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후기

프랑스 작은 마을, 잊지 못할 3주

작성자 한예슬
프랑스 SJ42 · 환경/보수 2016. 07 - 2016. 08 Saint-Rabier

YOUR INTERNATIONAL BREAD OVEN

참가 전 준비와 마음가짐

저는 가을학기에 유럽에서의 교환학생 생활을 앞두고 있었습니다. 이왕 유럽으로 건너가는 김에 그 근처 나라에서 봉사를 해보면 재밌겠다 싶었고, 미리 외국인 친구들과 친해지는 기회로 삼아야겠다고 생각했죠. 유럽 1 카테고리에 속한 나라들의 워크캠프들은 거의 다 살펴본 것 같습니다. 늘 프랑스에 관심이 있었고, 아주 간단한 정도이긴 하지만 프랑스어를 조금 할 줄 알아서 프랑스를 선택했습니다. 2주는 짧은 것 같아 3주 짜리를 골랐습니다.
여러 종류의 프랑스 워크캠프 가운데 이 프로그램을 선택한 것은 오븐을 짓는다는 것도 생소하고 재밌어 보였고, 자그마한 마을의 지역 주민들과 만나고 교류할 기회가 많을 것이라는 설명 덕분이었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탁월한 선택이었습니다. 마을 주민들과의 교류는 제가 내내 프랑스로 돌아가고 싶다고 생각하게 만드는 이유 중 하나입니다.
참가 전에는 한국 음식을 맛 보여주는 정도면 된다고 들어서 호떡 믹스 하나와 짜파게티 하나, 너구리 하나만을 챙겨갔는데 매우 후회했습니다. 그 정도 양은 한국 음식을 맛보여줄 기회인 international dinner에서 사용할 정도로는 충분했지만, 평소에 먹을 한국 음식이 전혀 없고 또 구할 수도 없어서 3주간 한국 음식이 그리워서 혼났습니다. international dinner에서 뿐만 아니라 평소에도 캠프 친구들에게 한국 음식을 소개해 주고 싶었지만 재료가 없어 많이 아쉬웠습니다.

현지 활동 및 특별했던 에피소드

저는 프랑스 남부의 생하비에(Saint Rabier)라는 아주 작은 마을에서 열린 국제워크캠프에 참가했습니다. 오래 전 망가진 마을 공동의 오븐을 다시 건축하는 프로젝트였어요. 저희는 시멘트와 돌을 이용해 프랑스식 돌벽을 쌓아 올렸습니다. 시멘트는 물, 흙, 시멘트 가루를 섞어 매 번 직접 만들어 사용했죠. 함께 캠프에 참가했던 한 스페인 친구는 나중에 자기만의 집을 지을 때에 꼭 여기서 배운 기술을 활용하고 싶다는 소망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저희 캠프는 프랑스, 벨기에, 체코, 스페인, 캐나다, 모로코, 그리고 대한민국의 7개국에서 11명의 친구들이 모인 곳이었습니다. 눈 떠서 잠들 때까지 함께 지내며 생활 곳곳에서 서로의 문화를 마주했습니다. 해먹는 요리의 종류부터 밥을 먹기 위해 테이블에 숟가락과 포크를 놓는 위치까지 다르더라고요. 그러나 방을 어지르고 치우지 않아 부모님께 잔소리 듣는 것도, 하고 싶은 일이 너무나 많아 오히려 미래에 무얼 해야할지 모르겠다는 진로 고민을 하는 것도 똑같았습니다. 모두가 영어를 모국어로 하는 것은 아니었기 때문에 어떻게 하면 내가 하는 말을 상대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을지, 또 어떻게 하면 상대의 말을 잘 알아들을 수 있을지 고민하며 배려심을 기를 수 있었습니다.
무엇보다도 좋았던 것은 마을 주민들과의 교류였습니다. 그들은 세계 각지에서 온 청년들에게 아낌 없이 친절하게 대해주었습니다. 대중 교통이 없는 그곳에서 옆 동네 마을로 놀러가려고 할 때마다 주민분들은 차로 저희를 데려다 주셨고, 집으로 초대해 프랑스식 가정식을 맛보여 주신 것도 여러 번이었습니다. 그들의 여유로운 생활방식과 말이 잘 통하지 않아도 늘 저희를 반기고 저희와 소통하려고 하는 모습은 인상적이었습니다. 어떤 식으로 사는 것이 행복하게 잘 사는 것일까 하는 질문을 자꾸만 생각해보게 되는 모습이었습니다. 작은 마을에서 오며 가며 자주 마주치다 보니 주민들과 정도 많이 들었습니다. 결국 워크캠프 마지막 날 저희가 지은 오븐을 마을 주민들에게 소개하는 자리에서는 헤어진다는 사실이 너무나 슬퍼 마을 주민들과 부둥켜 안고 울고 말았습니다.

참가 후 변화와 느낀 점, 하고 싶은 이야기

제가 교환 학생 생활을 시작한 지 두 달이 다 되어 가는데, 이곳의 친구들보다 워크캠프에서 3주간 함께 보낸 친구들과 더 친합니다. 지금은 서로 시차가 다른 세계 곳곳에 퍼져 있지만 늘 페이스북 메신저로, 페이스북 그룹으로, 스카이프로 연락하며 지냅니다.
저는 서울에서 태어나 내내 서울에서 자라서 완전히 대도시의 삶에 익숙한 사람이었습니다. 대중 교통도 없는 생하비에라는 작은 마을에서 지낸 경험은 그래서 제게 매우 소중합니다. 아주 작은 마을에 세계 곳곳의 청년들이 찾아온 것을 반기는 마을 주민분들은 저희를 늘 집에 초대해서 맛있는 것을 해주셨고, 공기가 깨끗해 밤마다 잔디밭에 누우면 쏟아질 것만 같던 별들을 보며 잠들었고, 어떻게 하면 매일매일 잘 놀 수 있을까를 고민했던 나날들은 정말이지 잊을 수가 없습니다. 캠프를 이루던 공간, 사람들이 너무나 그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