참가자는 총 9명이었다. 나를 포함해 홍콩에서 온 친구들까지 3명이 동양인이었고 스페인, 세르비아, 독일, 프랑스, 에스토니아에서 온 유럽인들과 함께 캠프 기간을 보냈다.
시칠리아는 섬이니 자유시간이 생기면 바다에 물놀이 하러 쉽게 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오산이었다. 시칠리아는 제주도의 10배도 넘는 거대한 지역이고 그 중 Enna는 시칠리아의 심장으로 불릴 만큼 정말 중앙에 위치한 지역이다. 가장 가까운 해변으로 가려해도 차로 3시간은 가야했다. 섬이지만 바닷가보다는 사막에 가까운 기후와 토양에서 아침 7시에 하루를 시작해 새벽에야 집에 돌아오는 생활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봉사자들이 하는 가장 기본적인 일은 잡초를 캐고 땅을 고르게 하는 일이었다. 농장들을 방문하며 올리브를 수확하고, 치즈를 만들고, 전통음식을 만드는 등 다양한 일을 하게 될 것이라고 worksheet은 소개했지만 참가자들에게는 땅을 갈고 나무 가지를 치는 매우 단순하지만 힘든 작업만이 주어졌다. 기대했던 것과 직접 하게 된 일이 달랐다는 점에서 실망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면 거짓말이겠지만 땡볕에서 밭을 매는 것조차 나에게는 처음 접해보는 일이었다. 더군다나 한국의 농장과는 확연히 다른 환경에서 ‘Rural’ Sicily라는 캠프의 이름이 말해주듯 기계의 힘을 빌리지 않고 가장 전통적인 시실리안의 방법으로 일을 한 것은 매우 특별한 기회였다.

참가 후 변화와 느낀 점, 하고 싶은 이야기

2주간의 짧은 시간동안 참가자들과 리더, 현지 농부와 가족들, 캠프 관계자들 시칠리아 국제 학생회 등 정말 여러 사람을 만났다. 그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사람이 두 명 있다. 우선 캠프의 리더였던 시칠리아 토박이 Lino다. 리더가 갖추어야할 덕목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카리스마’라고 생각한다. 전문 분야에 대한 지식이나 노하우 등은 노력에 따라 혹은 시간에 따라 얻을 수 있는 것이지만 카리스마는 사람이 타고나야하는 다른 종류의 덕목이기 때문이다. 내가 이때까지 속했던 집단에서 내 스스로 그리고 집단 전체가 만족할만한 결과를 얻었던 경험을 되돌아보면 대부분 리더가 남과 다른 카리스마를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시칠리아 워크캠프는 달랐다. Lino의 리더로서 그리고 친구로서 가장 큰 장점을 꼽으라면 바로 ‘매력’이다. 내가 여러 이탈리아인에게 보았던 부드럽고, 유쾌하고, 무의미한 갈등은 유머로 피해가는 그런 매력을 정말 듬뿍 가지고 있는 사람이다. 아주 솔직히 말하자면 캠프 일은 매우 고됐는데 우리는 단 한번도 Lino에게 불평을 한 적이 없다. 같은 일이어도 다른 권위적인 캠프 관계자나 농부들이 지시하는 것과는 다르게 그는 우리가 함께 재미있는 일을 한다는 느낌을 주었다. Lino는 철저하고 똑 부러지는 리더는 아니었다. 그러나 그는 캠프 참가자 모두를 사랑하고 모두에게 사랑받는 매력적인 사람이었다. 애초에 이탈리아 사람들의 유쾌함과 여유를 배우고자 택한 시칠리아 캠프였기에 Lino를 만나고 그가 친구들, 멤버들, 그리고 상사를 대하는 방식을 눈여겨 볼 수 있었던 것이 내게 가장 좋은 경험이었다. 풍요로운 땅에서 1년 내 온화한 날씨 속에 오랜 세월 살아온 그들의 감성과 여유를 잠시 봤다고 바로 흉내 낼 수는 없겠지만 최대한 좋은 방식으로 따라하고 내 삶에도 적용시키려 노력중이다.
또 다른 한 명은 에스토니안 아저씨 Ervin이다. 캠프 참가자 9명중 Ervin을 포함한 두 명만이 남자였고, Ervin을 제외한 모두가 20대 초반의 대학생이었다. 영어로 의사소통하는 것이 Ervin에게 편하지 않아 항상 불어를 할 수 있는 친구들을 통해 의견을 표했다. 그는 50대 후반의 중년 남성으로 묵묵히 일만 하는 편이었다. 쉬는 시간마다 수다를 떨고 간식을 먹는 20대 아이들과 허물없이 어울리기에는 다른 점이 많아 캠프 기간 동안 그와 우리는 많은 교류가 없었다. 캠프 당시에는 의사소통도 되지 않고, 일을 하는 과정에서도 갈등이 있었기에 Ervin에 대해 깊이 알아갈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러나 돌이켜 생각해보니 9명의 참가자들 중 가장 대단한 사람은 Ervin이었다. 나는 그를 영어도 잘 못하고, 상대적으로 나이도 많고, 무리에 섞여들지 못한다고 생각했지만 반대로 생각해보면 영어를 잘 못하지만, 젊지 않지만 그래도 도전을 하러 온 것이다. 그와 같은 나이대의 한국 중장년층을 생각해보면 직장과 가정 외에 속할 곳이 그리 많지 않은 것 같다. 동호회 등의 활동을 하는 사람들도 많지는 않고 활동을 한다고 해도 아들딸 같은 어린 친구들과 같은 위치에서 무언가에 도전한다는 것은 정말 쉽지 않은 일이다. 스스로 도전할 의지를 가지기도 의지가 있어도 의지를 보일 곳이 없다. 내가 참여한 워크캠프 뿐이 아니라 다른 캠프에도 엄마 같은, 할아버지 같은 참가자들이 있었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한국에도 그런 프로그램이 많이 생겼으면 하는 바람이고 내가 그 바람을 실현하는 데에 한 몫을 하고 싶다.




++올해도 이 캠프가 열리는지는 모르겠지만 놀러가는 마음으로 이 캠프에 지원하는 것은 주의해야 합니다. 저는 이미 캠프를 다 끝냈고 별탈없이 돌아와 좋은 기억만이 남아있지만 일할 당시에는 정말 죽도록 힘들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하루 2시간 쉬는 시간이 주어지는데 그 시간에는 그냥 잠만 자야할 정도로 피곤하고 날이 무덥습니다. 일하며 손이 트고 찢어지는 것은 다반사이고 잠자리도 편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마음만 단단히 먹고 간다면 배울점이 많고 즐길 것도 많은 좋은 캠프임에는 틀림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