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후기

멕시코, 거북이와 함께한 공존의 기억

작성자 이윤아
멕시코 NAT14-39 · ENVI 2014. 12 Puerto Arista

Sea Turtle 13

참가 전 준비와 마음가짐

나에게 멕시코 워크캠프는 한국, 프랑스, 독일에 이어 네 번째 워크캠프였다. 대학생활 동안 내가 배운 것들이 대부분 워크캠프를 통해서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워크캠프가 내게 미친 영향은 상당했다. 2014학년도 2학기 멕시코로 교환학생을 오게 되었고 학기가 끝나갈 무렵 다시 한 번 워크캠프에 도전을 결심했다. 멕시코 워크캠프의 테마 결정은 어렵지 않았다. 멕시코 태평양 해안가에서 거북이 알 보호 프로젝트가 한창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멕시코에서 가장 가난한 주, 치아파스의 서쪽 해안가에서 진행 중인 거북이 알 보호 캠프를 신청했다. 그 어떤 워크캠프 보다 이번 워크캠프를 기대했던 이유는 2주 동안 오로지 자연과 함께할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일상에서 벗어나 자연의 소리에 귀 기울이고 싶다는 마음을 한가득 안고 치아파스로 향하는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현지 활동 및 특별했던 에피소드

수천 마리의 거북이와 함께했던 맑고 푸른 날들의 연속이었다. 매일 이른 아침 눈을 비비며 텐트에서 나와 농장으로 가보면 갓 부화한 수백 마리 새끼 거북이들이 우리를 맞이했다. 워크캠프 단원들은 조심스럽게 새끼 거북이들을 통에 담으며 수를 세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했다. 이 일이 끝나면 시리얼과 커피 등으로 간단하게 아침을 먹고 둥지 청소를 시작했다. 여기서 둥지란 거북이 알을 묻어 두었던 곳을 말하는데 거북이들이 모두 부화한 후 흙 아래 껍질을 꺼내 청소를 해야 한다. 둥지 청소를 하다 보면 어느새 해는 중천에 떠 있고 뜨거운 햇살을 정면으로 맞으며 일을 하다보면 가끔은 힘들고 지치기도 했다. 하지만 흥겨운 음악에 의지하며 매일의 임무를 무사히 수행할 수 있었다. 캠프장엔 부상을 당한 두 마리의 큰 거북이가 있었는데 때론 그 거북이를 위해 바닷물을 갈아주는 것도 우리의 역할이었다. 2주간 다양한 일들을 했지만, 무엇보다 지금도 잊히지 않는 인상 깊은 순간은 쏟아질 것 같은 별을 보며 오토바이를 타고 해안가를 달렸던 밤이다. 모두가 자는 새벽 태평양 바다 어딘가에서 어미 거북들이 해안가로 와 알을 낳고 있었기 때문이다. 다른 동물의 공격 혹은 상업적인 용도를 위해 알을 훔쳐가는 사람들 때문에 어미 거북이 낳은 수백 개의 알들을 안전하게 농장으로 옮겨야 했다. 어미 거북이 눈물을 흘리며 100여 개의 알을 낳는 모습, 있는 힘을 다해 알들을 다시 흙으로 덮는 모습, 알들을 홀로 놓아두고 쓸쓸하게 바다로 돌아가는 모습. 내 평생 다시 볼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이러한 모습들은 마치 영화의 일부처럼 감동적이었다.

참가 후 변화와 느낀 점, 하고 싶은 이야기

이전의 워크캠프에선 내가 만난 사람을 통해 많은 것을 배웠다면 이번엔 주변의 자연을 통해서 많은 것을 깨달았다. 언젠가부터 사람들은 이 세상이 인간만이 살고 있는 세상이라는 큰 착각 속에 빠져 살고 있었다. 어떻게 보면 지구의 절반은 또 다른 생명체의 세상인데 말이다. 이번 워크캠프를 통해서 난 어떤 곳에서든지 항상 공존과 조화가 중요한 가치라는 것을 깨달았다. 또한, 비정부단체에 의해 운영되는 거북이 농장의 너무나 열악한 환경을 몸소 겪으며 정부의 손길이 닿지 않는 이곳을 널리 알릴 필요를 알게 되었다. 모두가 함께 사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선 서로가 도우며 사는 세상을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이 우리 젊은 청년들이 해야할 의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