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후기

먼지 속에서 발견한 네팔의 순수

작성자 조가영
네팔 VINWC16-19 · 건설/교육/위생 2016. 08 Shree Bhawani Secondary School

Children’s Development Project

참가 전 준비와 마음가짐

네팔을 생각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에베레스트이다.
히말라야 에베레스트의 푸르른 하늘 아래로 펼쳐질 아름다운 경관을 떠올리니 가슴 속 깊이 있던 기대와 걱정이 동시에, 하지만 그 곳에서 가장 필요한 것들이 무엇일지 제한된 정보 속에서 워크캠프를 준비하기란 지극히 단순하고 또 용감해야만 했다. 평소 국제개발 그리고 봉사에 관심이 있었고 아무런 이유없이 네팔은 모든 것들이 서툴지만 그 어느 것보다도 순수할 것이라는 대책없는 믿음으로 워크캠프에 참가하기로 결정했다. 2015년의 네팔의 지진 이후로 네팔 사람들은 그 피해를 어떻게 헤쳐나가는지 그리고 가난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그들의 생활을 가까이서 지켜보고 그들이 필요로 하는 도움이 과연 무엇인지 막연하게나마 알고 싶었다. 그리하여 워크캠프에 도전했다.

현지 활동 및 특별했던 에피소드

세계 여러나라에서 온 다양한 국적의 봉사자들과 함께한 네팔에서의 워크 캠프는 기대 이상으로 봉사자들의 자율적인 사고와 계획 그리고 다양한 활동이 필요시되는 시간이었다. 처음에 도착한 네팔 현지 NGO에서의 오리엔테이션은 네팔의 역사, 문화를 아우르는 개괄적인 정보와 NGO의 비전 그리고 워크캠프 봉사자로서 알아야 할 몇 가지의 네팔언어를 배우는 시간이었다.
봉사자들 사이에서 영어로 하는 커뮤니케이션이 주를 이루었지만, 대부분의 봉사자들이 영어를 제대로 구사할 수 있는 것은 아니기에 평소 회의를 하거나 계획을 세울 때, 봉사자들 사이에서의 언어로 부터 오는 오해와 미묘한 긴장감 그리고 체계화되어 있지 않은 봉사프로그램을 캠프 리더가 컨트롤하는 것은 역부족이었다.
더욱이, NGO직원은 오리엔테이션에서 발표한 장황한 그들의 비전과는 별개로 정작 우리가 봉사하게 될 학교의 휴일도 제대로 숙지하지 못한채 학교에서 근무하는 네팔선생님들과 NGO직원 그리고 봉사자들 사이에서 생기는 불협화음을 결코 해결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모든 것들이 구체화되어있지않고 체계화되어 있지 않은 이 상황 속에서 자원봉사자들의 네팔 어린이 교육에 대한 열정과 노력은 더욱 빛이 났다.
새벽녘, 일찍이 일어나 23명이 차례로 고양이세수를 하고 네팔 호스트 패밀리가 요리한 네팔식 식사를 끝낸 뒤, 병아리콩이 가득한 도시락을 가방에 넣어 설레는 마음으로 학교가는 버스에 몸을 싣는다.
결코 완성되어 보이지 않은 학교 교실에 교육적인 내용이 담긴 페인트 칠하기, 어린이 영어수업 및 다양한 활동 진행하기, 위생교육이 담긴 봉사자들이 직접 준비한 망고나무연극, 모두가 함께 즐길 수 있는 레크레이션 및 댄스타임, 네팔 어린이들이 직접 준비한 네팔댄스와 민요, 워크 캠프 마지막 날 자원봉사자들이 직접 자비로 준비한 네팔 어린이 400명을 위한 노트와 필기도구 그리고 네팔선생님들이 손수 준비한 감사의 꽃과 축복... 마지막으로 매일의 봉사를 끝내고 돌아오는 길에 마셨던 시원한 망고쥬스와 100원짜리 과자 그리고 네팔아주머니가 구워주셨던 새까맣게 그을린 옥수수콘.
이것이 봉사자들의 일상이었다.
네팔어린이와 소통하고 NGO직원에게는 그 곳에 필요한 것들을 당당하게 요구하고, 돌아오는 길에 만난 지역주민들과 함께 웃고 이야기하는 시간. 이 모든 것이 워크캠프였다.

참가 후 변화와 느낀 점, 하고 싶은 이야기

법률적으로는 사라졌지만 사회 속 뿌리깊게 모든 이의 이름에 담겨진 카스트계급.
기대했던 히말라야 에베레스트의 멋진 풍경과는 달리 시커먼 먼지 가득한 카트만두 시내.
산 비탈길, 무질서 속의 질서를 보여주는 용감한 운전자들.
빗물 혹은 전기공급의 제한으로 깊은 어둠 속 손전등 아래서 하는 샤워.
보기만해도 역한 도로의 쓰레기 더미들.
안락한 침대를 그립게 만드는 침낭 속에서의 밤.

네팔 워크 캠프를 떠올리면 어쩌면 이렇게 힘들고 도전해야할 것들 투성이다. 하지만, 워크 캠프 기간동안 함께 했던 세계 여러나라에서 온 참가자들의 봉사에 대한 열정, 우리가 그들의 가난을 이해할 수는 없지만 그것조차도 우리의 시선으로 그들의 행복을 판단하지 않겠다는 내적인 성숙함, 그리고 각각의 어린이를 보듬어주고 사랑할 수 있었던 봉사자들의 따스한 마음은 네팔에서 힘들었던 순간들을 가슴 한 켠 소중한 추억으로 바꾸어 줄 수 있는 시간일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