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후기

아와오도리, 춤추는 도쿠시마의 여름

작성자 김다윤
일본 NICE-16-080 · 환경/축제 2016. 08 도쿠시마

Tokushima

참가 전 준비와 마음가짐

도쿠시마 아와오도리 축제는 일본 내에서도 손에 꼽히는 유명한 지역축제다. '아와'는 도쿠시마의 옛 지명이고, '오도리'는 춤을 뜻하는 단어로 '아와오도리'는 도쿠시마 지역의 민속 춤을 가리킨다. 이런 아와오도리를 전문적으로 추는 무용집단을 '렌'이라고 부르는데, 축제 기간 내내 여러 렌들이 연무장과 길거리 곳곳에서 바보처럼 춤을 춰대는 진풍경을 볼 수 있다. 이런 유명한 축제에 관광객이 아니라 축제의 일원으로서 참가할 수 있다니 얼마나 매력적인가. 나는 망설임없이 1지망으로 이 워크캠프를 신청했고, 운 좋게 합격통보를 받을 수 있었다.
한여름에 더운 지방으로 가는 것이기에 이에 대해 준비를 철저히 해갔다. 개인 물병과 목에 걸고 계속 땀을 닦을 수 있는 타올과 손수건, 모자. 그리고 침낭이 필요했는데 아주 얇은 것으로 가져갔다. 강가에서 일하는 터라 벌레 걱정을 많이 했는데 너무 더운 날씨 탓인지 모기는 구경도 할 수 없었다.

현지 활동 및 특별했던 에피소드

이번에 우리가 할 일은 '신마치가와 유람선'의 손님들을 응대하는 것이었다. '신마치가와를 지키는 모임'이라는 NPO단체에서는 도쿠시마를 방문한 관광객에게 보험료만 받고 보트를 타고 시내를 구경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평소에는 보트 출항시간을 정해놓고 있지만 아와오도리 축제처럼 도쿠시마에 많은 관광객들이 모일 때에는 쉼없이 운항을 하고 있다. 때문에 접수를 받는 일, 길게 늘어선 줄을 정리하는 일, 보트가 출발하고 떠날 때 손님들을 안내하는 일 등을 도울 일 손이 필요한 것이다.
그리고 '신마치가와를 지키는 모임'에서는 아와오도리 기간에 특별 무대를 설치해서 유람선의 손님들이 기다리는 동안 유명 렌들의 아와오도리를 구경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본격적인 워크가 시작된 둘째 날, 무대 설치하는 일을 도왔다. 땡볕 더위 속에서 망가진 전구를 빼고 바꿔 끼우는 일부터 초롱불과 큰 조명을 설치하며 구슬 땀을 흘렸다. 그 대가로 저녁에는 마을 분이 몇일 전부터 우리를 위해 손수 준비해주셨다는 화덕 피자를 맛볼 수 있었다. 또 처음으로 '신마치가와 유람선'을 타볼 수 있었다. 낮에 언제 그렇게 더웠냐는 듯 저녁의 보트에서 맞는 강바람은 정말 시원했다.
축제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삼일째, 정말 상상도 할 수 없을 만큼의 많은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각자의 포지션을 정해놓고 일을 시작했지만 아직 처음이라 미숙한 부분이 많아 손님들의 불만이 섞인 목소리를 듣기도 했다. 하지만, 함께 봉사활동을 하는 마을 분들이 건네주는 따뜻한 말들에 용기를 얻을 수 있었고 더 적극적으로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열심히 했다. 그래서인지 다음 날부터는 우리끼리도 손발이 척척 맞는다고 느낄 정도로 많이 익숙해져있었다. 벨기에, 이탈리아, 마카오에서 온 친구들은 일본어를 잘 하지는 못했지만 그만큼 더 많이 움직이며 일을 도와주어서 즐겁게 하루하루의 일정을 마칠 수 있었던 것 같다.
아침 7시에 일어나서 밤 12시가 넘어서야 잠 들 수 있는 빡빡한 스케줄이 계속 이어졌다. 평소에는 8시간을 자도 졸려서 비몽사몽인 상태로 학교로 향하는 나였지만 어쩐지 도쿠시마에서는 4시간을 자고도 하루종일 서서 멀쩡하게 힘을 내서 일을 할 수가 있었다. 계속 괜찮냐고 물어봐주는 친구들이 있었고, 흘러나오는 아와오도리의 음악이 있고, 춤이 있고, 나보다 더 고생하는 지역 분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생각한다. 자신의 지역의 문화를 사랑하고 이어나가기 위해 노력하는 마을 사람들을 보며 저 멀리 타지에서 온 사람인 나조차 도쿠시마를 찾아 온 관광객들이 좋은 추억을 갖고 떠났으면 하고 바랐다.

참가 후 변화와 느낀 점, 하고 싶은 이야기

중학생 시절, 우연히 접한 일본 영화에 홀려 일어일문학과에 진학했다. 대학에 들어와 한일관련 교류 프로그램에 이것저것 참여하고, 방학만 되면 짐을 싸 일본 곳곳을 돌아다녔지만 무언가 풀리지 않는 갈증같은 것이 있었다. 관광객 혹은 외국인이 아닌 위치에서 바라보는 일본이 궁금했다. 우리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이 아니라 그들이 어떻게 살고 어떻게 대화를 하는지가 알고 싶었다.
나는 워크캠프를 통해 일본의 맨 얼굴을 볼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꾸며진 모습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그들의 모습. 나를 외국인이 아닌 정말 친구로 대할 때의 모습. 나에게 화를 내는 사람도 있었고, 무례하게 구는 사람도 있었다. 나는 오히려 그 모습을 보고 묘한 쾌감을 느꼈다. 그게 바로 영화에서 본 그대로의 모습이었다. 사람 사는 냄새가 나는 곳에서 만난 일본의 맨 얼굴은 결코 추하지 않았고, 나의 맨 얼굴과 그다지 다르지 않았다.
나이가 지긋하신 분들 뿐만이 아니라 내 또래의 학생들과, 젊은 사람들도 적극적으로 축제에 참가하고 있다는 점에 감동했다. 축제의 마지막 날 우리는 함께 우리가 만든 무대에서 시민들과 함께 아와오도리를 췄다. 사흘 내내 바보같이 춤만 추는 이 축제의 끝자락에서 바보같이 땀을 흘리며 소리높여 노래를 따라 불렀다. "춤추는 사람도 바보, 보는 사람도 바보, 모두가 바보라면 춤추지 않는 사람은 손해". 언제나 쿨하고 멋진 모습만 보여주고 싶어하고, 무언가에 열정을 쏟는 건 촌스럽다고 여겼던 나는 일본 작은 도시에서 기꺼이 바보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