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후기

아이슬란드, 잊지 못할 나의 크리스마스 선물

작성자 조준희
아이슬란드 SEEDS 001 · 예술/스터디/문화 2017. 01 아이슬란드

Photo Marathon in Reykjavík

참가 전 준비와 마음가짐

2015년 체코 프라하에서 교환학생 시절에 만난 체코인 Magdalena. 한국어를 전공하는 그녀는 부산에서 3개월 동안 일을 하고 서울로 올라왔다고 말해주었다. 어떻게 부산에서 일을 할 수 있었냐고 물으니, 워크캠프 사이트를 말없이 알려주었다. 워크캠프를 처음 발견한 내 눈은 놀라움으로 가득찼다. 유럽행 비행기를 이미 끊어놓은 내겐 정말 좋은 기회라고 느껴졌기 때문!

하지만 때는 12월 초였고, 이미 1-2월 중 진행될 프로그램들이 마감된 상태였다. 허나 이상하리만치 아이슬란드라는 단어가 눈에서 떠나지 않았고, 한 번 도전해보고픈 마음이 간절해졌다. 이미 신청이 마감되었지만 혹여나 남는 TO가 있을지, 가능하다면 지원하고 싶다는 이메일을 한가득 써서 보냈다. 노심초사 하는 마음으로 기다리던 중, 크리스마스 이브 전날 선물 같은 이메일을 받는다. 추가지원 합격! 바로 다음날 출국 예정이었기에 급한대로 침낭과 카메라를 챙겨서 비행기에 몸을 싣는다. 막차를 탄 것도 아니고 닫힌 문을 열고 들어가게 된 만큼, 아이슬란드에서의 새로운 여정에 제대로 부딪혀보자는 마음 뿐이었다. 불확실성과 막연함에 몸을 던져,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은 적극적으로 하겠다고 마음을 굳게 먹었다. 혹여나 나랑 정말 안 맞는 사람들을 만나게 되더라도 잘 지내는 법을 배워보고 싶었고, 눈물나게 고되고 힘든 일을 하더라도 군소리 안 하고 열심히 하고 싶은 마음 뿐이었다. 그저 아이슬란드에서 워크캠프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은 것 자체가 감사 또 감사였다.

현지 활동 및 특별했던 에피소드

워크캠프 숙소에 도착한 직후, 살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참가자는 11명 정도였는데, 그 중 나를 포함하여 5명이 한국인이었기 때문이다. 다양한 국적에서 온 외국인을 기대한 나로서는 처음엔 잠시 아쉬운 마음이 들은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캠프생활을 함께 한 한국인들과 소위 말하는 케미스트리가 너무나도 잘 맞았고, 이들을 만난 게 큰 행운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미국, 네덜란드, 그리스, 영국, 오스트리아, 홍콩 등 다른 나라에서 온 외국인들 또한 성품이 좋은 친구들이었다. 각자 요리를 하면서 음식을 통해 문화를 교류하고, 함께 아이슬란드의 아름다운 풍경을 즐기는 순간들은 행복감을 느끼기게 충분한 시간들이었다. 특히 Exhibition을 위해 전시사진을 함께 선별하는 시간들이 기억에 남는데, 아이슬란드라는 같은 공간에 있었지만 서로 다른 관점으로 사진을 포착해낸 게 신선하게 다가왔다. 사진에 대한 각자의 관점을 확인하는 것 또한 탄력 넘치는 시간이었다.

한편, 프로그램 운영 부분에서는 아쉬운 부분이 있었다. 프로그램 리더들은 프로그램 종료일을 제무대로 알고 있지 못했고, workshop, 대청소, 투어 등 프로그램의 상당 부분이 지나치게 flexible 해서 변동이 꽤나 잦았다. 이로 인해 끼니를 대충 때우거나 조금은 시간을 무의미하게 보낸 적도 몇 차례 있었다. 하지만 아이슬란드 워크캠프에서 누린 행복과 기쁨을 생각한다면, 이러한 시간들은 어쩌면 필요한 시간이었을지도 모른다. 일례로 International dinner의 경우 일정 변동으로 인해 캠프 마지막날 즈음으로 밀리게 되었다. '마지막'이라는 단어가 주는 특별함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International dinner 시간 내내 웃음 꽃이 피면서 웃다가 배아픈 기억이 눈에 선하다. 각 나라의 음식을 공유하는 것은 물론, 한국 특유의 술자리 게임과 다같이 마스크팩 하는 시간들은 캠프여정을 마무리하기에 아주 적절했다는 생각이 든다. 추후 워크캠프를 참여하시는 분들이 외국인 친구들을 위한 한국적인 물품을 들고 간다면, 캠프에서 만난 외국인과 더욱 특별한 유대감을 쌓을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참가 후 변화와 느낀 점, 하고 싶은 이야기

우선 프로그램의 주 내용이었던, 카메라를 Manual로 조작하는 방법을 익히면서 사진에 대해 더욱 깊이 있는 식견이 생긴 느낌이다. 단순히 순간을 기억하기 위해 막 찍는 게 아니라, 사진에 어떤 의미를 담을 것인가, 어떤 프레임으로 접근할 것인가를 소화시킬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이와 더불어, 어디를 가느냐 보다 누구랑 있느냐가 중요함을 다시 느낀 시간들이었다. 아이슬란드라는 공간이 주는 신비로움과 매력도 언어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좋았던 건 사실이다. 허나 워크캠프 기간을 함께 한 사람들이 있었기에 아이슬란드에서의 시간들이 더욱 빛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떻게 하면 더욱 향기나는 사람이 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을 더욱 깊이 있게 할 수 있었던 소중한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