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후기

아이슬란드, 7개의 별이 뜬 여름밤

작성자 배수현
아이슬란드 SEEDS 040 · ENVI/ CONS 2012. 06 - 2012. 07 Skálafell & Blue Mountains

Hitting the slopes - Skálafell & Blue Mountains (1

참가 전 준비와 마음가짐

겨울 같은 한 여름 밤을 찬란하게 수 놓은 7인의 별
여태껏 보낸 여름 중 가장 추웠지만 가장 뜨거웠던 12박13일.
그것은 1년간 뜨거운 스페인 아래 지쳐 삶에 아무런 미동도 없던 나에게 크나큰 활기를 불어준 것이었다.
내 속에, 내 마음 한 켠에 살아 움직이는 그 느낌표들을 나열하려 한다.

아이슬란드에서 13일의 퍼즐이 완성되기까지
우리는 적지도 많지도 않은 시간을 함께 나누었다.
모든 것이 하나하나 겹쳐져 흘러가다 사라지는 파노라마
아직도 생생한 그 곳
24시간 떠있는 태양아래 한여름에 친구들과 겨울휴가를 와 있는 듯한 나날들
눈을 감고 있으면 안개가 발까지 내려오던 그 어스름한 새벽이
바이킹 족들이 누비고 다녔을 것만 같은 드넓은 푸른 이끼들이
스키장 언덕에서 노동하다가 다같이 지쳐 주저앉아 바라보던 백두산 천지 같은 그림배경이
내 앞에 펼쳐진다.

힘든 작업을 단 한 명도 마다하지 않았던 우리 캠프 단원들
존재만으로도 듬직했던 불굴의 7인이 완성한 스키장 바이크 로드
한식 못 먹은 지 1년이 다돼가던 나도 잊게 해준 스키장 직원들의 만찬들
함께 얘기하고 토론하고 궁금증을 푼 세계이야기
나의 근심을 앗아가고 속을 후련하게 만들어준 미드나잇 선셋
별다방 저리가라 할 정도였던 최고의 커피는 매일매일 작업 전후 마셨던 스키장 커피
돌 치우러 쟁기와 삽을 든 우리를 아침마다 반겼던 스키장 리프트
돌만 보고 작업하니 보기만 하면 치워야 할 것만 같았던 무수한 돌들
두 번째 스키장 블루마운틴에 도착했을 때의 겨울추위 못지않은 그 공기
스페인의 40도마저 그리워지게 만든 스키장의 한기
그러나 우리들이 있어 더욱더 따뜻했던 그 보금자리
작업복을 입고 애니의 캐릭터가 된 친구들과 함께한 페인트작업의 그 신나 냄새
비바람 맞으며 감각 없는 손에 걸려있던 검은 쓰레기 비닐봉지
지친 몸을 달래기 위해 숙소의 검은 소파에 파묻혀 읽던 류시화의 ‘지구별여행자’
지친 마음 달래주던 ‘I follow rivers’은 이제 우리를 생각하는 노래
주말에 찾아간 부글부글 끓던 자연 온천, 삶은 달걀 먹고 싶어 못 참게 만든 간헐천
디저트로 활력을 채워주었던 우리의 달코미 초코 브라우니 케익
저녁시간이면 이탈리아 아저씨와 도미니끄와 함께 했던 스페인어 대화
마지막 날 어드벤처 영화 속 주인공이 되어 모험한 어두컴컴 동굴들

너무너무 적극 활발이었기에 더 이상 말이 필요 없는 함께한 이들
부드러운 말투가 인상적이었던 환한 미소의 프랑스 리더 마티유
노동에 힘든 나머지 말마저 나오지 않았던 나를 걱정해주고 신경 써준 수호천사 이탈리아 아저씨
‘내가 할게’ 내부봉사가 가득 찼던 키가 큰 파리 언니 카롤린느
한국말로 ‘귀요미’라고 해서 놀래 켰던 발 빠른 프라하 친구 카타르지나
미래와 고민에 대해 많은 대화를 나누었던, 보기만 해도 웃음이 절로 나오는 서울 친구 소영이
항상 대화에 ‘텍사스’란 단어를 삽입시키는 귀여운 4차원 텍사스 동생 도미니끄

그 곳, 아이슬란드에서 힘들었던 모든 시간의 추억들은
두려움 때문에 멈칫하려던 나를 다시 달릴 수 있도록 해주었다.
잘 울던 뻐꾸기의 시계 약이 어느새 다 닳아버려 초침조차 멈춰버린 상태에서
약을 갈아 움직이게 만들어 주었다.
말 그대로 신선했다.
여태 쌓여왔던 수백만 가지의 생각과 고민을 그 곳에서 했던 걸 떠올려보면 아직도 뜻밖이다.
내가 나에 대해 그렇게까지 생각할 시간 조차 만들지 않고 달려왔던 것이다.
이는 아이슬란드가 나에게 주는 기회의 선물이라 생각한다.
가슴이 콩닥 콩닥 뛰는 한 아이슬란드의 그 곳을 결코 잊을 수 없을 것이다.

함께한 모든 단원들과 스키장 직원들에게 감사와 수고의 말을 전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