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후기

몽골, 추위마저 녹인 따뜻한 사람들

작성자 박희수
몽골 MCE/NICE-01 · 환경/농업 2016. 04 - 2016. 05 몽골 울란바토르 인근

Greening Mongolia

참가 전 준비와 마음가짐

워크캠프가 생각난 이유는 어렴풋이 남아있던 청소년워크캠프의 기억이었다. 휴학한 이후, 유라시아여행을 계획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냥 여행보다는 봉사활동도 하면 재밌을 것 같아서 부랴부랴 워크캠프를 지원했다. 방학 시즌이 아니라서 내 일정에 맞는 워크캠프는 별로 없었고, 그 중 고른 것이 드넓은 초원의 나라, 몽골이었다.

몽골 입국을 위해 미리 몽골비자를 신청했다. 내 여행은 2달 반의 베낭여행이었기 때문에 침낭과 모종삽 같은 준비물을 가져가기 힘들었다. 하지만 다행히 몽골 측에서 침낭을 제공해주기로 했기에 가벼운 몸과 마음으로 떠날 수 있었다.
워크캠프 카페를 통해 미리 MCE-01에 참가하는 한국인 친구 둘을 알 수 있었다. 카톡으로 말했기 때문에, 그리고 내 출국이 빨랐기에 준비물을 체계적으로 준비할 수 없었지만, 대략 어떤 요리를 할 것인지는 상의했다. 나는 여행 중이라서 염치 없게도 빈 손으로 몽골에 도착했지만, 다른 두 친구가 준비물을 챙겨줬기에 매우 고마웠다.

인포싯에 나와있는 내용은 꽤나 열악했다. 마을과는 한참 떨어져있고, 5월이지만 추우며, 나무를 심어야한다고 했다. 몸이 고될 것이라고 마음을 굳게 먹고 몽골로 향했다. 그리고 약 10년 전, 영어를 못한다고 주눅 들어있던 나를 생각하며 이번엔 보다 재밌게 생활하겠노라 다짐했다. 중요한 것은 영어가 아니라 열린 마음이었으니까. 워크캠프의 후기들처럼, 나도 좋은 추억을 쌓을 수 있다고 생각하니, 워크캠프 일주일 전부터는 빨리 몽골에 가고 싶었다.

현지 활동 및 특별했던 에피소드

가장 힘들었던 것은 추위. 5월의 몽골은 러시아보다 추웠다. 숙소에 난방기는 전혀 없다. 초반에 침낭이 준비가 안되서 이불만 5개를 덮고 잤는데 틈새로 들어오는 한기에 잠을 제대로 잘 수 없었다. 눈도 오고 바람은 끊이질 않는다. 생활하기 위해서 내복은 필수, 특히 손발이 찬 내게는 양말도 항상 2겹. MCE 워크캠프의 시작이 우리, MCE-01이다보니 한동안 안 썼던 온수기가 망가졌나보다. 한동안 온수도 없어 얼음물에 머리 감는 게 다였다. 그나마 고쳐진 후에도 온수량이 적어, 뒷사람을 위해 온수를 조금만 쓰는 배려도 필요했다.
몽골인 스태프 2명, 한국인 3명, 대만인 2명, 핀란드인 1명, 그리고 일본인 11명. 처음엔 일본인이 2명 뿐이었으나, golden week에 9명이 더 왔다. 그 9명과는 1주밖에 안되는 시간을 보내서 너무 아쉬웠다. 유럽인도 처음 예상과는 달리 단 한 명이었다. 동아시아의 문화는 비슷했기에 문화적차이는 크게 느끼지 못했지만 매일 밥을 먹는 유럽인 한 명은 조금 어색했을 것 같다. 그 외에 옆 집에 사는 (여자만 좋아하는) 꼬마 둘과, 우리에게 문제가 생기면 달려와 해결해준 할아버지 한 명. 같이 생활한 한 사람 한 사람을 생각할 때마다 미소가 지어진다. 우리에겐 단 2주의 시간만 주어졌지만, 서로 family라고 부를만큼 친해졌다. 한 마디로, 너무 좋았다.
예상 외로 일하는 시간은 적었다. 나무를 심는다고 해서 힘든 일을 하루종일 할 것 같았지만, 막상 일의 강도나 시간은 그다지 힘들지 않았다. 이렇게 일해서 어느 세월에 환경을 보호하려나, 싶을 만큼.
요리는, 정말 경험이 하나도 없었지만 어떻게든 되더라. 그것도 맛있는 요리가 종종 만들어진다는 것이 너무 신기했다. 내가, 우리가 그렇게 만들 수 있다는 사실에 감탄이 나왔다. 때로는 내가 맛없게 만든 것 같아 친구들에게 미안했지만, 매우 맛있게 먹어줘서 너무 고마웠다. 그때였을까, 내가 요리에 재미 들린 것이...
쉬는 시간엔 열심히 놀았다. 우리에겐 2주밖에 없다는 아쉬움 때문이었었을까. 매일 웃지 않았던 날이 없었다. 말하고, 춤추고, 게임하고. 언제 또 그렇게 즐거울 수 있을지...

워크캠프 덕분에 다음 여행지까지 함께 가는 친구도 만났다. 다음 행선지가 같은 친구들과 함께 중국으로 향해서, 캠프가 끝나며 생긴 공허함을 많이 줄일 수 있었다.

참가 후 변화와 느낀 점, 하고 싶은 이야기

나는 여행 중에 잠깐 워크캠프에 참여했지만, 너무나도 큰 추억을 얻었다. 워크캠프에 참여하지 않았으면 이렇게 행복한 여행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겠다. 누군가 내게 여행 중 어디가 가장 기억에 남느냐고 묻는다면, 주저없이 워크캠프를 했던 몽골이라고 대답할 것이다. 다음에 또 여행을 떠난다면 봉사활동을 중간에 꼭 끼워넣겠다.

몽골이라는 나라에서 좋은 사람을 만나 생각이 많이 변했다. 몽골이라는 나라 자체도 느림의 미학을 배울 수 있었는데, 거기서 만난 사람 한 명은 산전수전 다 겪고 '정말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하는 사람이었다. 경제적 이유에 행복을 비틀지 않은 사람을 실제로 처음 봤다. 그리고 나도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는 삶을 살리라, 다짐하게 되었다.
어딜 가는가, 무엇을 하는가보다, 어떤 사람을 만났는가가 더 중요한 것이라고 느끼게 되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워크캠프는 너무 행복했다.

한 달이 지나 서로 연락이 뜸해졌지만, 다들 보고싶다.


2500자라는 글자수에, '느낀점'과 '하고 싶은 이야기'를 온전히 담기엔 너무 부족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