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후기
프랑스 남부, 3주간의 언어 울렁증 극복기
PERMACULTURE IN SOUTH BEAUJOLAIS – FR SPEAK
참가 전 준비와 마음가짐
프랑스어를 전공하는 학생으로서 프랑스 현지에서의 생활에 대한 열망은 언제나 뜨거웠다. 비록 1년간의 프랑스 어학연수 경험이 있었지만 이미 3년 전의 일이었고 그 사이 점점 퇴보해 가는 프랑스어 실력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외국어 실력 향상을 위해서 가장 중요한 점은 실생활에서의 회화라고 생각하지만 현실적으로 보았을 때 한국에서 프랑스어를 적용하기란 여간 쉬운 일이 아니므로 이러한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필요한 시점이었다. 그러던 중 교수님께서 추천하신 워크캠프를 알게 되었고 주저 없이 이번 여름 워크캠프 참가를 결심하게 되었다. 국가를 프랑스로 선택한 후에도 프랑스어 사용이 필수로 설정된 캠프를 1지망으로 하였고 그에 걸맞은 자격을 갖추기 위해 회화 공부를 게을리 하지 않았다. 또한 보다 쉬운 적응을 위해 가게 될 지역과 하게 될 활동에 대한 사전 조사 역시 꼼꼼하게 하였다. 각국의 친구들과 3주 동안 생활하며 그 친구들의 문화를 자연스럽게 접할 것이라는 기대, 우리나라 문화를 그들에게 전할 것이라는 다짐, 무엇보다 이 모든 일을 프랑스어를 수단으로써 행할 것이라는 사실은 이번 해 7월이 나에게는 꿈같은 시간이 될 것임을 확신하게 했다.
현지 활동 및 특별했던 에피소드
난생 처음 하는 캠핑을 머나먼 프랑스에서 외국인 친구들과 함께 한다는 것은 사실 나에게 기대 반 두려움 반인 마음을 갖게 했다. 이러한 나의 마음을 눈치챈 것인지 친구들이 나에게 먼저 손을 내밀어 주었다. 비록 대한민국과 북한의 분단 현실에 대한 문제가 대화의 첫 주제였다는 점이 한편으로는 약간 씁쓸했지만 한국에서는 이러한 내용에 대해 프랑스어로 대화할 기회가 매우 희박하므로 다른 한편으로는 나쁘지 않은 경험이었다고 생각한다. 내가 선택한 주제는 농업(그 중에서도 'permaculture')이었는데 이 주제를 바탕으로 우리는 지역 주민들에게 실용적이고 유용한 정원을 만드는 일을 했다. 잡초 제거를 시작으로 하여 길을 내고 씨앗을 뿌리는 2주 간의 활동을 정원 전문가와 지역의 장이 우리와 함께 했다. 그러나 사실 이러한 장면은 나에게 생소했다. 지역의 장이라면 넥타이를 매고 구두를 신은 누군가일 것이고 그는 그가 관리하는 지역에 온 봉사자들과 가벼운 악수를 하기 위해 현장에 잠시 들를 것이라는 것이 나의 머릿속에 자리 잡고 있는 장면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 예상과는 정반대로 그는 처음부터 끝까지 우리와 함께 땀을 흘리고 농담을 주고받으며 현장에 머물렀다. 감동이었다. 또한 영화에서나 볼 수 있었던 또 다른 장면이 연출되었다. 하루는 정원 전문가가 자신의 6개월 된 아이를 데리고 와 자신의 품에 안고 일을 시작하는 것이었다(첨부된 사진 중 2번 째 사진). 한국에서는 직장에 아이를 데리고 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일이었겠지만 그곳에서 이 아이의 등장은 오히려 모두에게 활력소가 되기에 충분했다. 아이의 웃음소리 우는소리 모두 우리의 웃음을 자아냈기 때문이다. 이것이 바로 문화였다. 남의 시선을 우선시하기 보다는 타인에게 피해가 가지 않는 선에서 자신을 가감 없이 드러내는 그들의 모습, 그들의 사상에 감탄을 아낄 수 없었다.
참가 후 변화와 느낀 점, 하고 싶은 이야기
프랑스 현지에서 프랑스어를 적용하고 싶었던 마음의 이면에는 현지인들과의 대화에 대한 울렁증이 숨겨져 있었다. 충분히 묻고 답할 수 있는 수준의 말들도 프랑스어를 모국어로 하는 사람들 앞에만 서면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너무 답답했고 한심했으며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에 이를 때도 있었다. 그러나 워크캠프에 참여한 이상 나는 각국의 친구들과 프랑스어로 소통해야 했고 또 그 친구들과의 관계가 깊어질수록 친구들에 대해 더 많이 알기 위해, 나에 대해 더 많이 알려주기 위해 말을 하고 싶다는 욕구가 실제로 말을 하게 했다. 머릿속에서만 빙빙 돌던 단어와 문장들이 어설프게나마 입 밖으로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항상 헷갈려서 외우고 또 외우던 단어들의 뜻이 정확히 매치되더니 뒤죽박죽이던 문장의 어순 또한 서서히 제자리를 잡아갔다. 이러한 언어의 변화를 통한 자신감 향상은 함께 지내는 친구들과의 관계를 더 돈독하게 해주었으며 그들과의 끈끈한 우정은 그들의 삶과 나의 삶의 차이를 서서히 좁혀 우리를 하나가 되게 했다. 사실 처음에는 언어의 장벽으로 인해 어려움이 상당하다고 생각했었지만 실제로 언어의 문제가 조금씩 해결되어 가는 시기에는 굳이 언어를 통해서가 아닌 서로의 눈빛만으로도 마음을 읽을 수 있는 사이가 되었다. 따라서 사람과 사람이 소통하는 것은 꼭 언어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을 몸소 느낄 수 있었다. 한국에 돌아와 나의 워크캠프에 대해 궁금해 하는 지인들에게 이에 대한 설명을 해줄 때 나의 표정은 매우 밝다.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나의 이번 여름이 굉장히 값짐을 내 스스로가 느끼듯 많은 사람들에게도 이러한 경험의 기회가 닿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