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후기

아이슬란드, 기대와 달랐던 2주

작성자 황지현
아이슬란드 WF76 · ENVI/STUDY/RENO 2012. 08 LAUGARAS, ICELAND

Laugaras - circle of life in the South of Iceland

참가 전 준비와 마음가짐

일단, 이번 워크캠프는 나에게 처음이자 마지막 워크캠프가 될 것 같다. 사실 인터넷도 뒤져보고, 사전 워크샵도 참가했던 나로선 워크캠프에 가면 상당히 많은 기대를 하고 있었고, 다른 사람들의 경험담과 이야기를 들어보았을 때 나 또한 그에 상응하는 의미 있고 뜻 깊은 추억을 만들고 올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내가 참가 했던 워크캠프를 주최한 Worldwide Friends(이하 WF)의 문제인지 아니면 내가 참여한 워크캠프의 참가자들의 특성 문제인지는 모르겠지만, 체계적이지 않은 스케줄과 이 워크캠프에 자원 봉사의 목적이라기 보단 아이슬란드 여행을 하러 온 것처럼 보이는 참가자들의 태도는 아이슬란드의 워크캠프를 매력적이라고 느끼게 하기는 어려웠다. 워크캠프의 참가자들은 대다수의 유럽인들과 아시아인 3명(나, 한국인 언니, 일본인)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외국인들은 외향적일 거라는 보편적인 생각과는 달리 내가 속한 워크캠프의 참가자들은 자기네 언어권 참가자들끼리만 해당 언어로 얘기 했고, 정말 의사소통이 필요할 때, 혹은 공식적인 스케줄을 전달 할 때를 제외하고는 거의 영어를 사용하지 않았다. 특히 프랑스어를 사용했던 참가자들은 자기네들끼리만 얘기를 해서 나중에는 다른 참가자들이 뭐라고 할 정도였다. 그리고 위에서도 언급했다시피, 전체적인 워크캠프의 활동계획이 안 잡혀 있었다. 나름 공식적인 단체에서 하는 봉사 프로그램이라면 2주간의 시간 동안 어떤 활동을 하고 오겠다는 거시적인 목표 정도는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거늘, WF는 그저 주변에 있는 농장이나 동물원에서 사람을 필요로 하면 가고 아니면 말고 라는 태도여서 봉사활동을 하러 왔다는 생각이 거의 들지 않았다. 그리고 이러한 흐지부지한 스케줄 때문인지 참가자들은 주말에 어디로 놀러 갈까라는 계획만 세웠고, 결국 워크캠프에는 두 번의 주말이 껴있었고 마지막 끝나는 날은 월요일이었는데, 주말에 참가자들이 모두 다른 곳으로 떠난다고 하는 바람에 마지막 끝나는 요일을 월요일에서 금요일로 변경하기 까지 하였다. 내 생각에 내 워크캠프에 참가했던 사람들은 이 워크캠프를 봉사활동이 아닌 좀 더 값싸게 아이슬란드에서 숙식을 해결할 수 있는 하나의 방법으로 보는 것 같았다.
아무튼 나는 유럽 여행 마지막 일정으로 택한 아이슬란드 워크캠프 출발을 위해 런던 공항에서 밤 비행기를 타고 새벽쯤에 드디어 아이슬란드에 도착했다. 처음 도착한 아이슬란드는 일단 너무 추웠다. 공항에서 수도인 Reykjavik까지 가는 데는 대략 40분정도가 걸렸다. 원래 WF 측에서 숙소를 제공해주기로 했는데, 갑작스런 현지 사정으로 인해 그 다음날 meeting point 근처에 있는 hostel에 머물렀다. Meeting point에서 만난 후 workcamp site로 이동하기 전에 12명의 참가자들 (camp leader는 사정상 첫 날이 아닌 다음 날 도착했다)과 Iceland tour의 꽃이라 불리는 golden circle tour를 같이 했다. 사실 이것 때문에 minibus요금을 45유로나 내고 탔던 걸로 기억하는데 official한 가이드도 없고 달랑 참가자들끼리 golden circle을 다니니 안 그래도 처음 만나서 어색한데다가 모르는 여행지이다 보니 정말 말도 없이 걸어다니기만 한 지금 생각해도 이상한 투어였다. 그리고 도착한 숙소는 Laugaras 에 있는 hostel이었다. 인터넷 서핑을 했을 때 열악한 숙소를 많이 봐서 걱정했었는데 매트리스도 있고 이층침대로 되어있는 비교적 쾌적한 숙소여서 매우 좋았다. 이 workcamp가 수요일부터 시작했는데 Volunteering schedule이 다음주 월요일에부터 시작된다고 해서 참가자들은 하는 것도 없이 주변에 있는 산과 들, 강으로 놀러 다녔다. 그리고 주말에는 워크캠프 참가자들과 차를 렌트해서 해안도로를 타고 쭉 여행하면서 캠핑도 해봤는데 정말 색다른 경험이었고, 외국인들은 정말 사고하는 마인드가 틀리다는 것을 알게 된 여행이었다. 특히, 같이 갔던 외국인 중에서 18살인 독일인 여자애가 있었는데, 우리나라 18세 여자아이라면 비오는 날 밖에서 텐트치고 자라고 하면 질색팔색을 하면서 저기에서 어떻게 자냐며 불평불만을 늘어놓았을 텐데 그 독일인 여자애는 누울데만 있으면 잘 수 있는 거라면서 아무렇지도 않게 텐트에서 자는 걸 보면서 정말 강한 아이라고 느꼈다. 이런 주말이 끝난 후 봉사활동이 제대로 시작되는 월요일. Green house에 가기로 했는데 farmer가 아프다고 green house는 가지 못하고 월요일은 호스텔에서 지냈다. 화요일도 호스텔에서 아무것도 안하고 있었다. 수요일은 드디어 green house에 가서 유기농 토마토를 재배하는 화분 옆에 있는 잡초를 뽑는 것을 도와주었고, 목요일에는 Solhemer라는 아이슬란드의 에코 빌리지에 갔다. 사실, 에코 빌리지에 오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는데 이렇게 우연한 기회에 평소에 관심 있었던 에코 빌리지에 오게 되어서 기분이 좋았다. 에코 빌리지에서는 일단 지붕을 잔디로 덮어 단열을 하고 있었고, 태양열 전지를 설치해 놓고 있었다. 그리고 마을에서 고도가 높은 쪽에는 온천수가 나오고 있어서 이를 이용해 지열 발전을 하고 있었고, 여기에 물레방아를 만들어 놓아 수차를 이용해 수력 발전까지 하고 있는 완벽한 에너지 독립 공동체였다. 이런 에너지 측면에서의 에코 뿐만이 아니라 여기 사람들은 아침에 하루 일과를 시작하기 전에 모여서 서로 노래를 부르고, 서로의 일과를 얘기하고 나누고, 점심, 저녁은 마을회관 같은 곳에서 일괄적으로 배급을 한다. 그리고 장식품이라던가 생필품들은 만드는 생산라인이 마을 안에 존재해서 모두 마을 안에서 자급자족이 가능한 시스템으로 운영되고 있었다. 에코 빌리지에서 2일 잼 만드는 것을 도와주고 워크캠프는 참가자들이 주말에 다 다른 곳으로 떠난다고 해서 금요일 날 종료되었다.
워크캠프가 비단 봉사활동만 하기 위한 프로그램이 아닌 것은 알고 있다. 봉사활동 뿐만 아니라 각국 청년들의 교류를 통해 여러 문화를 접할 수 있는 좋은 프로그램임은 알고 있고, 그러한 측면에서의 이번 워크캠프 경험은 후회하지 않고, 상당히 좋았던 경험이었다. 하지만 나는 워크캠프를 베이스를 봉사활동을 깔고 그에 곁들여서 문화를 체험하는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에 체계적이지 않은 프로그램, 그리고 봉사활동 보다는 아이슬란드 여행에 더 의의를 두는 다른 참가자들의 태도는 이번 워크캠프를 다소 실망스럽게 만들었다.