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후기

꿀보다 달콤했던 스페인 2주 스페인, 낯섦에서 찾은 진

작성자 유명이
스페인 ESDA-0515 · 건설/교육 2015. 09 Gargantilla del Lozoya

ARE YOU READY, HONEY?

참가 전 준비와 마음가짐

어린 시절부터 스페인이라는 나라는 나에게 동경의 대상이었다. 그래서 지난해, 한 달간의 유럽 여행에 무리하게 스페인을 포함 시킬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짧은 일정으로 스페인의 겉면만 살짝 맛본 후로는 그 갈망이 더 커져서 올해에는 오롯이 스페인을 느끼기 위한 여행을 준비하게 되었다. 두 달간의 스페인 여행을 계획하는 과정에서 더 다양하고 가깝게 스페인을 느끼기 위한 여러 가지 방법을 고민하게 되었다. 고민을 거듭하던 중 워크캠프에 다녀와 나에게도 참가해 볼 것을 적극적으로 추천해주던 친구의 말이 떠올랐다. 국제워크캠프기구 사이트에 들어가 스페인 워크캠프를 검색해 보았다. 이미 여행의 틀이 정해진 후였고 출발까지 많은 시간이 남은 것은 아니어서 내가 선택할 수 있는 캠프는 하나밖에 없었다. "Are you ready, Honey?"라는 강렬한 제목의 워크캠프는 내 눈을 사로잡았지만, 벌과 함께한다는 그 내용에 단번에 참가를 결정하기는 어려웠다. 워크캠프를 추천해준 친구와 친구가 워크캠프에서 만나 소개해준 스페인 친구, 다니던 스페인어 학원 선생님에게까지 상담해본 결과 벌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좋은 경험을 할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다는 결론에 이르렀고 용기 내 캠프에 참가하게 되었다.캠프를 참가하면서 가장 걱정이 되면서도 기대가 되었던 것은 언어에 관한 부분이었다. 다양한 나라의 사람들이 모이는 만큼 영어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고 들었지만, 스페인 현지에서 생활하기 때문에 스페인어를 접할 기회도 많을 것이라고 예상했기 때문이다. 두 언어 모두 유창하지 않고 특히 스페인어는 배우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어린아이보다 못한 수준이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스페인어를 구사하는 사람을 만나 대화를 나누는 것이 매우 드문 일이기 때문에 그에 대한 기대가 컸다.

현지 활동 및 특별했던 에피소드

스페인에 도착하고 3주 후 워크캠프가 시작되는 일정이었기 때문에 그 전에는 일부 지역을 여행하고 어학원에서 수업도 들으며 캠프를 준비했다. 현지에서 만나본 스페인 사람들은 말이 너무 빨라 알아듣기 어려웠고, 어학원에서는 적극적인 외국인들 사이에서 왠지 모르게 자신감을 잃어가고 있었다. 그러다가 캠프 직전에 그 전까지는 모바일 메신저로만 대화를 나누던 스페인 친구를 만나게 되었다. 그 친구와 이야기 나누면서 잘 알지 못하는 외국인과도 즐겁게 대화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때까지 가지고 있던 걱정이나 두려움이 많이 사라지게 되었다.드디어 시작된 워크캠프 모든 것은 나의 예상과 달랐다. 내 또래의 이십 대로 구성될 줄 알았던 그룹은 십 대부터 오십 대까지 다양한 나이의 사람들로 구성돼 있었고 당연히 스페인인일 줄 알았던 리더는 모로코 사람이었다. 캠핑장에 도착하자마자 비가 내리기 시작하였고 산속의 캠핑에 비까지 내리자 태양의 나라 스페인임에도 불구하고 너무 추웠다. 하지만 내 생각과 다른 점들이 생각지 못한 재미와 추억을 만들어 주었다. 다양한 나이의 그룹 원들 덕분에 더 다양한 생각과 경험을 나눌 수 있었고, 모로코에서 온 무슬림 리더 덕분에 더 다양한 사람들의 생활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추운 날씨에 두꺼운 옷 하나 없는 나에게 만나자마자 선뜻 옷을 빌려준 친구와는 캠프가 끝날 때쯤, 눈빛만 봐도 통하는 단짝이 되었다. 무엇 하나 예상대로 되지 않았던 캠프 중에서도 내 예상이 딱 들어맞은 것이 하나 있는데 바로 내가 벌에 쏘일 것이라는 예상이었다. 벌침에 대한 두려움은 캠프를 신청하기 전부터 나의 가장 큰 걱정거리였는데 캠프를 시작한 지 사흘 만에 벌에 쏘이고 나니 오히려 두려움이 사라졌다. 그 이후에는 벌에 쏘인 사람들끼리 우리는 '벌이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며 모임까지 만드는 즐거운 경험이 되었다.

참가 후 변화와 느낀 점, 하고 싶은 이야기

캠프가 끝나고 다같이 버스를 타고 나와 마드리드에 터미널에서 마지막 인사를 하기 직전에 한 참가자가 말했다. '우리가 이렇게 같이 있는데 잠시 뒤면 다 뿔뿔이 헤어진다는 게 믿기지 않아. 아마 우리 모두가 다시 한 자리에 모이는 일이 생길까?' 정말 거짓말 같은 2주였다. 나와 많이 다른 사람들을 만나 새로운 것들을 배웠고, 그들도 나와 같음을 깨달았으며, 그 안에서 진정한 나의 모습을 찾아갈 수 있었다.
나와 같이 캠프에 참가한 모든 사람들이 나에게 '넌 내가 만나본 다른 아시안들과 다르다'고 말했다. 매년 캠프 때마다 새로운 'Korean girl'들을 만났다는 호스트에게 내가 다른 코리안 걸들과 많이 다르냐고 물어봤더니 '너는 너를 보여줬기 때문에 특별하다, 다른 사람들은 자신을 보여주지 않았다'고 말했다.
워크캠프를 아직 모르는 사람, 고민 하고 있는 사람에게는 당연히 참가해 볼 것을 추천한다. 그리고 이미 캠프에 참가하기로 결정한 사람에게는 더 자신을 보여줄 것을 당부한다.
워크캠프는 나의 마음과 태도에 따라 힘들고 어려울 수도, 인생에서 가장 멋진 순간으로 남을 수도 있다. 지난 9월 2주간의 경험은 캠프장에서 보았던 밤하늘의 별만큼이나 빛나는 순간으로 내 마음속에 남아있다. 사랑하는 나초, 압둘라티프, 메릴린, 파샤, 크리스, 카챠, 고즈데, 볼칸, 사샤가 늘 행복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