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후기

미국 워크캠프, 6개월 교환학생의 깨달음

작성자 한사라
미국 VFP13-16 · 환경/건설 2016. 07 미국

GREENING THE PARK, VERMONT

참가 전 준비와 마음가짐

2016년 1월, 학교 프로그램을 통해 미국으로 1년 교환학생을 오게 되었다. 여름방학이 3개월이 넘어서 그동안 어디에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가기 전부터 많은 고민을 했다. 가기 전에 우연히 미국학교 한인학생 온라인 카페를 찾아봤는데 누가 워크캠프를 다녀와서 너무 좋았다는 후기 글을 보게 됐다. 그래서 영어도 못하지만 무작정 미국에 가자마자 틈만 나면 워크캠프 홈페이지를 들락날락거리며 여름 워크캠프가 새롭게 올라왔는지 검색해봤다. 올라오자마자 신청을 했고 준비는 내가 가지고 있는 옷과 생활용품 내에서 최대한 가져갈 수 있는 것들을 가져갔다. 수영복이 없어서 아쉬웠지만 침낭을 사간건 정말 잘한 일인 것 같다. 워크캠프를 출발하기 전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그 사람들과 영어로 대화하고 또 내가 돈을 안 받으면서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이 너무 좋았다. 미국에 온 이후로 약 6개월 간 계속 누군가에게 도움을 청해야 했고 그들에게 줄 수 있는 것이 별로 없다는 것이 너무 슬펐는데 드디어 내가 도움을 주는 사람이 된다는 사실이 너무 기뻤다. 일이 힘들거라고 예상했지만 사람들과의 대화와 문화교류만 있다면 이겨낼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현지 활동 및 특별했던 에피소드

Greening the Park라는 제목으로 시작한 우리 워크캠프 팀은 Hubbard Park라는 작은 산 같은 파크를 관리하는 것을 도왔다. 생태에 좋지 않은 나무를 도구를 이용해서 뽑아내고 보행도로에 나무를 심었다. 파크에 난 도로의 낙엽을 치우고 산책길에 물길을 내서 길이 무너지지 않도록 했다. 잔디를 깎고 잡초를 뽑았고 근처 Peace Park나 복지관, 우리가 머문 교회에 가서 일을 돕기도 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가장 집중한 일은 우리만의 프로젝트인 놀이터를 꾸미는 것이었다. 두 팀으로 나눠서 한 팀은 알파벳이 새겨진 네모난 나무토막을 돌려서 단어을 만들며 놀 수 있는 놀이기구를, 한 팀은 아이들이 안으로 기어들어가 놀 수 있는 터널을 만들었다. 여기서 특별한 일은 터널을 만들기 위해서 세 명이서 나무껍질을 백 개 이상 깎았다는 거였다. 모든 놀이기구는 나무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나무가 많이 필요했는데 나중에는 거의 손이 안펴질 정도로 아프지만 또 중독되어서 같이 나무껍질을 벗기면서 노래도 만들고 영상도 찍고 재밌게 놀았다. 함께 한 참가자는 봉사자들의 리더였던 베트남에서 온 수지, 천사 같이 착했던 대만 친구 잉천, 스페인에서 온 사비와 베아, 그리고 나와 같은 미국학교에서 온 지영이 있었다. 그리고 나머지 친구들은 갑자기 급한 일이 생겨서 처음부터 끝까지 같이 하지는 못했지만 오자마자 가게 된 태국 친구 킷캣과 일주일 먼저 가게 된 우크라이나 친구 마리아, 그 뒤를 이어 일주일 동안 같이 하게 된 태국 친구 거스가 함께 했다. 지역주민들은 다들 착하고 특히 우리가 묵었던 교회 사람들은 항상 음식을 주시고 이야기도 해주시고 정말 친절하셨다. 우리의 일을 이끌어주셨던 리더분들 역시 다들 적극적인 마인드를 가지고 계셔서 나의 지난 날들을 많이 반성하고 많이 배웠다.

참가 후 변화와 느낀 점, 하고 싶은 이야기

미국으로 교환학생을 신청한 이유는 영어실력을 높이기 위해서, 그리고 독립성을 높이기 위해서였다. 혼자 살아본 적이 없어서 경제관념도 없고 선택장애도 심했다. 6개월동안 경제관념과 독립성을 조금 키웠다고 생각해서 영어를 더 공부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워크캠프에 오니 내가 급한건 영어가 아니었다. 바로 배려심이었다. 매일 아침 일찍 일어나서 힘든 일을 하고 단체생활을 하다보니 빨리 행동하고 내가 원하지 않더라도 하게 되는 일이 많았다. 많은 한국인들이 그렇듯이 나는 의견을 많이 내지 않는 성격이라 어떤 것이든 하는 것은 상관없다고 생각했지만, 문제는 힘든 일이 가져다주는 피로함과 힘듦이었다. 나는 힘들면 짜증이 났고 은근슬쩍 짜증을 내기도 하고 일을 조금 쉬거나 하기도 했는데 그러면서 주변을 돌아보니 모든 사람들이 그 힘든 일들을 웃으면서 열심히 하고 있었다. 나는 대만에서 온 친구 잉천에게 특히 삶의 태도를 배웠다. 그 친구는 나보다 열살 정도는 많았지만 그 친구가 화내는 것을 한 번도 보지 못했고 항상 누가 설거지를 하지 않았거나 안한 일들이 있으면 가서 말없이 하고 멍들고 힘들어도 티를 내지 않았다. 그 친구를 보면서 내 참을성 없음이 너무 창피했고 저런 배려있는 작은 습관들이 사람을 만드는 구나 싶었다. 물론 어떤 친구들은 자신의 주장을 강하게 펴서 다른 사람들을 당황하게 할 때도 있었지만 저 친구와 항상 움직이는 걸 좋아하시고 자신의 일을 사랑하시는 리더들을 보면서 힘을 냈다. 나도 미래의 어떤 직업을 갖게 되더라도 내 일에 자부심을 느끼고 항상 좋아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정말 멋있다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