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후기

아이슬란드, 고립된 자연 속 특별한 경험

작성자 김은중
아이슬란드 SEEDS 079 · ENVI/ AGRI 2012. 08 Dalbaer(West fjords)

Unique West fjords

참가 전 준비와 마음가짐

영국에서 유학을 하면서 방학 때 한국으로 돌아가서 쉬는 것보다는 뭔가 더 알차게 시간을 보내면 좋겠단 생각을 하던 중 아이슬란드 워크캠프 소식을 접하게 돼서 지원하게 됐습니다. 자연을 좋아하는 저는 많은 프로그램 중에서도 아이슬란드에서도 외진 장소인 West fjords에서 펼쳐지는 농업 일에 흥미를 느껴 주저하지 않고 워크캠프를 신청했고, 약 2주간 그곳에서 좋은 경험을 할 수 있어서 많은 것을 얻어 간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같이 워크캠프에 참여하는 사람들의 국적이나 연령대를 잘 맞췄더라면 더 좋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참가자들 사이에서도 불만으로 제기된 것이 어린 라트비아 캠프리더의 지도력이었고 체코에서 온 두 형제는 주로 자기들끼리만 어울렸으며 유럽에서 온 젊은 친구들은 미국에서 오신 할머니에게 별로 관심을 보이지 않는 둥 멤버들간의 원활한 대화나 소통이 없었다고 생각합니다. 저 역시 혼자 아시아 사람이어서 그들과 같이 일을 하면서 친해지기까지 어느 정도 시간이 걸렸습니다. 또한 아쉬웠던 부분으로는 캠프시작 날 Reykjavik의 약속장소에서 오전 9시에 미니버스를 타고 약 6시간에 걸쳐 캠프장소로 가기로 했었는데 참가 멤버 중 체코 형제 2명이 오후에 Reykjavik에 도착하게 돼 모든 멤버가 오전부터 오후 늦게까지 기다려야 했던 일입니다. 지체된 그 두 형제 때문에 저희는 오후 6시쯤 출발하였고 사전에 캠프 장소로 이동하면서 중간중간 버스에서 내려 자연 경관을 할 수 있다는 안내와는 달리, 날은 어두워져 창문 밖 경치도 잘 볼 수 없었고 운전기사도 한시라도 빨리 캠프 장소에 도착하기 위해 쉴 틈 없이 달려 시작 첫날 저는 많이 답답했습니다.

그러나 다음날, 워크캠프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이후 저는 이런 안 좋은 일들을 다 잊고 하루하루 즐겁게 생활했습니다. 특히, 저희 참가자들이 머물렀던 숙소 주인 분이 저를 잘 대해주고 챙겨줘서 더욱 열심히 일을 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가끔씩 숙소 청소를 하는 날도 있었지만 제가 주로 한 일은 블루베리와 버섯을 따오는 것이었는데 제가 다 따온 후에는 그 주인 분이 항상 웃으며 저와 하이파이브를 하거나 저보고 이제 프로라는 둥 칭찬을 많이 해주셨습니다. 식사는 멤버들끼리 돌아가면서 같이 준비하거나 주인 분이 직접 요리해 같이 나눠 먹는 식이었습니다. 모든 참가자들이 공통적으로 좋아했던 부분으로는 숙소 주인 분이 음식에 인색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부엌과 냉장고 안에 있는 음식과 음료들을 먹고 싶으면 언제든지 먹을 수 있게 허락해 주셨는데 그 덕분에 모든 멤버들은 개인적으로 따로 먹고 마시는 것에 지출을 할 필요가 없었습니다.

추운 날씨와 고된 일 때문에 하루하루 일을 마치면 녹초가 되곤 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그 덕분에 제 체력에 많은 보탬이 된 것 같습니다. 자유시간은 일주일에 두 번 주어졌는데 워낙 숙소가 외진 곳이라 근처에 대자연 말고는 아무것도 없어서 자유시간이 생긴 날이면 숙소에 나와 아이슬란드 북서쪽 일대를 6~8시간 정도 걸어 다니거나 등산을 하였습니다. 특히, 저는 미국 할머니와 자유시간이 겹쳐서 같이 오랜 시간 걷고 오르며 빙하도 보러 가고 폭포도 보고, 언덕 위에 올라 피오르드를 보며 숙소에서 싸온 도시락을 먹는 둥 아이슬란드 경치를 만끽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아이슬란드는 깨끗하게 환경이 잘 보존되어 있기 때문에 종종 지나가는 길에 블루베리가 보이면 그냥 손으로 따 먹었고 언덕에 올라 갈증이 날 땐 그곳에 쌓인 눈도 먹으며 자연과 하나되는 소중한 경험도 했습니다.

아이슬란드 워크캠프에 참여함으로써 저는 리더에게 필요한 자세, 예를 들어, 참가자 모두에게 관심을 갖고 다같이 즐기며 대화 하는 분위기를 이끌어 내려고 노력해야 한다는 것과 해야 할 일을 하지 않는 멤버들에게는 모든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노골적으로 험한 말을 하는 것 보단 따로 불러 훈계 해야 한다는 것 등을 되새겨 볼 수 있었습니다. 더불어 이번 워크캠프를 계기로 공동체 생활의 중요성을 배울 수 있었고, 70이 넘은 미국 할머니께서 열심히 일하시는 모습을 곁에서 지켜보며 젊어서부터 항상 건강에 신경 쓰는 것이 자신에게 평생 도움이 된다는 귀중한 교훈도 다시 한번 느껴 볼 수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8월 말임에도 불구하고 캠프 장소가 북쪽에 위치한 덕분에 태어나서 처음으로 선명한 오로라와 별똥별을 여러 차례 직접 볼 수 있어서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이 될 것 같습니다. West fjords 워크캠프 시작부터 끝날 때까지 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아프지 않고 무사히 잘 마치게 되어 다행이었고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다른 프로그램에도 지원하여 좋은 경험을 쌓아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